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소련 국가 향해 “주권국 지위 없다” 파문

이승호 2023. 4. 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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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사예 주프랑스 중국 대사는 지난 21일 프랑스 방송사 TF1에 출연해 “옛소련 국가들은 주권을 구체화한 국제 협약이 없기에 실질적으로 국제법상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 TF1 트위터 캡처

중국이 유럽연합(EU) 고위 인사의 대만해협 순찰 제안에 대해 “굴욕을 자초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반면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는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 “국제법상 주권국가 지위가 없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24일자 사설에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유럽 각국 해군의 대만해협 순찰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매우 도발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장기간 시대에 뒤떨어진 노인처럼 유럽 군함들이 그들의 힘을 태평양에서 과시하고 싶어 한다면 그 결과는 당혹스러운 실패뿐일 것”이라며 “조국을 수호할 강력한 힘을 가진 인민해방군은 도발과 힘자랑을 해오는 유럽 군함에 눈살을 찌푸릴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반발한 건 보렐 대표가 23일 프랑스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슈에 쓴 기고문 때문이다. 보렐 대표는 기고문에서 “(대만은) 우리와 경제·상업·기술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유럽 해군이 대만해협을 순찰해 ‘항행의 자유’에 대한 유럽의 헌신을 보여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보렐 대표는 또 이날 트위터에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 대사의 “옛 소련 국가에 주권이 없다”는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독립한 국가들의 주권을 문제 삼는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고 적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루 대사는 지난 21일 프랑스 방송 TF1 인터뷰에서 ‘2014년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를 국제법상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간주하느냐’는 질문에 “크림반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 영토의 일부였으며 전 소련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것”이라면서 “옛 소련 국가들은 주권을 구체화한 국제 합의가 없기에 실질적으로 국제법상 주권국가의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루 대사의 발언은 큰 파문을 낳았다.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부정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데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의 지위마저 인정하지 않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은 24일 자국 주재 중국 대사를 나란히 초치해 루 대사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의 주권국 지위를 존중한다”고 해명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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