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민 의료비 지원사업을 소개합니다
[화성시민신문 김정수]
우리 동네에는 이주민들이 참 많이 살고 있다. 몇 년 전 이주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동네로 영등포구 대림동, 안산 원곡동, 화성 발안 등을 꼽은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진료실을 찾는 이주민들도 참 많다. 이주노동자들, 결혼이주민들, 그들의 자녀들, 그들을 만나러 온 가족 친지들 등 매우 많다. 국적도 중국교포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사람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사람들 등 다양하다.
내가 일하는 향남공감의원은 산업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사단법인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의 부설 의원으로 2015년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이주민 관련 사업과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개원 이후 처음 몇 년간은 일 년에 한 번씩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진료와 건강검진을 했다.
많은 분이 진료와 검진을 받고 좋아했지만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하기가 힘들어 아쉬웠다. 화성 지역처럼 이주민들이 많이 사는 곳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보건소에 상시적인 진료사업을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보건소에서 이를 수용하여 매달 무료진료를 하기 시작했다. 만성질환 등으로 꾸준히 진료를 받아야 하는 이주민들도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이 중단되고 말았다.
공감의원은 개원 초부터 사단법인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회원 기관으로 가입하여 본원에서 진료를 받는 희망의친구들 의료공제에 가입한 미등록 이주민들의 진료비를 할인해 주고있다. 의료공제에 가입하지 않은 미등록 이주민들에게는 의료공제 가입을 추천하고 자체적으로 진료비 일부를 할인해준다.
2021년과 2022년에는 미등록 이주민 진료비 할인 사업이 화성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미등록 이주민의 진료비를 건강보험 가입대상자들과 동일한 수준(급여 대상 진료비 30% 본인 부담, 70% 사업비 부담)으로 할인해 주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아예 자체 예산으로 동일한 수준의 미등록 이주민 진료비 할인 사업을 하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공감의원에서는 미등록 이주민들도 건강보험 가입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진료비를 내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사업의 필요성이 조금씩 더 알려지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에서 작년 하반기 3년간 연 2억 정도의 예산을 바탕으로 한 본격적인 미등록 이주민 의료비 지원사업을 공모했고 공감센터가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공감센터는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경기 남부 각 지역에 있는 12개의 이주민 지원조직과 업무 협약을 맺고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사실 사업자로 선정되고 본 사업을 시작하기 전 준비기간 동안에는 사업 예산이 상당히 커서 기한 내에 예산을 모두 집행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터무니없는 기우였다. 여기저기서 지원 문의와 요청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필요로 하는 금액이 수백은 기본이고 수천, 심지어 수억대인 경우도 있었다.
지원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심사기준을 만들고 의료비 지원 한도를 700만 원으로 정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심각한 처지에 있는 분들이 너무 많았다. 지금까지 이런 분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이런 지원이 없다면 앞으로 이런 분들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다보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 김정수 향남공감의원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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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향남공감의원장이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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