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침대 대신 매출 일부 기부…독특한 침대회사

유지연 2023. 4. 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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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호 시몬스 대표가 19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시몬스 청담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침대 안 파는 철물점, 경기도 이천의 농·특산물 직거래 시장, 그로서리(식료품) 스토어….

침대 회사 같지 않다. 최근 5~6년간 시몬스가 보여준 활동에는 독특한 면이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시작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기부만 해도 그렇다. 침대 회사니 병원에 침대를 기부하는 것이 쉬운 방법일 텐데, 기부를 위해 일명 ‘ESG 침대’를 출시하고 판매 금액의 일부를 적립하는 ‘제품 펀딩’ 방식을 선택했다.

“매일 침대에서 생활하니, 침대가 지옥 같다는 환자들에게 침대를 줄 수는 없겠더라고요. 대신 매년 3억원을 기부하고, ‘뷰티레스트 1925’ 침대가 판매될 때마다 소비자가격의 5%를 적립해 추가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청담동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안정호(52) 시몬스침대 대표를 만났다. 편안한 캐주얼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안 대표와 요즘 기업들의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시몬스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안 대표는 에이스침대 창업자인 안유수 에이스경암 이사장의 차남이다. 지난 1998년 시몬스에 입사, 2001년 대표 자리에 올랐다. 당시 연 매출은 200억원 남짓. 직원도 제조 직군 포함 130여 명 정도였다. 약 20년 만에 매출은 3000억원에 육박, 직원도 630여 명으로 늘었다.

안 대표는 이 같은 성장에 대해 “세상 변화에 민감하게 따라간 것”을 비결로 꼽았다. 시몬스는 직원 평균 연령이 34세인 젊은 회사로 통한다. 시몬스의 고객도 젊어지기 시작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 2020년에는 서울 성수동에 시몬스 150주년 기념 팝업 매장 ‘하드웨어 스토어(철물점)’을 열면서 젊은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이후 침대는 나오지 않고 ‘매너가 편안함을 만든다’는 메시지의 독특한 광고, 청담동 그로서리 스토어(기념품 판매점) 운영 등 파격 행보로 이목을 끌었다. 안 대표는 이런 시몬스의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광고 스토리보드도 직접 챙긴다.

이런 방향성은 경기도 이천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에서 지난 2018년부터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인 ‘파머스 마켓’으로 확고해졌다. 경기도 시골에서 시몬스가 하는 일들이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2030이 시몬스 테라스에 몰려 전국구 나들이 명소가 됐다. 시몬스를 ‘힙한 브랜드’로 등극시킨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안 대표는 “소비자들이 즐겁고, 사회에 공헌도 하고, 결과적으로 시몬스에도 좋고, 이렇게 윈윈하는 방향으로 가면 ESG도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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