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3시간·김밥 40줄’…수단 교민들 탈출 성공기

장은현,박준상 2023. 4. 2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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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의 한국 외교관과 교민 28명이 교전 중인 수도 하르툼을 탈출해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이들은 33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북동부 항구도시 포트수단으로 1180㎞를 이동한 뒤 한국 군용기에 탑승해 수단을 빠져 나왔다.

교민 A씨 등에 따르면 남궁환 주수단 대사를 포함한 외교관과 교민들은 전날 새벽 5시 30분쯤 주수단 한국대사관에서 탈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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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교민 28명 포트수단까지 1180㎞ 이동
한국 군용기 타고 사우디 제다 거쳐 귀국
수단을 탈출한 교민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에 도착해 사우디군 관계자의 환영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수단의 한국 외교관과 교민 28명이 교전 중인 수도 하르툼을 탈출해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이들은 33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북동부 항구도시 포트수단으로 1180㎞를 이동한 뒤 한국 군용기에 탑승해 수단을 빠져 나왔다.

교민 A씨 등에 따르면 남궁환 주수단 대사를 포함한 외교관과 교민들은 전날 새벽 5시 30분쯤 주수단 한국대사관에서 탈출을 시작했다. 처음엔 도착지 포트수단까지 차로 13~15시간 걸리는 820㎞ 경로를 이용할 예정이었지만 안전을 위해 돌아가는 경로로 바꿔 이동에만 약 33시간이 걸렸다. 하르툼에서 동부 도시 카살라를 거치는 1180㎞ 경로였다. A씨는 “수도 밖으로 이동하던 중 총격 소리가 한 차례 들려 일시 정지한 뒤 다시 움직였지만 그 이후부터는 검문소를 큰 문제 없이 통과했다”고 말했다.

포트수단 국제공항에 진입한 시간은 현지시간으로 24일 오후 2시40분(한국시간 오후 9시40분)이었다. 외교관과 교민 일행은 공항 내 검문을 거쳐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를 타고 사우디 제다로 이동했다. 이어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로 갈아타고 귀국 중이다. 당장 귀국을 원하지 않은 2명은 제다에 머무를 예정이다.

이들이 육로로 이동하는 동안 수단 신속지원군(RSF)과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이 이들이 탑승한 45인승 버스를 호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버스에는 일본인 5명도 동승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하르툼에서 시 외곽으로 이동할 때는 오토바이를 탄 RSF가 일행을 지켰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부터는 UAE 대사관 차량이 이들을 에스코트했다.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 간 교전이 격화하고 있는 수도 하르툼의 한 거리에서 23일(현지시간) 파손된 차량 옆 건물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른 나라 국민이 탑승한 버스 약 7대도 함께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을 위해 유엔 직원과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도 이들과 동행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호위 차량의 타이어가 여러 차례 펑크가 나면서 이동이 지연됐다.

긴 이동 시간 탈출 일행은 미리 준비한 김밥 40줄과 경단 떡을 먹으며 버텼다고 한다. A씨는 “교민들이 비상식량으로 갖고 있던 과자와 라면, 오징어포, 인삼차 등을 서로 나눠 먹었다”면서 “화장실에 가기 어려워 (음료 등을) 많이 먹는 것은 피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이 대사관에 모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남궁 대사의 위험을 무릅쓴 노력 덕분이었다고 A씨는 말했다. 남궁 대사는 탈출 3일 전부터 교민을 일일이 찾아 차량에 태워 대사관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한국대사관 인근에서 격전이 벌어진 탓에 도보 이동은 생각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탈출하는 탑승 수단 안에서 대부분 교민은 잠을 자는 모습이었다. A씨는 “지난 15일 교전이 시작된 뒤부터 교민들은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며 “집 안으로 총알과 탄피가 날아들어온 경우도 있어 계속 긴장한 채로 지냈다”고 말했다. 전기와 수도가 끊겨 교민들은 한동안 큰 불편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빈집 털이범이 생겨 외출하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A씨는 하르툼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이 안정됐지만 남아 있는 수단 국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그는 “탈출 직전까지 현지인과 통화했는데 외국인인 제 안전을 더 걱정해줬다”며 “교전이 빨리 끝나고 안정을 되찾기를 소망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장은현 박준상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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