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귀국했지만, 당 일각 “윤관석·이성만 출당 불가피”

위문희, 정용환 2023. 4. 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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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이 연루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며 “검찰이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탈당 의사를 밝힌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조기 귀국했다.

송 전 대표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로 인해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제가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또한 “검찰은 주위 사람들을 불러서 주변을 돌기보다는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 응하겠다”며 “저 송영길은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절대 회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을 몰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이제 도착했으니까 상황을 파악하겠다”고만 답했다. 입국장은 “송영길은 청렴하다” 등을 외치는 지지자들과 “송영길 구속”을 외치는 비판적인 시민의 목소리가 서로 높아지며 소란이 빚어졌다.

검은 뿔테 안경을 낀 송 전 대표는 현지 공항에서 출국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 손에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American Prometheus)』 영어 원서를 들고 귀국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연구교수 자격으로 파리에 머물렀던 송 전 대표는 당초 귀국 시점인 7월 초보다 두 달 남짓 일찍 귀국했다. 그는 당분간 서울 송파구 자택에 머무를 예정이다.

송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조기 귀국 요청을 수용하고 자진 탈당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선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제 관심은 돈봉투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당내 현역 의원의 거취 문제로 쏠린다.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이 의원을 출당시켜야 한다고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한 언론은 김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송 전 대표 귀국 직후 이 대표 주재로 열린 고위 전략회의에서도 ‘돈봉투 의혹’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당 지도부가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당내에선 윤·이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예상되는 만큼 출당 조치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미 두 의원의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렸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녹취록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자기들이 민주당을 자진 탈당하고, 만약에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이재명 대표는 출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특별조사기구 구성 요구에도 당 지도부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기류다.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조사가 어렵고, 만약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셀프 면죄부’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친명계 의원은 “조사기구에 불려갔다는 자체만으로도 관련 의혹에 연루됐다는 인상을 줘 파장이 커진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 지도부가 송 전 대표의 사태 수습과 윤·이 의원의 자진 탈당만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복수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내 강경파 ‘처럼회’ 소속 한 의원이 “돈봉투 문제는 대의원제 때문에 생긴 것이니 이참에 당원 중심으로 바꾸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런 강경파 움직임에 대해 “돈봉투 의혹을 계기로, 내년 총선 경선 때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같은 강성 권리당원 지분을 늘리려 하는 것”이란 비판도 당내에서 나온다.

위문희·정용환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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