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송영길 "도망가지 않겠다"…윤관석·이성만에 칼 빼들까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탈당 의사를 밝힌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조기 귀국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로 인해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제가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또한 “검찰은 주위 사람들을 불러서 주변을 돌기보다는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 응하겠다”며 “저 송영길은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절대 회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송 전 대표는 ‘돈 봉투 의혹을 몰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이제 도착했으니까 상황을 파악하겠다”고만 답했다.
이날 송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입국장은 송 전 대표 지지자들의 응원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빚어졌다. 송 전 대표는 “경제가 어렵고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런 일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검은 뿔테 안경을 낀 송 전 대표는 현지 공항에서 출국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 손에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American Prometheus)』 영어 원서를 들고 귀국했었다. 지난해 12월부터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연구교수 자격으로 파리에 머물렀던 송 전 대표는 당초 귀국 시점인 7월 초보다 두 달 남짓 일찍 귀국했다. 그는 당분간 송파구 자택에 머무를 예정이다.
송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조기 귀국 요청을 수용하고 자진탈당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선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제 관심은 돈 봉투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당내 현역 의원의 거취 문제로 쏠린다.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출당시켜야 한다고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앞서 한 언론은 김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 지도부가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당내에선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예상되는 만큼 출당조치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검찰은 두 의원에 대해선 이미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렸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녹취록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자기들이 민주당을 자진 탈당하고, 만약에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이재명 대표는 출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특별조사기구 구성 요구에도 당 지도부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기류다.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조사가 어렵고, 만약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셀프 면죄부’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친명계 의원은 “조사기구에 불려갔다는 자체만으로도 관련 의혹에 연루됐다는 인상을 줘 파장이 커진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 지도부가 송 전 대표의 사태 수습과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자진탈당만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권칠승 당 수석대변인은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안팎 이런저런 요구와 우려가 있다는 건 지도부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송 전 대표 귀국 직후 이재명 대표 주재로 열린 고위 전략회의에서도 ‘돈 봉투 의혹’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대신 이 대표는 회의 직후 발언을 자청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일본이 (한국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내용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수십 년간 일본으로부터 침략당해서 고통받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발언”이라며 “대통령의 역사의식이 과연 어떠한지 생각해 보게 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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