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러시아서 발 빼는데, 은행은 호실적 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현지 진출 기업은 생산을 중단하거나 철수를 고려하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은 오히려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 제재로 한국계 은행에 자금이 몰리고, 러시아 기준금리가 급등해 운용 수익이 늘어나는 등 ‘반사이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러시아법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60억원, 당기순이익은 1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보다 각각 176%, 140% 늘어난 금액이다. 총자산도 2021년 말 5220억원에서 지난해 말 7860억원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하나은행 러시아법인도 지난해 영업이익은 163억원, 당기순이익은 139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58%, 148% 증가했다. 총자산은 같은 기간 7256억원에서 1조2081억원으로 66% 늘었다.
두 은행의 러시아법인은 현지 자동차와 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 확대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고 설립됐다. 이후 한국계 기업과 주재원·교민은 물론, 일부 현지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영업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 등 국내 기업들이 러시아 현지 생산을 중단하고 철수를 검토하는 데다 국제사회가 대러시아 금융제재에 돌입하면서다. 그렇다고 러시아에서 법인 인가나 금융업 승인을 받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지 법인의 문을 쉽게 닫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을 집계한 결과 우리·하나은행 러시아법인 모두 외형과 수익이 모두 급증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일시적인 반사이익으로 풀이한다.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은행들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자 우리·하나은행 러시아법인에 한국계 기업 등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렸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은행들의 운용수익이 많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우리·하나은행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운용수익 증가, 예수금 유치 경쟁력 강화 등으로 이자이익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이런 실적 호조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러시아 현지법인의 자산 확충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현재 한국계 기업 금융 지원을 위해 법인을 유지 중이며, 향후 상황 급변 시 컨틴전시(비상) 플랜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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