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소주병 폭행' 대학병원 교수 6개월 만에 복귀

병원 측 "특수과라 대체할 전문의 없다"
보건의료노조 "복귀 가능하면 도덕적 해이↑"

회식 자리에서 전공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친 사건으로 재직 중이던 병원에서 더 이상 진료를 볼 수 없게 됐던 전북의 한 대학병원 교수가 6개월 만에 복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병원 측은 문제를 일으킨 교수를 대체할 의사가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2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최근 전문의위원회를 열어 A 교수에 대한 겸직 허가 요청을 결정하고 지난 20일 대학에 이를 전달했다. 전문의위원회에 속한 의사 9명 중 절반 이상이 A 교수의 겸직 허가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소속인 A 교수는 병원 진료를 허락받은 겸임 교원이라 최종 인사 권한은 대학에 있다.

A 교수는 지난해 9월 29일 부서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전공의 B씨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친 사건으로 인해 업무에서 배제됐다. 그는

대학으로부터 정직 1개월 및 겸직 해제, 병원으로부터는 직무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겸직 해제는 대학교수의 병원 진료를 금지하는 중징계이다. 당시 B씨는 A 교수를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으나, 대학 측에 A 교수의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대학 측은 병원으로부터 겸직 허가 요청을 받은 다음 날인 지난 21일 이를 승낙해 기존 결정을 번복했다. 대학은 소속기관인 병원이 합의해 요청한 사항이어서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해당 교수의 정직 기간도 끝났고 병원의 전문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사안이어서 겸직을 허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병원 관계자는 "A 교수는 특수 진료과여서 그를 대체할 만한 전문의를 찾기 쉽지 않았다"면서 "전문의를 새로 뽑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뿐더러 이대로면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A 교수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있고 자숙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A 교수의 복귀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인원이 부족한 의사는 어떤 범죄나 비위를 저질러도 시간이 나지면 복귀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고 이에 따라 도덕적 해이도 심해진다"며 "실력은 차치하더라도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