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정상, 미·중 충돌에 끼인 한국 경제 배려책 도출해야
반도체지원법과 IRA 독소조항 시정 필요
미·중 패권 경쟁에 희생양 되는 일 없어야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미국 국빈 방문엔 풀어야 할 경제 현안이 많다.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122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하는 것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미 간 경제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주도 공급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배려책이 실효성 있게 도출돼야 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수백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진행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랑하는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엔 한국 기업들이 상당한 기여를 해 왔다.
미·중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는 한국 경제의 리스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백악관이 베이징과의 반도체 전쟁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참여시키려 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는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FT는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 중국 내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그 갭을 메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마이크론 제재로 인한 손실을 피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계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난감해지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삼성은 전체 낸드플래시의 40%를, SK는 D램의 45%를 중국에서 생산 중이다. 만약 보도대로 중국이 반도체 공급 확대를 요구할 경우 두 회사는 달갑지 않은 선택의 갈림길에 처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1년 유예 조치가 올 10월이면 끝난다는 점도 두 기업의 고민이다. 중국 공장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미국으로부터 유예 조치의 연장을 받아야 한다.
동맹인 미국의 요구도 살펴야 하고, 시장과 공장이 있는 중국의 눈치도 봐야 하는 게 우리 기업들의 처지다. 국가적으로도 미국 주도 공급망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으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관계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더욱 한국 경제가 미·중 패권 경쟁의 희생양이 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70주년의 한·미 동맹은 그러한 인식 위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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