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공장 ‘미·중 갈등 볼모’ 되다

김준엽,전웅빈 2023. 4. 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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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 미·중 ‘반도체 갈등’에 볼모로 잡혔다. 중국은 반도체 사업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 압박으로 생산·판매가 모두 막힐 위기에 처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공백을 메우지 않게 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정통한 4명에 따르면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준비 과정에서 이같은 요청을 했다고 FT는 전했다. 중국이 마이크론을 대미 정책에 영향을 미칠 지렛대로 쓸 수 없도록 한다는 동기에서 이번 요청이 나왔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백악관은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는 대신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정부는 첨단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포함해 국가 및 경제안보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역사적 진전을 이뤘다. 여기에는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를 조정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경제적 강압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 포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정부는 안보상 이유로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대상으로 보안심사를 진행 중이다. 결과에 따라 마이크론 제품의 중국 판매가 중단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에서 소비하던 마이크론의 물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쪽으로 넘어올 수 있다. 미국의 요청은 이런 ‘대안 채널’을 막아서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할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이크론 입장에서도 중국 시장은 중요하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거둔 매출 308억 달러 중 25%를 중국과 홍콩에서 올렸다.

일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도 내용과 관련해 함구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이런 요청을 했는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입장을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 다만,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내 공장을 둘러싼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의 경우 여러 제조업체가 있지만, D램은 3개 업체 뿐이다. 마이크론이 빠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에 판매하지 말라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국은 중요한 반도체 생산거점이자 거대한 소비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생산을, 쑤저우공장에서 후공정 작업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공장에서 D램,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만든다. 충칭공장에서 후공정 작업을 수행한다. 두 회사가 중국 공장에서 만드는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전체의 4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D램과 낸드플래시는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고객사로 간다. 샤오미, 레노버 같은 중국 기업 뿐만 아니라 중국에 공장을 세운 델, HP 등에도 공급된다.

산업계는 ‘지정학적 위기 지속’ ‘불확실성의 증가’에 주목한다. 반도체가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중심에 자리하고, 균열의 핵심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을 둘러싼 안개는 짙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중국 매출은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삼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올린 매출은 35조6257억원에 그쳤다. 2021년(45조5714억원)보다 21.8% 하락했다.

이에 산업계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성과에 주목한다. 이번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기업인 122명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사절단은 방미 기간 동안 미국 정·재계 관계자들과 만나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중국 제재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 동참해 달라고 요구하는 만큼, 한국도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걸 얻을지가 관건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서 한국 기업의 피해 최소화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특히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에 따른 지원금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를 들여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1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수율 등의 자료 제출과 초과이익 환수를 내걸었다.

김준엽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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