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과장 대신 매니저·수석… 소통엔 유리·책임회피 부작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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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에 직급 통폐합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른바 '사대과차부'(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로 불리는 전통적인 직급 체계를 벗어나 선임 수석, 매니저 책임매니저 등으로 달라지면서 연공서열에 기반하는 기업 조직문화도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HMM은 책임매니저, 매니저로 단순화했고 팬오션은 7단계(사원~실장)로 구분하던 직급을 4단계(사원·주임·선임·책임)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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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문화 조성에 도움되지만
승진 기회 박탈되는 경우도 생겨
산업계에 직급 통폐합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스타트업이나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시작한 ‘직급 단순화’는 이제 조선업 같은 중후장대 업종(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제품을 생산하는 업종)으로 확산한다. 이른바 ‘사대과차부’(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로 불리는 전통적인 직급 체계를 벗어나 선임 수석, 매니저 책임매니저 등으로 달라지면서 연공서열에 기반하는 기업 조직문화도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달 21일부터 기존 5단계였던 직원 직급을 2단계로 줄였다. 과장·차장·부장은 수석으로, 사원·대리는 선임으로 직급을 통합했다. 효성은 이달부터 사원과 대리를 프로 직급으로 합쳤다. 과장과 차장은 퍼포먼스 매니저(PM), 부장은 퍼포먼스 리더(PL)로 바꿨다. 해운사인 HMM과 팬오션도 올해부터 직급을 각각 2단계, 4단계로 축소했다. HMM은 책임매니저, 매니저로 단순화했고 팬오션은 7단계(사원~실장)로 구분하던 직급을 4단계(사원·주임·선임·책임)로 줄였다.
직급 통폐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에 한차례 바람이 불었다. CJ그룹, 아모레퍼시픽을 시작으로 2010년대엔 삼성 LG SK그룹에서도 직급 통폐합이 이뤄졌다. 최근에는 중후장대 기업들에서 활발하게 번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부터 5단계였던 직급을 2단계(매니저, 책임매니저)로 축소했다. 조선사인 HD현대그룹도 매니저, 선임매니저, 책임매니저로 이뤄진 3단계 직급 체계를 도입했다.
직급 단순화는 뚜렷한 장단점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이다. 상명하복을 뼈대로 하는 위계질서를 파괴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업무를 추진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려는 차원이다. 직급 통폐합과 함께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거나 영어 이름, 별명으로 부르도록 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보고 체계를 간결하게 만들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MZ세대인 젊은 직원과의 소통 강화도 장점 중 하나다. 직급 체계를 간소화한 대기업의 한 직원은 “젊은 직원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임원부터 사원까지 거리감을 좁혀 회사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점도 적지 않다. 연차 차이가 큰 데도 하나의 직급으로 묶이면서 업무 경중에 따라 담당자를 지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업무의 최종 결과에 대한 책임 회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입사 후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승진 기회의 박탈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산업계 관계자는 “선임과 수석으로 단순화하면서 같은 직급 안에서 연차 차이가 최대 12년까지 나기도 한다. 통상 3~5년마다 이뤄지던 대리, 과장, 차장 등으로의 승진이 없어지면서 동기를 부여할 만한 요인도 줄었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직급 체계를 되돌리는 기업도 등장한다. 네이버는 2020년에 2단계 직급 체계 대신 기존과 유사한 5단계 직원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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