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상장사 의문의 하한가…하루 만에 시총 3조6500억 증발
신용융자잔고 급증에 빚투 부작용 우려 커져
시가총액 1조원을 웃돌던 종합물류 업체 선광 주가가 급락했다. 이날 하루 동안 거래된 금액은 34억원에 불과했는데, 시가총액은 3300억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선광뿐만 아니라 하림지주, 대성홀딩스, 세방, 다우데이타, 삼천리,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등 8개 상장사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거래가 체결되지 않은 매도 잔고 물량을 고려했을 때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의도 증권가는 하한가를 기록한 상장사의 매도 상위 창구에 공통적으로 외국계 증권사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이 올랐다는 점을 주목했다. 하루 평균 거래량이 많지 않았던 상장사인데 일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매도 주문이 나왔고 수급 불균형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서울가스는 전 거래일 대비 29.95% 내린 32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조3400억원에서 1조64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만4000주가량 거래가 체결됐고 하한가에 쌓인 매도 주문 물량은 12만6000주에 달한다.
삼천리는 시가총액이 2조원대에서 1조4000억원으로 내려왔다. 하림지주는1조8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다우데이타는 1조7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시가총액이 줄었다. SG증권이 매도 상위 창구 1~2위를 차지했다.
이날 하한가를 기록한 상장사 가운데 거래대금 규모가 가장 컸던 상장사는 하림지주다. 1810억원어치 거래가 체결됐다. 나머지 상장사 거래 규모는 적게는 34억원에서 많게는 364억원에 불과했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던 상장사였던 탓에 매도 주문이 일시에 몰리면서 주가가 하한가로 주저 앉았다. 21일 12조1949억원이었던 8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24일 8조5407억원으로 급감했다.
다우데이타는 지난 20일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보유 주식 가운데 140만주를 시간외 거래를 통해 매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튿날인 21일 주가는 6% 이상 하락했다. 김 회장이 처분한 가격인 4만3245원과 비슷한 4만35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당일 거래량은 121만주다. 시간외 거래를 통해 다우데이타 주식을 취득한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24일 장 초반 매도에 나서면서 수급 불균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다올투자증권은 평소보다 거래가 활발했다. 지난 11일부터 21일까지 하루 거래량이 80만주를 넘지 않았는 데 이날 500만주 가까이 거래됐다. SG증권 창구를 통해 62만주 매도 주문이 체결됐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들어 주가가 2배 이상으로 오르면서 신용잔고 물량도 늘었다"며 "회사에 특별한 악재가 없는 만큼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에 나선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CFD 계좌에서 문제 발생?
SG증권을 통해 매도 주문이 쏟아졌고 이날 거래를 시작하자마자 하한가로 직행한 것과 관련해 CFD(contract for difference) 계좌에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CFD 계좌는 종목에 따라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 활용이 가능하다. 우량 상장사의 경우 1억원만 있어도 10억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주가가 10% 빠지면 원금은 모두 사라질 수 있다. 지난 20일과 21일 국내 증시가 흔들렸을 당시 하림지주, 세방, 다우데이타 등도 약세 흐름을 보였다. CFD 계좌를 통한 매수 비중이 컸던 상장사라면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가 가능했던 상황이다. 다만 올해 들어 주가 흐름이 우상향 곡선을 그렸던 상장사라는 점에서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 신용융자잔고 급증에도 주목
금융당국은 올해 들어 신용융자잔고가 급증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18조7691억원 수준이던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20일 20조2863억원 수준까지 증가했다. 일부 증권사는 신용융자 한도 소진을 이유로 신규 신용융자 업무를 중단하고 있다.
신규로 신용융자 업무를 중단하면 일시적으로 국내 증시 전반에 신규 매수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시장이 단기간 빠르게 반등한 가운데 작은 이슈가 차익실현 빌미로 작용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 가치 평가액이 담보 유지 비율(140%) 아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가 나올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를 보면 신규 투자자는 관망하고 기존 투자자는 차익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빚을 내서 투자한 투자자라면 경계심리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