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가를 꿈꾸었던 계몽주의자
우리에게 계몽주의자로 알려진 장 자크 루소는 젊은 시절 음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음악가가 되려면 천부적인 재능과 함께 어려서부터 음악적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루소는 시계공의 아들로 태어나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를 음악과 무관한 환경에서 보냈다. 청년이 되어 음악에 때늦은 열정을 불태우며 그 시간을 만회하려고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였으나 한계가 있었다.
루소가 음악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던 시절, 프랑스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음악가는 장 필리프 라모였다. 루소는 라모의 인정을 받고 싶어 안달했다. 하지만 라모의 반응은 차가웠다. 웬 ‘듣보잡’이 나랑 똑같은 작곡가 행세를 해? 이런 식이었다. 그러자 루소는 곧 그의 비판자로 돌아섰다. 음악은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라모의 오페라는 너무 부자연스럽고 복잡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면서 그는 라모의 난해한(?) 오페라에 대비되는 자연주의 오페라 ‘마을의 점쟁이’를 작곡했다.
‘마을의 점쟁이’가 보여준 소박한 음악은 그동안 전문가와 아마추어 사이에 놓였던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라모 수준의 곡을 쓸 수 없었던 루소는 자신 같은 아마추어가 기존의 무기를 가지고는 도저히 라모 같은 전문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기존 음악가들의 ‘전문성’을 정신적인 내용이 없는 과도한 형식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러고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명제를 내세우며 계급 구별 없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따라 할 수 있는 ‘소박한 오페라’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작곡가로서 루소의 능력이 라모와 견줄 수 있을 만한 것이었을까. 혹시 자신의 딜레탕티즘(예술·학문을 취미 수준으로 즐기는 자세)을 감추기 위해 자연주의라는 그럴듯한 명제 뒤에 몸을 숨긴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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