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수단 역사 속의 기독교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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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이라는 말은 흑인의 땅을 뜻하는 아랍어 '빌라드 아수단'에서 유래했다.
북아프리카인과 다른 흑인이 사는 사하라 사막 남쪽 나일강 상류 지역을 통칭하는 말이었다.
자연스럽게 기독교가 확산됐고, 이집트 남쪽 알로디아 왕국까지 이르렀다.
알로디아 왕국이 멸망한 뒤 이슬람 세력은 북쪽에서부터 차례로 수단을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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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이라는 말은 흑인의 땅을 뜻하는 아랍어 ‘빌라드 아수단’에서 유래했다. 북아프리카인과 다른 흑인이 사는 사하라 사막 남쪽 나일강 상류 지역을 통칭하는 말이었다. 1956년 수단공화국으로 독립한 이곳은 사막화가 심각해지기 전만 해도 백나일과 청나일 사이의 비옥한 초원지대였다. 아프리카 초기 문명이 발생해 고대 이집트와 힘을 겨루는 강력한 왕국으로 발전한 곳이기도 했다.
수단 역사에서 가장 오래 유지된 왕조는 알로디아 왕국이다. 350년쯤 건립돼 오스만제국에 무너진 1504년까지 1000년 넘게 유지됐다. 그런데 이 왕국은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기독교 국가였다. 527년 동로마제국 황제로 즉위한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멸망한 서로마제국 영토를 대부분 수복했다. 이탈리아, 이집트는 물론이고 이베리아 반도까지 진출했다. 자연스럽게 기독교가 확산됐고, 이집트 남쪽 알로디아 왕국까지 이르렀다.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파견한 ‘에세페의 요한’이 543년에 쓴 전도서에 따르면 알로디아의 왕은 귀족들과 함께 직접 세례를 받았고, 백성들에게 세례를 줄 주교 파견을 요청했다. 10세기 후반 이슬람 역사가 이븐 하우칼은 수도 소바를 방문해 “황금으로 가득찬 넓은 정원이 딸린 아름다운 교회가 가득하다”고 적었다. 당시 소바에는 이런 교회가 400개 넘게 있었다고 한다.
알로디아 왕국이 멸망한 뒤 이슬람 세력은 북쪽에서부터 차례로 수단을 점령했다. 기독교인은 남쪽으로 밀려났다. 그러면서 돈 많은 북부 이슬람교인과 가난한 남부의 흑인 기독교인의 갈등이 시작됐다. 영국은 용이한 식민지 지배를 위해 이를 조장하고 부추겼다. 독립과 동시에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된 지독한 내전은 여기서 비롯됐다. 수단은 지금 아프리카 5위의 산유국이다. 금이 매년 100t 넘게 나오는 자원부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돈은 모두 잔혹하게 싸우는 군벌에게 돌아간다. 가장 아름다운 교회를 건설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가장 혹독한 기아와 내전의 공포에 시달린다. 안타까울 뿐이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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