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프라미스’…수단 교민 28명 구출 성공
24일(현지시간) 열흘째 군벌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수단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28명 중 한국행을 희망한 26명이 25일 오후 4시 서울공항에 도착한다. 나머지 두 명은 본인들의 희망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머물 예정이다.
임종득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이날 밤 긴급 브리핑에서 “수단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28명이 포트수단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군용기에 탑승했다”며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이동, 대기 중인 대형 수송기 KC-330에 탑승한 후 서울공항으로 직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단 교전지서 800㎞ 버스 이동…일본인 수명도 함께 구출
임 차장은 “10여 일간의 수단 내 무력 충돌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작전명 ‘프라미스(promise)’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우리 국민 28명 전원이 안전하게 위험지역을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수단의 수도 하르툼 한국대사관에 집결해 있던 우리 국민 28명은 지난 23일 하르툼을 출발, 육로로 북동쪽으로 800㎞ 떨어진 홍해 연안 항구도시 포트수단으로 이동했다.
지난 22일 수단 인근 국가 지부티 미군기지에 도착해 대기 중이었던 공군 수송기 C-130J ‘슈퍼 허큘리스’는 포트수단으로 다시 이동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와 공군 공정통제사(CCT), 경호요원, 의무요원 등 50여 명도 함께 이동했다. 교민들이 1200㎞ 떨어진 지부티보다는 800㎞ 떨어진 포트수단으로 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전날 오전 군 당국이 추가로 파견한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는 24일 오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에 도착했다. KC-330 ‘시그너스’는 300여 명의 인원과 47t가량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항속거리가 1만5000㎞에 달해 전 세계 어디에서도 국내 철수 작전이 가능하다. KC-330은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됐을 때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와 가족 390여 명을 구출하는 ‘미라클 작전’을 수행했다.
현지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 청해부대 소속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도 포트수단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었다.
이날 대통령실은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임 차장은 “이번 프라미스 작전 전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으며 국빈방문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도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관련 사항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로 국빈방문 길에 동행하지 않고 잔류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1일부터 가동해온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 회의를 이날 하루에만도 6차례 개최했다. 이관섭 수석은 오후 브리핑에서 “정부는 수단 교민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또 저녁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후 9시40분(한국시간) 수단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28명을 태운 버스가 현재 우리 군용기가 기다리고 있는 포트수단 국제공항에 진입했다”고 실시간으로 알렸다.
이날 우리 국민 출국 과정에선 수단에 체류 중인 일본인 수 명도 함께 동행했다. 임 차장은 “프라미스 작전 과정에서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우방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았으며 이와 관련해 깊은 사의를 표한다”며 “특히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국빈방문한 형제의 나라 UAE의 역할이 컸으며, 일본인 수 명도 동행해 안전하게 철수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도 각국의 필사적인 자국민 철수 시도가 이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 서방국가들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국가들이 수단 내 외교관을 포함한 자국민 철수 작전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날 군용기를 이용해 700여 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군용기도 여러 국적의 피란민을 태우고 수단에서 인근 요르단으로 향했다고 네덜란드 외무부가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성공적으로 철수작전을 진행해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의 EU 시민이 대피했다”고 말했다.
이번 유혈사태는 수단 정부군의 ‘1인자’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을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무력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유엔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민간인을 포함해 420여 명이 사망하고 37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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