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체인저스]⑤10년만에 시총 16배…한우물 판 JYP
영업이익률 4대 엔터사 중 1위, 2배 수준
시스템 개혁으로 '아이돌 화수분' 만들어
과거 한국 가수들에게 '빌보드 차트' 진입은 이룰 수 없는 꿈과 같은 뜻이었다. 하지만 빌보드 차트에서 ‘한국 노래’를 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선구자들이 맨몸으로 부딪히며 K팝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원더걸스’가 대표적이다. 창업자인 박진영 창의성최고책임자(CCO)는 미국 길거리에서 멤버들 사진이 실린 전단을 돌렸다. 원더걸스는 작은 행사도 마다하지 않고 발로 뛰었다.
그러나 ‘아메리칸드림’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운을 걸고 매달린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여파가 컸다. JYP는 2013년까지 3년 연속 수십억원의 적자에 시달렸다. 원더걸스가 미국에 진출한 시기다. K팝 최초 빌보드 ‘핫100’ 진입(76위)이라는 업적은 남겼지만 상업적으로는 실패했다. 당시 엔터 ‘빅3(SM·YG·JYP)’에서 JYP를 빼고 ‘빅2’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10년이 흐른 지금은 JYP가 K팝의 주역이다.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는 차세대 ‘방탄소년단(BTS)’ 경쟁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BTS 이후 처음으로 빌보드 200 1위를 2번 이상 기록했다. 올 초 걸그룹 ‘트와이스’는 K팝 여가수로는 최초로 ‘빌보드 위민 인 뮤직’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십수년전 미국은 JYP의 앨범을 외면했다. 이제는 해외 자본이 스스로 찾아온다. 올해 들어 코스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주식을 사들인 회사가 JYP다. 3000억원어치 가까이 순매수했다. 엔터사 중에서도 가장 많다. 덕분에 연일 신고가 행진이다. 시총도 3조원을 돌파했다. 하이브에 이어 엔터 ‘넘버2’다. 박 CCO는 “황당한 꿈을 이뤘다”며 감격했다. 10년 전 5450원이었던 주가가 8만6300원(20일 종가 기준)으로 15.8배 올랐다.
‘아이돌 화수분’을 만든 비결원더걸스의 실패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박 CCO는 미국 진출 강행에 독단과 고집이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결론은 이랬다. “내가 죽어도 잘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멀티 레이블’과 ‘선곡 시스템’ 개편이다. 기존에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마케팅, 기획, 매니징을 한군데로 모아 본부 체제로 개편했다. 5개의 본부별로 아티스트를 맡아 이 기능을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사실상의 ‘멀티 레이블’이다. 하이브는 M&A(인수합병)를 통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만들었다. JYP는 멀티 레이블 체제 구축 작업을 JYP 내에서 자체 해결했다.
시스템 개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타이틀곡 및 수록곡 선정 과정에도 손을 댔다. 과거엔 박 CCO가 이 과정에 ‘절대 권력’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다른 작곡가와 경쟁하는 한 명이 되기를 자처했다. 처음엔 ‘블라인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박 CCO를 포함한 여러 작곡가의 노래를 놓고 익명의 투표를 거쳐 아티스트의 곡을 선정했다. 본부 체제로 개편된 이후에는 박 CCO를 포함해 각 본부별 아티스트, 제작 인원들과 논의의 과정을 거쳐 곡을 선정한다. ‘JYP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 이유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퀄리티 높은 아이돌이 화수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때 2PM과 트와이스 의존도가 높았던 JYP는 8팀이 활동 중이거나 활동을 계획 중일 정도로 IP(지식재산권)가 풍성해졌다. 음악 소비 주기가 짧아진 요즘 트렌드에 맞춰 쉴새 없이 컴백하고 앨범을 낸다. 지난해 JYP 아티스트들의 앨범 판매량 합계는 1100여만장에 이른다.
본업에 가장 충실한 알짜 회사시스템 개혁과 함께 본업과 무관한 분야도 정리했다.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던 JYP 내 액터스 본부를 정리했고, 외식업을 하던 자회사 JYP푸드를 매각했다. 골프나 금융, 게임 사업 등도 하는 다른 엔터사와는 달리 오로지 음악과 관련된 사업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자회사 JYP360이다. JYP360은 지난해 자사몰을 오픈했다. JYP 아티스트의 앨범과 공식 MD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스토어다.
증권사들은 JYP를 두고 “본업에 가장 충실한 회사”라고 평가한다. 한눈팔지 않고 아이돌 사업만 파고든 결과 수익성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JYP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7.9%였다. 매출 3458억원, 영업이익 966억원이었다. 엔터 4사 가운데 매출은 가장 적지만 영업이익률은 가장 높았다. 하이브(13.3%)나 YG(11.9%), SM(11%)과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8% 증가한 265억원으로 컨센서스에 부합할 것”이라며 JYP 목표주가를 11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제는 해외 ‘현지 생산’ 체제로
JYP는 요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아이돌 현지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지에서 직접 멤버를 뽑아 데뷔시키는 전략이다. 필요할 경우 현지 기획사와 협력한다. 멤버 전원(9명)이 일본 출신인 걸그룹 ‘니쥬’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소니뮤직과 손잡고 기획했다.
이와 함께 미국 유니버셜뮤직 산하 리퍼블릭과 함께하는 ‘A2K 프로젝트’와 소니뮤직과 협업하는 ‘니쥬 프로젝트 시즌2’를 추진하고 있다. A2K 프로젝트는 북미 중심으로 활동할 걸그룹 프로젝트다. 니쥬 프로젝트 시즌2는 니쥬의 ‘남자 버전’이다. 중국과 대만 출신으로 구성된 보이그룹 ‘프로젝트 C’도 올 하반기 데뷔를 앞두고 있다.
변상봉 JYP 부사장은 “올해에도 기존 아티스트들의 새 앨범 발매와 공연 등 활발한 활동, 신규 아티스트 데뷔 및 새 프로젝트 론칭 등을 통해 팬들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올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엔터사 중 최초로 ‘RE100(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하자는 민간 캠페인)’에도 동참한 JYP는 매년 영업이익의 일부를 아픈 아이들의 치료비에 지원하는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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