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예방적 치료 주사제 건보 적용, 기준이 까다롭다

민태원 2023. 4. 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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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은 통상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난치성 편두통에 효과적인 예방적 치료제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게 됐지만 급여 기준이 까다로워 실제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


A씨(27)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편두통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두통은 지속됐고 13년째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편두통은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머리가 반복적으로 울리는 증상을 겪는다. “머리가 욱신거린다” “쿵쿵대면서 아프다”고 표현한다. 편두통이라 하면 머리 한쪽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실제 그런 경우는 전체의 50%만 해당한다. 짧으면 몇 시간에서 길면 3일 정도 통증이 지속된다. 두통으로 인해 소화불량과 메스꺼움, 심하면 구토까지 나타날 수 있다. 밝은 빛이나 소음, 냄새에 예민해지는 것도 일반 두통(긴장성 두통)과 다른 점이다.

편두통 적극 치료 17% 그쳐

2019년 대한두통학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편두통 유병률은 16.6%로,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약 830만명이 경험하는 걸로 추정됐다. 환자의 66.4%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실제 신경과를 찾은 비율은 17%에 그쳐 적극적인 치료에 대한 인식이 낮은 실정이다.

대한신경과의사회 윤웅용 회장은 24일 “편두통은 일상을 영위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를 통해 원인을 찾고 초기부터 적극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편두통은 통상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편두통을 유발하는 생활 환경을 가급적 피하고 적절한 치료제 복용이 필수적이다.

최근 편두통을 유발하는 신경계 물질을 표적으로 한 ‘예방적 치료제’가 개발되고 국내에서 건강보험까지 적용돼 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훨씬 나아졌다. 다만, 까다로운 급여 조건으로 인해 정작 혜택을 받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방적 치료는 두통 발생 즉시 약(단순 진통제)을 먹는 급성기 치료와 달리, 증상 자체가 발현하지 않을 때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급성기 치료제를 3~6개월 사용했음에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 예방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편두통은 뇌가 자극받으면 분비되는 ‘CGRP’라는 신경전달물질과 관련 있다. 이들 환자는 일반인보다 유전적으로 과민한 뇌를 타고났기 때문에 빛이나 소리, 수면장애, 알코올,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날씨, 냄새, 음식 등의 자극에 CGRP가 쉽게 분비된다. 따라서 이 CGRP에 붙어 활성화를 억제함으로써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예방적 목적의 신약들이 주목받고 있다. CGRP계열 치료제는 먹는 경구제와 코에 뿌리는 비강제, 주사제가 개발돼 있으나 현재 국내에는 ‘갈카네주맙’ 성분의 두 주사제(엠겔러티, 아조비)만이 허가돼 있다. 지난해 9월 SK케미칼이 판매하는 엠겔러티(릴리)가 급여 적용됐고 지난 1월에는 종근당이 유통을 맡은 아조비(한독테바)도 급여화됐다.

이들 예방적 주사제는 한 달에 1펜씩, 3개월간 투여가 우선 권고되며 이후 환자 상태에 따라 3개월에 한 번씩 맞기도 한다. 급여 전 1회 약값은 50만원으로 1년에 약 600만원을 내야 해 환자 부담이 컸다. 건보 적용으로 연간 약값은 최소 120만원(3개월에 1회 주사 시), 최대 360만원(월 1회 주사 시)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일선 신경과에서도 처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예방적 치료 신약 나왔지만…

문제는 까다로운 급여 기준으로 인해 실제 건보 혜택을 보는 환자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CGRP 치료제 사용자는 보수적으로 잡았을 때 6500명 정도로 파악되며 그 중 급여 적용자는 5% 미만으로 추정된다.

두 주사제에 건보 적용을 받으려면 최소 1년 이상 편두통 병력이 있고 투여 전 최소 6개월 이상 월 두통 일수가 15일 이상이면서 그중 한 달에 최소 8일 편두통을 겪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경과 전문의는 “CGRP계열 주사제를 급여로 처방하려면 6개월간 환자에게 두통 일기를 쓰도록 해야 한다. 6개월이란 기간을 유지하는 것은 환자에게도 힘들고 의사가 환자에게 이를 지도하는 것 또한 어렵다. 두통 일기는 의료 수가가 없기 때문에 지도해야 할 실질적 유인 요인 또한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투여 전 편두통장애척도(MIDAS)가 21점 이상이거나 두통영향검사(HIT-6) 점수가 60점이면서 최근 1년 내에 기존 3종 이상의 비(非)CGRP 경구 예방약으로 치료에 실패한 경우여야 급여 가능하다. 각 예방약을 최대 내약 용량으로 8주간 써도 효과가 없음이 입증돼야 한다.

또 다른 전문의는 “먹는 예방약은 CGRP 주사제처럼 하루에서 1주일 사이 효능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환자는 꽤 오랜 기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한다”면서 “두통 일기 쓰는 기간을 단축하든지, 경구 예방약 종류를 줄이면 처방 현장의 어려움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환자 A씨도 “10년 넘게 편두통을 앓아오면서 삶에서 잃은 것이 많다. 정상적인 학업·사회생활이 불가능해 학교 자퇴나 직장 해고도 여러 번 겪었다”면서 “여러 편두통 치료를 진행한 후에야 CGRP 주사제를 접하게 됐는데, 미리 접했더라면 삶의 질이 많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편두통 치료를 위해선 비(非)CGRP 경구 예방약에서 CGRP 치료제의 단계적 사용으로 나아가는 것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난치 수준으로 고통을 겪는 것을 증명해야만 CGRP 주사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 한 전문의는 “편두통이 악화된 후에야 치료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비(非)CGRP 경구 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두통이 만성화될 우려도 있다. 결국 난치 상황까지 가면 CGRP 주사제를 써도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와 의료 현장 모두 편두통 신약의 건보 적용 기준 완화에 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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