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정렬 대신 최용덕 띄우기? 공군 또 '창군 영웅' 논쟁
공군 창군의 아버지를 놓고 공군 내부에서 논쟁이 불붙었다. 공군 1대 참모총장을 제쳐두고 2대 총장을 영웅화하려는 시도가 극에 달했다며 공군 원로 예비역들이 단체 행동을 예고하면서다. 1대 총장의 일본군 경력을 의식해 무리한 역사왜곡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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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총장 아닌 2대 총장 부각…역사 운동 나선 원로들
24일 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에 따르면 지난달 간담회에서 1대 총장 김정렬 장군이 아닌 2대 총장 최용덕 장군을 공군 창군 영웅으로 내세우려는 시도에 대해 일부 예비역 원로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계기는 공사 졸업식에서 주는 총동창회장상의 명칭 변경에 관한 건이었다. 원래 보라매상이었던 해당 상은 2020년 최용덕상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들은 명칭이 변경된 경위를 묻고 명칭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창군역사 바로잡기 운동(역사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예비역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영향을 받아 공군이 김정렬 장군 대신 최용덕 장군을 창군의 아버지로 띄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은 원래 최용덕 장군 외에 장덕창, 이영무, 박범집, 김정렬, 이근석, 김영환 등을 창군 7인으로 기려오는 전통이 있었다. 그러다 창군 70주년을 맞은 2019년 최용덕 장군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공군은 당시 최용덕 장군의 동상을 공사에 세우고,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공군 내부적으로 최용덕 장군을 창군의 아버지로 결론 내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일본군 전력 의식해 김정렬 아닌 최용덕 띄우기
하지만 역사 운동을 추진하는 예비역들은 7인 중 1명을 꼽아 창군 아버지로 삼는다면 김정렬 장군이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김정렬 장군이야말로 7인을 규합하는 등 창군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문호 예비역 준장은 “건국 초기 육군의 반대가 극심한 가운데 김정렬 장군이 이승만 대통령을 설득하면서 육군항공대에서 공군이 독립돼 창설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비역들 사이에선 공군이 김정렬 장군의 일본군 전력을 의식해 이 같은 작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김정렬 장군은 일제 강점기 일본육군사관학교와 아키노(明野) 비행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군의 비행중대장과 비행전대장을 지냈다. 물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는 육군 항공사관학교 초대 교장으로 취임했고, 6·25 전쟁에선 공군으로선 유일하게 태극무공훈장을 2개나 받았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일제 강점기 태어난 인물의 일본군 이력을 제대로 보려면 비행 기술을 배우기 어려웠던 당시 시대상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창군 7인 중 5인은 일본군 경력이 있고 그 외 최용덕 장군과 이영무 대령은 중국군에서 활동했다. 북한 인민군에서 공군의 아버지로 여기는 이활도 일본군 출신이다.
“반일 정서 기댄 文 정부 기조 영향”
더 나아가 이들 예비역은 반일 정서를 강조한 지난 정부의 기조가 이 같은 기류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3월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해군은 일본군 출신이 아닌, 온전히 우리 힘으로 3군 중 최초로 창군했다”고 치하한 바 있다. 이문호 예비역 준장은 “우연의 일치일지는 몰라도 해당 언급 이후 김정렬 장군이 가려졌다”고 말했다.
공군 측은 최용덕 장군이 김정렬 장군보다 19세 연상이고 활동시기가 다른 만큼 누가 더 훌륭한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낸 정경두 공사 총동창회장은 “1인을 내세워 영웅 만들기를 하는 건 아니다”며 “공사 교가 등을 만든 최용덕 장군의 공로를 고려해 생도에게 수여하는 동창상에 해당 명칭을 부여한 거로 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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