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소련 국가 향해 “주권국 지위 없다” 파문
중국이 유럽연합(EU) 고위 인사의 대만해협 순찰 제안에 대해 “굴욕을 자초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반면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는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 “국제법상 주권국가 지위가 없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24일자 사설에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유럽 각국 해군의 대만해협 순찰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매우 도발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장기간 시대에 뒤떨어진 노인처럼 유럽 군함들이 그들의 힘을 태평양에서 과시하고 싶어 한다면 그 결과는 당혹스러운 실패뿐일 것”이라며 “조국을 수호할 강력한 힘을 가진 인민해방군은 도발과 힘자랑을 해오는 유럽 군함에 눈살을 찌푸릴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반발한 건 보렐 대표가 23일 프랑스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슈에 쓴 기고문 때문이다. 보렐 대표는 기고문에서 “(대만은) 우리와 경제·상업·기술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유럽 해군이 대만해협을 순찰해 ‘항행의 자유’에 대한 유럽의 헌신을 보여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보렐 대표는 또 이날 트위터에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 대사의 “옛 소련 국가에 주권이 없다”는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독립한 국가들의 주권을 문제 삼는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고 적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루 대사는 지난 21일 프랑스 방송 TF1 인터뷰에서 ‘2014년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를 국제법상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간주하느냐’는 질문에 “크림반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 영토의 일부였으며 전 소련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것”이라면서 “옛 소련 국가들은 주권을 구체화한 국제 합의가 없기에 실질적으로 국제법상 주권국가의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루 대사의 발언은 큰 파문을 낳았다.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부정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데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의 지위마저 인정하지 않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은 24일 자국 주재 중국 대사를 나란히 초치해 루 대사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의 주권국 지위를 존중한다”고 해명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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