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던졌다" 직장 갑질 사임 英부총리, 의원직도 위기
부하 직원에게 폭언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임한 도미닉라브(49) 전 영국 법무장관 겸 부총리가 하원 의원직에서도 물러날 위기에 처했다. 리시 수낵 총리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그이지만 '직장 내 괴롭힘' 이슈가 가볍지 않게 다뤄지고 있는 분위기는 그의 편이 아니었다. 영국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국회 규정위원회에 라브의 행위를 조사하라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며 "지역에선 그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캠페인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의회의원 행동 강령'에는 "직원을 포함해 의회를 위해 일하거나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존엄성과 예의, 존경심을 가지고 대우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있다. 가디언은 "라브가 이같은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민원이 의회 규정위에 전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의회 규칙상 라브의 지역구에서 등록 유권자의 10%가 동의하면 공식 사퇴 청원이 제기될 수 있다.
앞서 지난 21일 라브는 장관 및 부총리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인사를 포함한 특별 조사위원회가 "라브의 언행이 문제가 된다"는 취지의 48쪽짜리 보고서를 낸 직후였다. 그가 리시 수낵 총리에게 보낸 사직서엔 "부하 공무원을 괴롭혔다는 증거가 나오면 사임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11월 가디언 등은 라브가 갑질 의혹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이후 그가 장관 시절 부하 직원에게 화를 내거나 모욕을 주고, 위협을 가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영국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그는 "머저리 같다", "명문대 졸업한 게 맞냐"고 폭언을 퍼붓거나, 회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울토마토를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가 법무장관에 재임명되자 법무부의 고위 공무원들은 휴직하거나 부서에서 잠시 나가는 것을 권유받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사위는 "직원들이 그와 일하는 것을 꺼리거나 두려워했다"며 "비합리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으로 직원들을 공격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라브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결코 소리를 지르거나 욕한 적이 없고, 조사 과정에서 증거주의와 절차적 공정성이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장관을 목표로 모함하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고 정부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카프카적인(혼란스럽고 암울한) 모함에 대한 대가는 영국인들이 치를 것"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라브는 수낵 총리의 측근이자 '보수당 2인자'로 꼽히며 큰 인기를 얻은 젊은 정치인이다. 그는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 투표를 앞두고 찬성파의 핵심 인물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8년 테리사 메이 내각에서 브렉시트 장관을 맡았고, 이어 외무·법무 장관 등을 거치며 영국 정계 실세로 떠올랐다. 지난 2020년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코로나19로 자리를 비우자 총리 대행을 맡기도 했다.
라브가 속한 보수당에서는 그의 정치 경력이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낵 총리는 지난해 10월 '청렴성·전문성·책임감'을 내세우며 전임 총리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취임 6개월 만에 세 명이 개인적인 문제로 낙마하면서 리더십 위기에 처한 모양새다. 수낵 총리는 라브의 사직서를 "슬픈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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