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대박주’로 본 에코프로의 미래…역대 급등주 35개 중 89%는 반 토막 조정 [스페셜리포트]
그야말로 광풍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에코프로 얘기다.
올해 주식 시장 최대 화제어가 ‘에코프로’라는 점은 증권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왜 에코프로를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았느냐”는 비난과 함께 옷을 벗은 매니저도 있다. 에코프로 주가가 과열됐다고 판단하고 ‘쇼트(공매도)’를 쳤던 운용사는 멈추지 않는 상승세에 큰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코스닥 멱살 잡고 끌어올린 ‘에코프로’
6만원대서 82만원까지 ‘수직 상승’
에코프로 광풍은 숫자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한국거래소가 2000년 1월 1일부터 지난 4월 14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하루 거래대금 상위 종목을 분석한 결과, 4월 10일 에코프로비엠 거래대금이 2조6566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역대 3위에 오른 종목도 에코프로다. 지난 4월 13일 주가가 내려가자 차익 실현에 나선 매도 세력과 추가 매수에 나선 세력이 일제히 거래에 가담하며 하루 거래대금이 2조5974억원에 달했다.
과열 양상이 뚜렷해 보이지만 매니저는 매도 보고서를 섣불리 내지도 못하고 속만 태우고 있다. 개인 투자자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하나증권, 하이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은 최근 에코프로그룹주 주가가 과도하다며 ‘매도’ 혹은 ‘중립’ 의견의 리포트를 내놨다.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030년의 실적까지 주가에 반영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현재 좋은 주식이라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이투자증권도 “지금의 주가 흐름은 기업 본연의 가치와 밸류에이션을 무시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그러자 이들 회사에는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투자자의 민원 전화와 항의 문자가 쏟아졌다.
100배 뛴 새롬기술…IT 버블 붕괴 끝은 허망
다음·한컴·마크로젠도 급등 뒤 급락
그러나 급등주가 영원할 수 없다. 국내 주식 시장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기업 기초 체력이 탄탄한 기업이나 실적 없이 테마를 타고 단기 급등한 주나 마찬가지다. 급등 이후 얼마나 조정받는지가 달랐을 뿐이다. 실적 좋은 기업은 하락폭이 낮았고, 테마주는 존재감이 없어질 정도로 무너지거나 아예 시장에서 사라졌다. 매경이코노미는 대신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 등과 손잡고 ‘K-급등주’를 분석해봤다.
역사적으로 증시를 이끈 주도주들은 여럿 있었다. 다만 시대별 특징은 달랐다. 주가가 치솟은 기간과 상승률, 하락률 등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과거 주도주를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기 위해 유·무상증자나 액면분할 등에서 나타나는 주식 가격 차이를 반영한 수정주가를 적용했다.
먼저 26년 전으로 시계추를 되돌려보자. 1997년 12월 한국은 IMF 외환 사태라는 큰 국가 위기를 맞았다. 내로라하는 재벌 그룹이 나가떨어졌다. 국내 주식 시장은 무너졌다.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쉽게 나올 정도의 패닉 상태였다. 하지만 1998년 김대중정부가 들어선 뒤 예상 밖의 상승장이 이어졌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벤처 육성책을 내놨고 이내 IT 붐이 일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몇몇 IT 기업 주가가 3~6개월 사이 1000% 이상 치솟았다.
40대 이후 투자자라면 잊지 못할 이름이 ‘다이얼패드’라는 무료 국제 통화 서비스를 들고 나타난 ‘새롬기술’이다. 새롬기술은 1999년 8월 1491원 가격에 상장됐다. 이후 9연상을 치더니 최고 14만3000원까지 무려 100배가 뛰었다. 당시 새롬기술 시가총액은 3조원에 육박했다. ‘금호·롯데·동아·코오롱그룹’을 합친 재계 서열 7위였다.
하지만 하락 속도도 빨랐다.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약 7개월 남짓 상승하다 10개월간 추락해 5000원대로 미끄러졌다. 새롬기술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현재 ‘솔본’으로 남았다.
새롬기술뿐 아니다. 한글과컴퓨터, 마크로젠 역시 IT 붐의 중심에 섰다. 한글과컴퓨터는 1999년 10월 8일 1만9040원에서 같은 해 12월 22일 26만7310원으로 주가가 88일간 껑충 뛰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무려 1303%다. 하지만 IT 버블이 꺼지며 2000년 12월 1만1000원대로 고꾸라졌다. 다음, 한글과컴퓨터, 새롬기술 세 종목의 주가 상승 기간은 평균 4달 정도였다.
각각 3년 장기 랠리지만 결국 조정
IT 버블 이후에도 주도주 장세는 수차례 있었다. 2003~2007년은 ‘중국’이라는 키워드가 주식 시장을 휘감았다. 중국의 경제가 살아나며 국내 조선업이 수혜를 입게 됐다. ‘30년 만의 호황’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도 따라붙었다. 실적도 좋았다. 조선·해운 전문 시장조사기관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2005년 한국은 1450만CGT를 수주, 세계 제1위를 기록했다. CGT는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종의 용량을 일반 화물선 기준으로 보정한 총 t 수다. 850만CGT를 기록한 EU, 700만CGT의 중국, 620만CGT에 머문 일본을 큰 차이로 따돌린 것이다.
주가도 급등했다. 2003년 10월 4500원이었던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4년 뒤 19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실적이 뒷받침되기는 했지만 과열 국면인 것도 분명했다. 현대미포조선은 고점을 친 이후 정확히 1년 만에 3만5000원대로 추락했다. 이 밖에, 삼성중공업이 저점 대비 고점이 10배에 달했고(3681원 → 3만9892원), 대우조선해양(11만8500원 → 64만원), 포스코홀딩스(14만500원 → 76만5000원) 등이 만만치 않은 상승세를 보였다.
‘차·화·정’이라는 전례 없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시기도 있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다. 이때 자동차, 화학, 정유주가 날았다. 2011년 시가총액 상승 ‘톱(top)10’ 기업은 온통 이들 업종이었다. 외국인은 물론 국내 기관 투자자가 앞다퉈 매수했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LG화학,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S오일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 봐도 실적 좋은 국내 대표 기업이지만 역시 거품이 끼어 있었다. 롯데케미칼은 2008년 11월 3만5000원대에서 2011년 8월 43만원대까지 뛰었지만, 결국 13만원대로 미끄러졌다. 태양광 스타 기업인 OCI는 4만원대에서 64만원까지 폭등했지만,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중국주와 차화정은 평균 3년 정도 장기간 랠리를 이어갔다는 점이 특징이다.
셀트리온·한미약품·코오롱생명과학
차화정 이후 주도주로 떠오른 화장품주 강세는 1~2년간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과 한국콜마는 나란히 2013년 10월 18일 저점을 기록한 후 2015년 여름 고점을 기록했다. 8만5000원이었던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7월 45만원까지 올랐다. 623일간 431% 오른 것. 한국콜마는 2013년에서 2015년까지 약 609일 동안 5배로 올랐다. 코스맥스는 이들보다 다소 늦은 2014년 4월 7일부터 주가가 뛰었다. 당시 6만4232원이었던 주가는 451일 뒤 2015년 7월 2일 22만797원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243%다. 이들 세 종목은 평균 561일 동안 주가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후 개미 투자자의 주목을 받은 산업은 바이오(2015~2018년)다. 역대급 랠리를 기록한 IT 버블 때와 비교해 주가 상승률은 낮지만, 강세장이 이어진 기간은 당시와 가장 유사하다. 셀트리온 3형제가 선두였다. 이 밖에 한미약품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오롱생명과학 등이 국내 주식 시장을 이끌었다.
셀트리온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바이오시밀러’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안착시킨 주역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을 신봉하는 개미 투자자가 많았던 만큼, 개인 투자자가 셀트리온 상승세를 이끌었다. 셀트리온은 2017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약 7개월간 270% 넘게 올랐다. 셀트리온제약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모두 2018년 1월 고점을 기록하며 각각 497%, 23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저점을 찍은 지 각각 577일, 585일 만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5년 퇴행성 관절염 치료 신약인 ‘TG-C(인보사)’의 임상 3상 승인 소식에 2015년 4만원대였던 주가가 그해 여름 20만원을 넘보기도 했다. 과열론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이 같은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는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인보사 성분이 문제가 돼 국내 허가가 취소됐고 이후 나락의 길을 걸었다.
한미약품 역시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의 라이선스 계약 체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2015년 3월 10만원대였던 주가는 그해 11월 70만원을 터치했다. 한미약품 주식 가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창업주인 故 임성기 회장은 국내 주식 부호 순위 상위권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헬릭스미스 주가 역시 2015년 2월 4만8300원에서 12월 21만7600원까지 올랐다. 주가가 350% 오르는 데 걸린 기간은 295일이다.
신라젠은 화제성만큼이나 그늘이 짙었던 종목이다. 2016년 12월 상장 이후 항암제 개발 호재로 1년 새 560% 넘게 급등했다. 시가총액이 한때 10조원을 넘을 정도였다. 그러나 2020년 문은상 전 대표가 경영진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 정지 결정을 받는 등 심한 부침을 겪었다. 엠투엠으로 대주주가 바뀐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6700억원대(4월 19일 기준)로 추락했다.
코로나19도 급등 장세를 가져왔다. 주도주는 이른바 비대면주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며 화상 회의나 클라우드 등 IT주가 주목받았다. 국내 양대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했다.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급등하며 ‘네·카 시대’를 열기도 했다. 코로나19 발발 당시인 2020년 3월 15만원대였던 네이버 주가는 10월 45만원까지 뛰었다. 카카오 역시 같은 기간 2만9900원에서 16만9500원까지 466% 상승했다.
2023년 이차전지·로봇·AI 주도
‘역대급 상승’ 에코, 과열주의보
일부 업종이나 종목이 증시를 주도하는 현상은 2020년대도 여전히 이어진다. 과거에도 시기별로 시장을 주도하는 업종이 다르듯이, 2020년대도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 등 연도별 주도하는 업종에 차이가 있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진단키트, 메타버스 등의 테마가 시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팬데믹이 마무리되고 급격한 금리 인상이 시작되며 주식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2023년 역시 우려 속에 출발했지만, 예상보다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배경에는 역시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들이 있다.
올해 증시를 이끈 업종은 인공지능(AI), 로봇, 이차전지다. 지난해 말부터 생성형 AI인 ‘챗GPT’ 열풍이 불며 AI 관련주에 자금이 몰렸다. 코난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이다. AI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코난테크놀로지는 챗GPT 관련주로 엮이면서 올해 1~2월 주가가 무려 413% 치솟았다. 올해 1~2월 국내 증시에서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종목이다. 이 기간 셀바스AI(336%), 오픈엣지테크놀로지(242%), 에스비비테크(223%), 알체라(166%), 솔트룩스(149%), 딥노이드(146%), 비트나인(113%) 등도 주가가 급등했다.
로봇 역시 연초 국내 주식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테마 중 하나였다. 대기업 투자 소식이 속속 전해지며 로봇 업체 주가 랠리가 이어졌다. 특히 연초 삼성전자의 투자 소식이 전해진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1~2월에만 주가가 168% 급등했다. 뉴로메카(156%), 로보스타(83%), 로보티즈(75%), 유진로봇(48%), 유일로보틱스(28%) 등도 이 기간 주가가 치솟았다.
에코프로, 3년간 14만~39만원대 하락할 수
최근 시장 주도주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이차전지다. 특히 에코프로의 주가 상승률과 기간을 감안하면 과거 새롬기술을 연상케 할 정도다. 올해 10만3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에코프로는 지난 4월 14일 주가가 82만원을 기록했다. 103일간 696% 올랐다. 2020년 이후 저점인 2020년 3월 19일 종가 1만3900원과 비교하면 1121일간 주가가 무려 5799% 치솟았다.
역사적으로 봐도 에코프로 주가 상승률은 손에 꼽힐 만한 수준이다. 300일 이내에 500% 이상 주가가 오른 종목은 셀트리온제약, 한미약품, 다음, 한글과컴퓨터, 새롬기술 정도다. 그중에서도 109일 동안 주가가 509.7% 오른 셀트리온제약이 에코프로의 올해 주가 추세와 가장 유사하다. 기간을 넓히면 269일 동안 주가가 687% 오른 한미약품도 유사 그룹으로 볼 수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고점을 기록한 후 577일간 주가가 72% 하락하는 조정 기간을 거쳤다. 한미약품도 고점 이후 1397일간 주가가 60% 하락했다.
이를 에코프로에 적용하면 82만원을 기록한 이후 저점까지 약 1년 반에서 길게는 3년 이상 조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셀트리온제약과 한미약품의 낙폭을 에코프로에 적용할 경우, 22만5500~32만4720원까지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기준을 바꿔 1000~1500일 랠리가 지속되고, 이 기간 주가가 1000% 이상 상승한 종목을 꼽으면 현대미포조선, 기아와 비교할 수 있다. 고점을 찍은 후 저점까지 추세를 분석하면 현대미포조선은 359일간 82%, 기아는 1171일간 51% 주가가 하락했다. 이를 에코프로에 적용하면 최소 1년에서 길게는 3년 정도 조정 기간을 거치며, 주가는 14만7600~39만4420원까지 하락할 우려가 있다.
외부 환경과 종목의 펀더멘털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과거 사례를 에코프로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속속 나온다.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의견을 제시한 하나증권과 삼성증권은 비중을 축소하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증권은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나증권은 ‘매도’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이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도 각각 38만원, 45만4000원으로 고점 대비 44~53%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에코프로 주가를 지나친 과열 상태로 보고 투자자에게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시장에서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 가치 대비 30~50%의 할인율을 적용받는 것이 시장에서 동의하는 수준”이라며 “3월 이후 에코프로 주가는 할인이 아니라 오히려 약 20%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이유로 최근 주가 대비 20% 이상 낮은 수준이 적정 주가가 될 것”이라며 “3월 이후 주가는 에코프로의 순자산 가치 대비 현저한 고평가 영역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IT 하락폭 커…바이오는 긴 시간 조정
IT 버블 시기 단기간 급등했던 종목들은 다시 바닥을 찍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과 한글과컴퓨터가 고점 후 저점까지 떨어지는 데는 각각 91일, 360일이 걸렸다. 낙폭도 컸다. 다음은 2000년 2월 11일부터 같은 해 5월 12일까지 81% 급락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조금 더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2000년 1월 4일부터 같은 해 12월 22일까지 95% 하락률을 기록했다.
바이오는 그래도 IT보다는 낫다고 평가할 만하다. 상승은 빨랐고 조정은 긴 기간 진행됐다.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조정 기간은 각각 518일, 567일, 588일로 상승 기간의 약 3배에 달했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각각 55%, 72%, 72%다. 259일간 주가가 상승한 한미약품은 고점을 찍은 후 1407일간 조정받았다. 다만 긴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60% 이상 하락하며 투자자는 눈물을 지어야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504일간 53% 하락), 신라젠(678일간 93% 하락), 헬릭스미스(335일간 59% 하락) 등 평균적으로 500일 가까이 조정기를 거쳤다. 바이오 업종에서 대형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3형제는 여전히 시장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지만, 신라젠과 헬릭스미스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차화정 업종 조정 기간도 상승기보다 길어졌다. 특히 SK이노베이션, S오일, GS는 고점을 기록한 후 저점까지 각각 1259일, 1267일, 1365일 동안 하락세가 이어졌다. 2011년 4월부터 SK이노베이션과 S오일은 2014년 10월, GS는 2015년 1월까지 조정받았다. 이 기간 이들의 주가 하락폭은 각각 70%, 76%, 63%다.
화학 업종도 비슷하다. LG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OCI는 각각 1365일, 1358일, 1190일, 1729일 동안 하락세가 지속됐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69~78%였다. 조정 기간이 특히 길었던 OCI는 90% 빠졌다. 자동차 업종인 현대모비스 역시 비슷한 시기 1470일 동안 55%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637일, 1169일의 조정 기간을 거치며 비교적 빠르게 하락세를 벗어났다. 낙폭도 50%대로 비교적 크지 않았다.
2000년대 초중반 강세를 보인 중국 관련주는 1년 안팎의 조정 기간을 거쳤다. 특히 조선·철강주 상승기에는 평균 3년 정도 강세가 지속됐지만, 조정 기간은 대폭 축소된 평균 398일로 집계된 점이 눈에 띈다.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359일, 469일, 374일의 조정 기간을 보냈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각각 82%, 75%, 82%다. 이들 중 현대미포조선이 유독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조정 기간과 폭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포스코 역시 고점을 찍은 후 388일간 주가는 68% 빠졌다.
전문가들은 ‘반짝’ 강세에 그칠지 건재하게 시장에서 살아남을지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펀더멘털을 꼽는다. 펀더멘털이 갖춰진 종목들만 조정 후에도 무탈하게 살아남는다는 분석이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이 갖춰진 업종이 그렇지 못한 업종보다 주도주 형성 기간이 길다”며 “업종 내에서도 종목별 펀더멘털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6호 (2023.04.26~2023.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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