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시도할까 말까 고민될 때... 이 질문 던져보시라
[화성시민신문 오정환]
▲ 역경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도록 충격을 준다. |
ⓒ envato |
진화생물학자인 존 엔들러(John Endler)는 열대어 구피를 처음 연구하면서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폭포 아래 웅덩이에 사는 구피들은 색이 단조로웠지만, 상류 웅덩이에 사는 구피들은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을 띠었다.
엔들러가 밝힌 원인은 다음과 같다. 하류에는 구피를 잡아먹는 파이크 시클리드가 우글거렸다. 위험한 환경 속에서 몸을 위장하기 위해 구피들은 단조로운 색깔로 진화했다. 반면 상류에는 파이크 시클리드가 살지 않았다. 위협이 없는 낙원에서 구피는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화려한 색깔로 진화했다.
엔들러 교수의 발견은 파이크 시클리드의 등장과 같은 새로운 문제에 개체가 어떻게 적응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신속하게 적응했다. 반칠환의 시 '날개'도 변화와 적응에 관한 이야기다.
저 아름다운 깃털은
오솔오솔 돋던 소름이었다지
창공을 열어 준 것은
가족이 아니라 무서운 야수였다지
천적이 없는 새는 다시
날개가 사라진다지
닭이 되고, 키위가 된다지
우리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면 언제가 좋을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끼는 순간이 변화를 꾀할 시기다. 보통 부정적으로 변화 시기가 찾아온다. 사업이 망하거나 직장에서 실직할 때 같은 경우다. 이런 일이 닥치면 대부분 좌절하거나 두려움에 빠진다. 부정적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는 주저앉지 말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긍정적으로 변화할 시기가 찾아올 때도 있다. 문제는 없지만 지루함과 회의를 느낄 때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닌데', '이제는 나의 인생을 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은 없을까'와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적기다.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냥 안주하며 '이만하면 됐지' 하는 순간 날개는 퇴화한다.
조(趙)나라 무령왕은 마음이 불편했다. 자신의 치세에 나라의 존재감이 형편없이 몰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진(秦)나라의 괴롭힘이 컸다. 일전에 한·위와 연합해 진나라를 공격했지만 대패하고 군사 8만을 잃었다. 그 와중에 제나라 공격을 받아 패퇴했다. 다음 해에는 진나라에 중도와 서양을 빼앗겼다. 2년 후 진나라의 침략에 다시 인읍을 빼앗겼다. 진나라는 장군 조장마저 사로잡아갔다. 상황이 점점 나빠지자 이러다가 나라가 멸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무령왕은 불안했다.
그렇다고 걱정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리더라면 모름지기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무령왕의 고민은 깊었다. 그동안 선왕들이 쌓아온 공적을 이어 나라를 부흥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병사가 필요했다. '강한 병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무령왕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 번뜩하고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말을 타고 활쏘기에 유리한 호복(胡服, 오랑캐옷)을 입고 기마부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조 무령왕은 산악지대 전투에 유리한 기마부대를 창설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설득해 돌파했다. 조나라 군대는 결국 오랑캐 옷을 입고 말타기와 활쏘기를 배웠다. 무령왕이 호복 부대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북방개척이다. 특히 중산국을 얻고자 했다. 산악지대에 있는 중산을 정복하려면 전차로는 불가능했다.
무령왕은 중산을 공략해 영가에 이르렀고, 서쪽으로 호(胡)땅을 공략하여 유중에 이르렀다. 임호왕(林胡王)은 말을 바쳤다. 대(代)땅의 재상 조고(趙固)가 호땅을 다스리며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다음에 또 중산을 공격했다. 중산국이 성읍 4개를 바치며 강화하기를 원하자 군대를 철수했다. 그 이후에도 지속해서 중산을 공격해 빼앗은 땅이 북쪽으로는 연(燕)과 대(代)에 이르고 서쪽으로는 운중과 구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무령왕의 진짜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비록 실행하지 못하고 죽었지만, 본심은 진나라를 공략하는 것이었다.
무령왕은 조나라의 부흥을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비록 오랑캐의 방법이나 제도라 해도 자신들에게 적용해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받아들이는 유연성을 갖춘 것이다. 당신은 어떤가? 변화의 필요를 느끼는가?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감 회복이다. 자신감이 있어야 미래를 준비할 힘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로 할 일은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만 칭찬할 줄 알지 정작 자신의 잘한 일이나 재능에는 칭찬이 인색한 사람이 있다. 수시로 자신을 칭찬해보자 '이렇게 해결했으니 정말 잘했어', '너니까 가능한 일이야', ' 너는 능력 있으니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 거야' 같은 칭찬을 자신에게 한다면 변화에 두려움을 느낄 때 용기를 낼 수 있다.
역경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도록 충격을 준다. 구피가 파이크 시클리드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 자신의 색을 바꾸어가듯 말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변화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 편안하다고 느낄 때, 이만하면 됐지, 하고 느낄 때 시도하는 것이다. 날개를 잃을지 모르니까.
▲ 오정환 미래경영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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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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