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사람 죽이는 연기 지겨워, 이제 멜로 원해”

임세정 2023. 4. 25.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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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자꾸 나오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했어요. 저도 배우인데 왜 그런 걸(외모) 생각 안 하겠습니까. 그런데 '차무식이니까 괜찮겠다. 배 나오는 놈도 있는거지' 하고 그냥 뒀죠. 푸근하고 좋지 않았나요."

최민식은 "이야기가 방대하기 때문에 내가 '차무식 연기는 이렇게 갈거야'라는 틀을 만들고 변화를 거부하면 안 됐다"며 "등장 인물이 너무 많아 각각의 배우들이 생각하는 캐릭터가 모두 달랐고, 그걸 받아들여 시너지를 내야 했다. 그럴 때 더 좋은 게 나올 수 있는 확률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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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주인공 차무식으로 열연
많은 연기자들이 롤모델로 꼽아
“손석구·이동휘 고시공부하는 줄”
8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 ‘카지노’에서 연기한 배우 최민식이 지난달 24일 인터뷰 도중 웃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배가 자꾸 나오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했어요. 저도 배우인데 왜 그런 걸(외모) 생각 안 하겠습니까. 그런데 ‘차무식이니까 괜찮겠다. 배 나오는 놈도 있는거지’ 하고 그냥 뒀죠. 푸근하고 좋지 않았나요.”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최민식이 조금은 멋쩍은 듯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최민식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카지노’ 시즌 1, 2에서 주인공 차무식 역을 맡아 열연했다. 8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었다.

최민식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 한 여자의 남편이자 주변에 있을 법한 특별할 것 없는 남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영어학원에서 일하던 아주 평범한 사내가 ‘미래를 책임져준다’는 후배의 유혹에 넘어가고 불법 카지노를 운영하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며 “살다보면 원하든 원치 않았든 ‘이상한 데로 간다’ 싶은데도 브레이크가 안 걸리고 흘러가는 경우가 있지 않나. 특별하게 배운 건 없어도 머리는 영민해서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환경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필이면 그렇게 된 인물이 차무식”이라고 했다.

‘카지노’에서 최민식이 중점을 둔 건 유연성이었다. 최민식은 “이야기가 방대하기 때문에 내가 ‘차무식 연기는 이렇게 갈거야’라는 틀을 만들고 변화를 거부하면 안 됐다”며 “등장 인물이 너무 많아 각각의 배우들이 생각하는 캐릭터가 모두 달랐고, 그걸 받아들여 시너지를 내야 했다. 그럴 때 더 좋은 게 나올 수 있는 확률이 컸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아이디어는 곳곳에서 활용됐다. 최민식은 “허성태와 격투신이 있었는데 ‘우리가 너무 많이 봐 온 장면이다. 범죄도시에서도 봤다. 배 나온 차무식이 주먹을 날린다고 허성태가 죽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액션보다는 갈등 구조에 집중하자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나왔고 주먹질보다 현실감을 살린 대사들로 애드리브를 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연기자들이 롤모델로 꼽는 최민식은 이번 작품에서 손석구, 이동휘, 허성태 등 여러 후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내가 선배랍시고 나서서 해야할 일이 없었다. ‘밥그릇 알아서 챙기는구나’ 생각할만큼 배우로서 개념이 확실한 프로들이었다”며 “다들 본인 캐릭터에서 대해 열심히 공부해 왔다. 난 손석구, 이동휘가 고시공부하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배우들의 그런 면이 좋은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열린 마음으로 같이 토론할 수 있는 현장 분위기를 만든 강윤성 감독에게 고마웠다”며 “다른 분들이 나에 대해 칭찬을 하는 것 같지만 난 한 게 없다. ‘현장에서 인상쓰지 말자,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만 했다”고 돌이켰다.

최민식은 ‘올드보이’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등 느와르, 액션 장르의 영화에서 무거운 연기를 많이 선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처럼 따뜻한 드라마 장르를 선택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사람 죽이는 연기는 지겹다. ‘카지노’를 함께 한 이혜영 배우에게 ‘우리 다음엔 멜로하자’고 했다”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서로 포용하고 정을 나누는 작품을 하고 싶다. 자꾸 선택이 그 쪽으로 가는 거 같다”고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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