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니면 적'인 검찰정부... 전세사기대책도 대국민 사기"

박소희 2023. 4. 2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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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내대표 선거 '깜짝등판' 박범계 "윤석열 정권과 맞짱... 민생 위해 뭐든 던지겠다"

[박소희, 박정훈, 남소연 기자]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아침엔 이길 것 같고, 저녁엔 한계를 느낀다.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는 월요일 오전이다."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크게 웃었다. 그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지난 19일에야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뛰어들었다.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다른 후보들에 비하면 시작부터 한참 뒤처진 셈이다. 박 의원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전날 호남지역 의원들을 만나느라 겨우 4시간만 잤을 정도로 분주했다.

하지만 그는 말과 달리 강한 '낙관'을 품고 있었다. 박 의원은 "의외로 표를 못 정한 의원들이 꽤 많다"며 "제가 턱밑에 와서 참전했지만 흥행은 만들어내지 않았나. 아무도 관심 없고, 누가 나오고, 언제 치러지는지 몰랐던 선거가 뜨거워지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걸 넘어서서 저를 선택한다는 것은 비상한 시기에 비상한 선택을 한다는 뜻이다. 그 울림이 작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 의원이 현재 상황을 '비상한 시기', 자신의 원내대표 당선을 '비상한 선택'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의 출마선언문을 관통하는 두 글자 '맞짱'에서 알 수 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우리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에 갇혀 비정상적 국정운영을 하는 중이라며 현 정부를 "검찰정부"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또한 "당의 운명이 검찰의 손에 달리는 게 제일 나쁘다"며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체조사기구를 곧바로 띄우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 전 <워싱턴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100년 전의 일(역사)을 가지고 (일본과의 협력을) '무조건 안 된다', (용서를 위해)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또 다시 파문을 낳았다. 박 의원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며 "역사와 사회를 고려하지 않은 채 평생 칼만 휘두르며 살아온 검찰 문화에 익숙하다는 것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의 대표적인 친노무현·친문재인계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는 현직 판사 시절 후보 단일화로 위기에 처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법복을 벗었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2비서관과 법률비서관을 역임했으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법무부장관이었다. 최근에는 친이재명계로도 불린다. 그는 스스로를 "친명적 친문"이라고 일컬으며 그만큼 민주당 계파를 '친명 대 비명'으로 단순화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돈봉투 의혹, 자체조사 안 하면 검찰에 코 꿰여"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깜짝 등판'으로 화제다. 지난 19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돈봉투 의혹이 출마를 결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인가.

"돈봉투 의혹이 심각하다는 건 다들 알고 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수사 시점도 의심스럽고, 플리바게닝(형량거래) 의혹도 있고. 게다가 녹취록상 핵심 중 핵심인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이재명 대표가 사과하고 검찰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는데,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10개월 간 검찰독재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온 제가 다른 후보보다 (이 일을 대처하는 데) 전문성이 있다."

- 송영길 전 대표가 22일 기자회견에서 자진탈당, 조기귀국 의사를 밝히면서 급한 불은 꺼진 것 같다. 그럼에도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두 가지다. 당의 자정능력과 진실규명. 자체조사를 하지 않으면 검찰에 169명 의원 전원의 코가 꿰인다. 돈봉투 의혹에 연루됐든 안 됐든, 그런 형국이 된다."

- 자체조사는 실효성과 신뢰도를 놓고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운명이 검찰의 손에 달리는 게 제일 나쁘다. 한 달 전쯤 모 매체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선거가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묻기에 '검찰의 손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돈봉투 의혹을 암시한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계속 핸들링할 거라고 본 거다. 검찰은 이미 출국금지 대상 9명 명단도 흘렸다. 그걸 이정근씨가 흘렸을 리 만무하다. 또 송영길 전 대표가 들어오면? 민주당은 이번엔 그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것도 나쁘다.

검사, 판사, 변호사 출신 (내·외부) 인사들이 모여서 하나하나 분석하고 원칙과 기준을 정해야 한다. 회사에서도 내부 문제가 발생하면 다 조사하지 않나. 우리는 공당, 그리고 제일 큰 정당 아닌가. 당사자들의 협조를 구하고 검찰 수사를 반영해서 원칙과 기준을 정하고, 또 (녹음파일) 육성으로 드러난 두 의원(윤관석·이성만)을 어떻게 할지도 정해야 한다. 바로 띄워야 한다. 

- 자체조사 외에 또 무엇을 해야 할까. 출마선언 때 '독한 내부개혁'을 꼽기도 했는데.

"돈봉투 의혹은 당대표와 최고위원, 중앙위원, 각 지역위원장, 당원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당내 질서구도, '낡은 체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부분을 혁파해야 한다. 대의원과 당원의 표 등가성 문제도 있지만, 적어도 당원 10만 명 이상의 의사수렴이 일상적으로 가능한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러면 줄 세우기 정치, 상의하달식 문화는 극복할 수 있다. 계파정치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

- 당장 원내대표 선거만 해도 친이재명 대 비이재명 계파 구도로 보는 시선들이 있다.

"계파는 선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단순하게 친명-비명으로 구분할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친명적 친문'이다.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을 빼면 제 정치인생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또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서 제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흔쾌히 받아들였고, 매주 고위전략을 논의하면서 이 대표와 전임 정부가 일방적으로 당해온 검찰의 정치탄압, 검찰 독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난 '체포동의안 사태'에서 엄연히 의견을 달리하는 30~40명의 의원이 있다는 게 드러났다. 또 소수지만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이 있다. 

저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것은 본질적으로 이 대표의 수사 대응 능력에 달려 있다고 봤다. 아무리 계파가 있고, 이재명 리더십에 이의가 있더라도 사안의 본질을 놓고 납득할 수 있는 해명 등이 있다면 양심상 다른 표를 행사할 수 없다. 검찰의 재청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이든, 쌍방울 관련 의혹이든 (이 대표가) 어떻게 의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진심으로 하냐의 문제다."

"박근혜는 '초이노믹스' 있었는데, 이 정부는 도대체..."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민주당 '윤석열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위원회 이름도 그렇고 민주당은 '검찰독재', '선택적 수사' 등을 말하지만 국민 여론이 열렬히 호응하는 것 같지 않다. 

"정권을 잃은 상실감과 실망감이 크게 작용하는데다 민주당에겐 입법독주에 대한 자기검열이 생겼다. 그게 작년까지 우리(의 행보)를 무겁게 만들었다. 이걸 털고 국민의힘 법사위원장이 장악한 법사위를 지나 본회의로 법안이 직회부한다는 솔루션이 나왔고,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으로 (국민들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보여주면서 자신감을 찾아가는 국면에 돈봉투 의혹이 터졌다. 

그럼에도 너무 쫄 필요 없다. 전문적으로 접근해 냉철하게 분석하고, 정당문화와 제도개선을 꾀하면서 담대히 윤석열 정권에 맞서야 한다. 맞짱 떠야 한다. 원내대표뿐 아니라 계파와 관계없이 모든 의원의 의지와 실천이 담보된다면 극복할 수 있다."

- 민주당이 민생과 경제의 '대안'이라는 면모를 더욱 부각시켜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분석부터 하자.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에도 소위 '초이노믹스'라는, 최경환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철학과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이 정부는 도대체 무엇인가? 유튜브에서 경제, 민생 단어만 쳐도 수많은 영상이 쏟아진다. 전부 다 한국의 경기 침체 위기를 진단하고 새로운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 정부는 진단 자체가 있는가? 정부가 나서서 위기를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야당의 동참과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엮는 노력을 해야하는데 그마저 없다. 검찰정부, 검찰독재니까.

금융감독원장에 검찰 출신을 쓰는 판국에 윤석열 정부에서 기획재정부가 어느 정도 힘을 갖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이 제일 고통받는 건 가계부채인데 다 전 정부 탓을 하지 않는가. 그러면서 은행 금리는 강제적으로, 직권남용식으로 내리라고 하고 있지 않나. 그게 검찰정부의 '우리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 사고다. 그렇게 경제를, 외교를, 안보를 바라보고 있다. 외교가 오히려 평화를 해치는 일이 벌어지는 것도 검찰 독재정부이기 때문이다."

- 윤 대통령이 미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과 협력을 무조건 안 된다, 일본이 무조건 무릎 꿇어라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도 논란이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분의 역사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단면이다. 동북아 정세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 회복이 불가피하다고 여겼나 했는데 역사의식 자체가 왜곡되고 친일적이지 않나 싶은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이런 발언을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공개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역사와 사회를 고려하지 않은 채 평생 칼만 휘두르며 살아온 검찰 문화에 익숙하다는 것의 발로다."

"협상보다 잘 싸워야... 단 태도와 방식은 유연하게"

- 급한 현안 중 하나가 전세사기다. 전날(23일) 당정은 피해자들에게 특별법을 만들어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거나 LH가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나.

"윤석열 정부 당정이 내놓은 우선매수권은 가짜다. 대국민 사기다. 피해자들이 아우성 치는 근본이유는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어서다. 그런데 우선매수권은 피해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해줄 테니 해당 주택을 사서 주거안정을 꾀하라는 것이다. 대출받아서 3000만 원짜리 전세 사는 사람이 어떻게 3억 원짜리 집을 살 수 있나? 또 근저당이 설정됐거나 세금 연체 등으로 전세금을 못 빼는 문제도 있다.

결국 전세금을 돌려주는 게 유일한 방책이다. 국가가 먼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건물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 외에는 없다."

- 어쨌든 중요한 민생사안을 놓고 여야 이견이 큰 상황이다. 최대한 빨리 대책을 내놓으려면 빠른 협상이 이뤄져야 할 텐데.

"잘 협상하는 것보다 잘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행정관으로 파견 와 (비서관이던) 저와 많은 이야기를 한 사이다. 그렇다고 소통이 되고, 용산이 반대하는 법안이 타결될까? 이미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을 정점으로 한 일사분란한 지휘체계를 갖췄다. 한계가 있다. '협상가'가 민주당 원내지도부로서 좋은 리더십이라는 건 허황된 얘기다. 이미 지난 1년 동안 경험하지 않았나.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본회의 직회부든 뭐든 민생을 위한 것이라면 자신 있게 던져야 한다."

- 민주당이 강행처리하더라도 양곡관리법처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장담하는데, 거부권도 한두 번이다. 내년 총선을 망칠 생각으로 작정하지 않고선 거부권을 오·남용할 수 없다. 세 번 이내다. 그러면 민주당이 다섯 번 (시도)하면 된다. 그렇게 할 만한 대표적인 사례가 전세사기 피해대책과 저소득층·청년계층 금융지원이다. 다섯 번 시도해서 세 번 거부당하더라도 두 개를 얻어내면 그 효능감은 대단할 거다."

- 가뜩이나 '협치가 실종됐다'는 말이 나오는 마당에, 더욱 극한대결로 갈 수 있지 않나.

"맞짱을 뜨고 싸우더라도 그 방식과 태도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수 있다. '동물국회'를 연출하겠다는 게 아니다. 훨씬 전문적이고 격이 있는 싸움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정말로 우리의 역량을 극대화해서 169명이 함께 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명분을 선점하고, 국민 여론을 지렛대 삼아서 돌파해내는 고도의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경험도 필요하고."

"'검수원복'은 헌재 결정 위배... 총선 승리로 반드시 시정"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헌법재판소 결정 후에도 '검수원복(검찰 수사개시권 원상복구)' 시행령 문제와 민형배 의원 복당 문제가 남아있다. 각각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어쨌든 헌재가 5대 4 다수의견으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본 것 아닌가. 민 의원의 고뇌에 찬 생각들은 잘 알겠다. 일국의 헌법기관 판단을 같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존중해야 한다. 저는 복당엔 찬성하지만, 복당을 전제한다면 적어도 국민들께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 차기 원내지도부 소관이다. 

동시에 헌재는 절차적 하자가 내용적으로 위헌을 만들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즉 시행령에 의한 검수원복은 헌재 결정에 위배된다.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그걸 위해서라도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

- 그런데 민주당의 총선전략은 이재명 대표 거취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이면 안 된다'는 이들과 달리 '이재명 없인 안 되지만, 이재명만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분업이 중요하다. 이재명 대표가 초기 기구들을 오리지널 친명인사로 꾸렸다가 체포동의안 사태 이후 당직개편을 했다. 그 자체가 일종의 분업이다. 제가 지금 들어가는 고위전략회의에서도 정말 가감없이 토론한다. 당대표가 그걸 주도하고 있다. 저는 구체적인 공천 작업들의 분권 또한 가능하다고 본다. 의총도 그렇고. 분업구조만 허용된다면 훨씬 더 자연스러운 논의가 가능하다."

- 새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편도 다뤄야 한다.

"(선거제 개편의 목적은 결국) 사표를 줄이고 국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제대로 의석에 반영하자는 것인데 ①권역별 비례대표를 얼마나 늘릴 수 있나 ②위성정당을 어떻게 방지하나 이 두 가지로 귀결된다. 그런데 선거 룰 개편작업은 이상하게도 늘 선거 두 달 전에 결정되더라. 코 앞에 닥쳐야 의원들이 결정한다(웃음). 그래도 한 발짝이라도 진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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