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매파’ 볼턴 전 보좌관, 대만 간다…“美대선 후보 첫 방문”

이유정 2023. 4. 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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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 올해 1월 내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매파로 통하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조만간 대만을 방문해 연설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대만의 친독립 단체들이 주관하는 행사 두 곳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오는 29일에는 세계대만회의 주최 행사에서 ‘대만의 장기적 평화와 안보 유지’를 주제로, 내달 1일에는 대만인 공공사무회 40주년 기념 만찬에서 연설을 한다.

RAF는 “볼턴은 내년 백악관 입성을 노리는 노골적인 대중 매파 후보”라면서 “그가 대선 출마를 알린 미 정치인들 가운데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의 대외정책과 관련해 무력 개입 주장도 서슴지 않는 초강경파로 꼽힌다. 중국에 대해선 “21세기의 실존적 위협”, “우리는 중국의 핵 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다. 중국을 가만히 둬선 안 된다”고 발언해왔다.

2018년 4월부터 2019년 9월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볼턴은 미국 내에서도 ‘천재’ 혹은 ‘괴짜’로 평이 갈린다. 올해 1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로는 안 된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했지만, 당 안팎에서 크게 주목 받진 못 했다. 그의 이번 대만 방문이 ‘몸값 불리기’ 노림수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동아시아 정치학자인 오스틴 웡 미 네바다대 조교수는 RFA에 “볼턴 전 보좌관의 대만 방문 자체보다도 연설에서 어떤 발언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그가 대만 방어를 위한 미군 파병 등을 주장하면 민감한 시점에 이 지역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대만 방문은 대선이 가까워진 미 정치권의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공화당의 잠룡’들은 너나없이 중국 때리기에 나서면서 대만 방문을 타진하고 있다. 가장 먼저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가 이달 한국·대만 순방을 앞두고 있다. 단 영킨 주지사는 직접 경선에 출마하진 않고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대선 캠프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언론 보도가 최근 나왔다. RFA에 따르면 공화당의 대선 출마를 시사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6월 대만 방문설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펜스 캠프는 이에 대한 RFA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볼턴 전 보좌관은 이란·북한 등에 강경한 대외노선을 고수해온 탓에 그에겐 ‘전쟁광(warmonger)’이란 별명도 따라 붙는다. 북미 핵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그에게 붙인 별명인데, 미 언론들도 종종 볼턴 전 보좌관의 강경 성향을 설명하기 위해 이를 쓰곤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에도 관여했지만, 대북 강경노선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볼턴은 2019년 9월 트럼프로부터 ‘트위터 해고’를 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자서전을 통해 트럼프를 겨냥한 폭로전에 앞장 서 왔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당시 경쟁자인)조 바이든의 가족에 대한 부패 수사와 연결시켰다” “트럼프는 시진핑을 만난 자리에서도 재선만 관심 있었고 중국 문제엔 관심이 없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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