국립창극단 스타 부부 이소연-이광복, ‘절창’ 경쟁

장지영 2023. 4. 2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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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5월 7일 ‘절창’ 시리즈… I·II는 재공연, III는 초연
국립창극단의 스타 소리꾼인 이소연-이광복 부부가 지난 1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오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절창’ 시리즈에 출연한다. 이한형 기자

국립창극단은 지난 2021년 젊은 소리꾼의 참신한 소리판을 표방한 기획공연 ‘절창’을 처음 선보였다. 1984년부터 매달 선보이고 있는 ‘완창 판소리’가 오로지 고수의 북장단에 의존해 소리꾼이 판소리 한 마당을 전부 부르는 것과 달리 ‘절창’은 두 소리꾼이 전통 소리의 참맛은 지키되 참신한 구성, 현대적 무대, 정교한 라이브 연주로 하이라이트를 선보인다.

2021년 ‘절창I’에서는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4시간 정도 소요되는 ‘수궁가’를 서사에 집중해 100분 정도로 압축하되 주요 대목을 살린 무대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어 지난해 ‘절창II’는 국립창극단의 대표적 여성 소리꾼 민은경과 이소연이 ‘춘향가’와 ‘적벽가’를 엮어 새롭게 보여줘 호평받았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절창III’에서는 밴드 이날치의 메인 보컬 안이호와 국립창극단 단원 이광복이 ‘수궁가’와 ‘심청가’를 엮는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국립창극단은 오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절창’ 시리즈를 공연한다. 27~28일 절창I, 5월 2~3일 절창Ⅱ, 5월 6~7일 절창Ⅲ가 각각 2회씩 이어진다. 그런데, 이번 ‘절창’ 시리즈에 부부가 출연해 눈길을 끈다. 절창Ⅱ의 이소연(39)과 절창Ⅲ의 이광복(4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3년 국립창극단이 10년 만에 신입 단원을 뽑을 때 함께 입단한 두 사람은 2015년 결혼했다. 당시 국악계에서는 선남선녀 소리꾼의 결혼으로 꽤 화제가 됐었다. 그런데, 국립창극단 주역으로 활약하는 두 사람이 함께 인터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절창’의 형식은 자유롭지만 소리는 전통적”

2021년 유태평양과 김준수가 출연한 ‘절창I’(위)과 지난해 이소연과 민은경이 출연한 절창II’. 국립극장

“‘절창’은 완창 판소리보다 형식이나 해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리꾼에게 도전적인 무대에요. 지난해 절창II에서 남성 소리꾼이 많이 하는 ‘적벽가’를 포함했는데, 여성 소리꾼이라는 ‘성(性)’을 따지지 않고 판소리 본연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이소연)
“‘절창’의 형식과 해석은 자유롭지만, 소리 자체는 전통적입니다. 국립창극단이 지난 10년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완창 판소리’나 ‘절창’처럼 전통을 충실히 지켜가는 노력을 함께하며 균형감을 유지한다고 생각해요.”(이광복)

이소연은 전남 광주 출신으로 송순섭·안숙선·정회석 선생을 사사했으며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적벽가’를 이수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공부했으며, 2004년 임방울 국악제전 판소리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2007년 국립창극단 주최 ‘차세대 명창’에 선정된 바 있다. 국립창극단 입단 이후 ‘춘향’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정년이’ 등 여러 작품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그리고 이광복은 경기도 파주 출신으로 김수연·송순섭 선생을 사사했다. 중앙대 국악대학에서 공부한 그는 2002년 국립창극단 주최 ‘차세대 명창’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일반부 장원, 2008년 전국국악대전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광복의 경우 국립창극단에서 ‘적벽가’의 조조, ‘아비 방연’의 수양대군 그리고 ‘리어’의 에드가 등 강렬한 역할로 많이 기억된다. 두 사람은 부부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소리나 역할에 대해 조언하는 최고의 동료 사이다.

“이소연 씨의 소리는 우직하고 뚝심 있어요. 발성이 좋고, 상청(높은 소리)은 지붕을 뚫고 나갈 것 같아요. 어릴 때 남자 선생님을 사사해서인지 여자지만 남성적인 소리를 냅니다. 제가 여자 선생님을 사사해서 남자지만 여성적인 소리를 낸다는 말을 듣는 것과 반대죠.”(이광복)
“흔히 판소리에서 애절함 등 감정을 많이 드러내는 소리를 ‘여성적’이라고 하고, 슬픔 등 감정을 절제하는 소리를 ‘남성적’이라고 해요. 이광복 씨의 경우 소리를 통한 표현력이 좋다고 생각해요. 저희 부부는 장단점이 각각 반대인데,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상대방에게 객관적으로 이야기합니다.”(이소연)

입단 동기지만 파트너로 창극 출연은 적어

‘절창III’에 밴드 이날치의 메인 보컬 안이호(왼쪽)와 국립창극단 단원 이광복이 ‘수궁가’와 ‘심청가’를 엮는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국립극장

두 사람이 같은 무대에 처음 선 것은 2006년 학생 시절 객원으로 출연한 국립창극단의 ‘십오세나 십육세 처녀’이다. 그리고 2010년 국립창극단의 ‘춘향 2010’에서 인턴 단원이던 이광복은 몽룡 역을, 주역 오디션에서 뽑힌 이소연은 춘향 역을 맡았지만, 각각 다른 배우와 파트너가 됐다. 이후에도 국립창극단의 여러 작품에서 두 사람이 서로 파트너를 이뤄 무대에 출연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춘향 2010’의 경우 저희 둘 다 신인이었기 때문에 창극단 내 베테랑 선배와 파트너가 됐어요. 그리고 국립창극단 입단 이후 저는 또 다른 입단 동기인 김준수 씨와 파트너로 많이 출연했습니다. 예를 들어 춘향과 몽룡을 함께했죠. 그런데, 준수 씨랑 사랑 연기를 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은데, 남들 앞에서 남편이랑 사랑 연기하는 건 어색해요. 그래서인지 국립창극단도 저희에게 그런 역할을 안 주는 것 같아요. 하하.”(이소연)

부부는 국립창극단 외에 흥미로운 외부 작업으로 판소리를 넘어 일반 팬들로부터도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이소연은 뮤지컬 ‘아리랑’의 옥비와 ‘서편제’의 송화 역으로 출연해 호평받았으며, 이광복은 영화 ‘해적’의 OST와 ‘도리화가’의 길중 역을 연기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외부 작업을 통해 다양한 예술계 상황을 이해하는 한편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에너지를 얻습니다. 이소연 씨가 뮤지컬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저희 같은 사람들이 창극과 판소리로만 제한되는 대신 좀 더 다양한 장르에서 활용됐으면 좋겠어요.”(이광복)

“머지 않은 시기에 완창 판소리 도전”

머지않은 시기에 국립창극단 완창 판소리 무대에 서겠다는 것도 두 사람의 계획이다. 앞서 입단 동기인 민은경(2017년), 김준수(2018년), 최호성(2019년)은 완창 판소리에 데뷔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완창 판소리의 무게감 때문에 계속 미루다가 최근 생각을 바꿨다.

이광복은 “예전엔 완창 판소리가 인간문화재 같은 명창 선생님들이나 하는 무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완창 판소리를 바라보는 생각이 바뀌어서 젊은 소리꾼들도 많이 도전하고 있다. 나도 지금 나이의 소리를 들려주는 완창도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소연 역시 “완창을 하려면 정말 잘해야 하다는 생각 때문에 그동안 도전하지 못했다. 그런데, 소리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닌 만큼 소리꾼으로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 안에서 지금 나이의 소리를 들려주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50대나 60대엔 그 나이의 소리를 다시 들려주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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