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적장으로 사자굴 쳐들어가다

두산 이승엽 감독(오른쪽)이 25일부터 고향 대구로 내려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한때 자신을 열렬히 응원했던 삼성팬들과 적이 되어 처음 만나는 자리다. [뉴스1]

‘라이언 킹’ 이승엽(47)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더그아웃에 서 있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 자리가 원정팀 더그아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28년 만에 처음으로 보는 ‘진풍경’이 된다. 25일 시작하는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시즌 첫 3연전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승엽 감독은 삼성 구단 역사상 가장 빛나는 스타다. 대구의 야구 명문 경북고를 졸업한 뒤 1995년 고향 팀 삼성에 입단했다. 이후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 467개를 때려내면서 한국 최고 타자로 우뚝 섰다. 그의 등 번호 36번은 삼성 구단 영구결번으로 남았고, 삼성라이온즈파크 오른쪽 외야 담장엔 여전히 ‘이승엽 벽화’가 그려져 있다.

삼성이 낳은 최고 스타 이승엽이 올해 두산 감독으로 전격 부임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삼성이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대구를 방문하게 됐다. 이 감독은 “이목이 쏠리는 게 당연하다. 대구에 있는 지인들도 이미 ‘예매했다’고 연락을 주셨다”며 “프로야구가 인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이번 3연전이 조명되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웃어 보였다.

이 감독은 대구에서 1976년생 동갑인 박진만 삼성 감독과도 처음 ‘적장’으로 만나게 됐다. 둘은 현역 시절 각각 ‘국민 타자’와 ‘국민 유격수’로 불린 국가대표 주축 내야수였다. 이 감독은 “다른 9개 구단을 똑같은 시각으로 봐야 하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삼성과 대구에서 경기하면 특별한 감정을 느낄 것”이라며 “그래도 경기가 시작되면 두산의 승리만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 KBO리그 팀순위(24일)

25~27일 잠실구장에선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친정팀’ SSG 랜더스를 맞닥뜨린다. 염 감독은 2019년과 2020년,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의 감독으로 활약했다. 그에 앞서 2017~2018년엔 단장을 맡았다. 4년간 열정을 쏟아부었던 팀과 ‘적’으로 재회하게 된 셈이다. 염 감독의 후임으로 SSG 지휘봉을 잡은 김원형 감독과는 첫 벤치 대결이다.

공교롭게도 24일 현재 SSG가 12승 6패(승률 0.667)로 1위, LG가 13승 7패(승률 0.650)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3일 SSG가 키움 히어로즈를 꺾고, LG가 한화 이글스에 패하면서 1위와 2위가 바뀌었다. 개막 전부터 우승 후보로 분류됐던 두 팀이 첫 대결부터 선두 자리를 다투게 돼 더욱 눈길을 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