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의 행복한 북카페] 프랑켄슈타인, 넌 누구니
최초의 인조인간은 누구일까. 피그말리온, 피노키오…. 비생물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인간의 오랜 소망은 과연 가능할까.
프랑켄슈타인. 괴물·인조인간의 대명사 같지만, 프랑켄슈타인은 그 인조인간을 만든 박사의 이름이다. 과학(자연철학) 소설, SF 장르를 탄생시킨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스무살의 메리 셸리가 쓴 명작이다.
영화·뮤지컬로 접하다가 책으로 읽다 보면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서에 가깝다. 괴물은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의 아바타다. 존재의 고통을 절규한다.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요청했습니까?” 서문의 『실낙원』 인용구가 “왜 낳았어?”처럼 들려 아프다.
작가의 삶은 너무 가혹했다. 지식인이었던 어머니는 작가를 낳다가 죽고, 이후 계모의 차별 속에 독학으로 세상과 언어와 지식과 인간을 공부했다. 그래도 급진적 사상가인 아버지의 지지로 지식인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10대 어린 나이에 많은 고전을 읽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 시인 퍼시 셸리와의 결혼생활 등에도 무너지지 않고 인간 본성의 원리를 깊이 고찰한다.
작가는 ‘쓰레기 같은’ 자아 속에 ‘존경받을 만한’ 자아를 분리해내고 3인칭화한다. 여러 인물 속에 내면의 여러 성격을 각기 투영해냈다. 남동생, 연인, 박사, 절친, 괴물의 입을 통해 다르게 말하고 있지만,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소망은 단 하나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 부탁이야. 지혜로운 친구, 날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단 한 사람이 필요해.” 이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아닌가.
‘순수하고 고결했던 한 존재’가 세상의 벽에 부딪히며 ‘거칠고 악한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자신이 원하는 나의 모습’과 ‘자신이 보는 나’, 또 ‘타인이 보는 나’는 많이 다르다. 사람은 다 아프다. 오늘은 내 안의 괴물을 꼬옥 안아주고 싶다.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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