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7명 “인공지능 활용한 법률서비스에 긍정적”
국민 10명 중 7명가량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법률서비스에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AI 법률서비스가 인간 변호사나 판사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거라고 여기는 이들도 과반이었다. 다만 ‘내 사건을 누구에게 맡기는 걸 선호하느냐’는 질문에는 인간과 AI를 선택한 응답 비율이 거의 같았다. AI 기술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아직 보편화하지 않은 상황이라 실제 선호도까지 영향을 미치진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일보와 비영리 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이 24일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성인 남녀 100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3.1%는 AI의 법률서비스 분야 활용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대다수는 기존 법률서비스보다 AI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AI를 활용할 경우 보다 저렴하게 법률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란 응답이 83.3%로 나타났다. AI로 인해 법률서비스 접근성이 좋아질 것(81.1%)이란 응답자와 AI가 인간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것(66.6%)이란 응답자도 부정적 답변을 한 이들보다 훨씬 많았다. 또 응답자 69.4%는 AI 영향으로 변호사 등 법조인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 법률서비스에 대한 긍정적 답변 비율이 높은 것은 첨단기술에 대한 기대감과 기존 법률서비스에 대한 불신·불만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사용 가능한 AI 활용 법률서비스는 판례 분석이나 승소 가능성 진단 정도지만, 응답자들은 향후 발전 가능성을 크게 봤다. 김병필 카이스트 교수는 “챗GPT 전까지는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이 상용화할 수 있을 법한 수준으로 AI 활용 법률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챗GPT 이후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발전된 AI가 법조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많은 전문가가 고개를 저었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은 “자료를 수집해 정리하고 분석하는 등 ‘어쏘 변호사(소속 변호사)’ 역할은 상당 부분 AI가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AI가 만들어낸 생성물을 어느 정도 채택하는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사람이 할 일”이라고 했다. 김 교수도 “예컨대 뇌물 사건에서 뇌물을 줬다는 사람과 받은 적 없다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 말이 맞는지 AI가 판단할 수 있겠느냐”며 “AI가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응답자들도 실제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때 인간과 AI 중 어느 쪽을 선호할 지를 묻는 질문에 선뜻 AI의 손을 들지 못했다. AI를 선택한 응답자는 43.2%, 인간을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40.7%로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AI 법률서비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사람들 인식 속 AI가 현실보다 발전된 ‘상상 속 모습’에 기인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최 회장은 “아직은 사람들이 AI라고 하면 대체로 터미네이터와 같은 영화 속 장면을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AI 법률서비스에 대한 긍정 응답(77.2%)은 가장 높은 반면, 실제 선호도(39.5%)는 가장 낮아 괴리가 큰 모습을 보였다. 모순적이지만 현재 AI 수준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기 때문에 당장 이를 활용한 법률서비스에도 유보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우성 서던포스트 대표는 “20대는 현재 AI가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보니 당장 활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선 기존 법률서비스에 대한 국민 불만과 개선 요구도 드러났다. 법원 판결문이 충분히 공개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15.5%로 그렇지 않다는 답변(62.8%)에 크게 못 미쳤다. 판결문 공개에 대한 인식 또한 ‘판결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66.1%로 ‘개인정보 우려 때문에 부정적’이라는 응답(21.3%)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았다. 최 회장은 “판결문이 100% 공개되면 (이를 활용한 AI 개발도 빨라져) 국민들에게 훨씬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벌금을 내지 못한 취약·빈곤 계층을 노역장에 유치하는 제도에 대해선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49.7%로 적절하다는 응답(32.7%)보다 많았다. 벌금을 내지 못하는 취약 계층에 대해 국가가 취해야 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벌금 대신 공공근로를 하게 해야 한다는 응답이 40.3%로 가장 많았으며 복지 서비스 강화(30.8%), 소외지역 사회봉사(17.1%)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40대에서는 ‘복지 서비스 강화’를 꼽은 답변이 제일 많았다. 정 대표는 “진보적 응답 성향이 높았던 40대의 경우 단순히 빈곤 계층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벌금 제도를 바라보면서 복지 서비스 강화를 선택한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월 25일 ‘법의 날’을 맞아 실시한 이번 조사는 ARS 방식으로 지난 15~17일 이뤄졌다. 조사 취지를 살려 인공지능인 챗GPT에 ‘AI의 법률서비스 도입과 관련한 설문지를 작성해달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온 답변을 문항으로 활용했으며 극히 일부 문구만 조정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공공의창은 2016년 문을 연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티브릿지·한국사회여론연구소·휴먼앤데이터·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메타서치·소상공인연구소·PD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5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모아 출범시켰다. 정부나 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매달 ‘의뢰자 없는’ 조사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임주언 신지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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