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SMC, 미국공장 아직 완공도 안 했는데 채용 경쟁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법인은 지난달부터 현장직과 팹(반도체 공장) 엔지니어링, 인프라 기술팀, 혁신팀, 제조 엔지니어링 등 429개 분야에 걸쳐 직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오스틴 공장뿐 아니라 새로 짓는 테일러 공장에 필요한 인력까지 채용 공고에 포함했다. 공장 완공 전에 미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는 TSMC 역시 61개 분야에서 주요 인력을 채용 중이다. 3개월~1년간 대만에서 연수를 받는다는 조건이다. 공장 완공 전 미리 채용해 대만에서 교육 후 현장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국적에는 제한이 없으며 학력 조건은 고등학교 졸업부터 석·박사까지 다양하다.
글로벌 반도체 지각 변동으로 인재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 반도체 정책의 핵심 인물인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반도체 산업 행사에서 “수년 내 반도체 기술자가 매년 10만 명씩 부족할 것”이라며 “우리는 훨씬 진지해야 하며 새로운 파이프라인(프로젝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짓 마노차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회장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에서 30만 명분의 노동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는 과소평가된 것”이라며 “미국 반도체 산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50만~60만 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만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대만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달 산업정책백서를 통해 “이공계 학생 비율이 계속 감소하는 데다 저출산으로 ‘인재 창고’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TSMC 공장을 건설 중인 구마모토현을 언급하며 “(구마모토현이 있는) 규수에서만 매해 1000명 이상의 일손이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계는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자국 중심화’를 꼽았다. 각국이 생산 거점을 자국으로 옮기며 반도체 인력에 대한 수요가 치솟고 있지만, 주요 교육기관에서 인재를 배출하는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각국은 급한 대로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문턱을 낮추고 있다. 왕메이화 대만 정부 경제부장은 “글로벌 톱500 대학을 졸업한 인재는 근무 경력이 없어도 대만 반도체 기업의 면접을 통과하기만 하면 취업비자를 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 2월 글로벌 톱100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일본에서 최장 2년 동안 자유롭게 거주하며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구직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인텔·글로벌파운드리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은 지난해 8월 칩스법 통과 직후 미 의회에 ‘이공계 석·박사 학위 소유자에 한해 국가별 상한 규정 없이 영주권을 발급해 줘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 역시 지난해 말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전문인력 유치를 위한 ‘E-7-S’ 비자를 신설하고, 글로벌 톱500(QS 기준) 대학 출신에게 비자 심사 시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은 우수 학생이 의대를 가는 구조에서 인력을 배출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지금보다 3~10배 정도 예산을 더 들여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리·김수민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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