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전환…위기와 기회의 양면 [임상균 칼럼]
‘자전거 주차 엄금’이라고 써 붙여봤지만 소용없었다. ‘여기는 자전거 세우는 곳이 아닙니다. 제발 다른 곳에 세워주세요’라고 애원해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A씨는 고심 끝에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여기 세워진 자전거는 모두 공짜입니다. 아무거나 마음대로 가져가세요.’ 이후로 담벼락에 자전거가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다. 복잡하고 해결 방법조차 보이지 않는 난제들이 겹겹이 쌓인다. 생각을 바꿔보면 그리 비관만 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산업은 전기차다.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근 핵심 이슈는 막강한 선두 주자인 테슬라의 가격 인하다. 올 들어 6차례 가격을 내렸다. 지난해 기준 테슬라의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이 17%에 달한다. 보통 자동차 업체들의 3~8%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이다. 치킨 게임으로 후발 주자를 말살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가뜩이나 미국 IRA 혜택을 못 받는 한국산 전기차는 우려가 더 크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테슬라는 가격 인하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스스로 낮췄다. 기존 자동차 시장으로 따지면 럭셔리와 시장 장악력을 함께 갖춘 메르세데스-벤츠의 위치를 내놓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능력을 이미 갖춘 카메이커라면 난공불락이 스스로 문을 열어준 셈이다.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제는 미국 경기 침체가 최대 관심사다. 생산자물가지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 등이 하락세며, 소매 판매는 몇 달째 줄고 있다. 특히 4월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치를 웃돌았고, 2월 구인 건수는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건을 밑돌았다. 고용 위축은 민간 소비 축소와 경기 침체로 가는 대표적인 경로다.
특히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이 수천 명씩 감원을 한다.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는 2만명 이상을 해고했다.
이것도 달리 생각해보자. 하반기에는 빅테크들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질 수밖에 없다. IT 기업의 핵심 원가인 인건비를 대폭 낮췄다. 기업 실적 호전은 경제 회복의 든든한 동인이다.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비관만 할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를 보면 걱정이 태산이다. 원화 가치 약세가 대표적이다. 달러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자 유로·엔·위안 등 다른 화폐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원화는 달러화보다 더 하락세가 깊다. 2월만 놓고 보면 주요 34개국 통화 중 원화 가치 절하율이 가장 크다.
수출 부진·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며 우리나라 경제 체력이 약화된 결과다. 하지만 원화 가치 하락은 우리 수출 기업에는 큰 호재다. 특히 엔·위안·유로 등 수출 경쟁국의 화폐 가치가 강세니 상대적 가치 하락은 더 크다. 당장 수출 부진이 걱정이지만 길게 보면 교역 조건은 오히려 회복되고 있다. 구조적 문제만 아니라면 수출 부진과 무역 적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의 길로 충분히 접어들 수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6호 (2023.04.26~2023.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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