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보고서 내용 한계"…통일부, '분야별 보고서' 검토
김범수 "의지 보이지만…내용 충실하진 않아"
통일부, 차별화 위해 분야별 별도보고서 검토
북한인권법 제정 7년 만에 '북한인권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 발간한 정부가 실질적인 북한인권 증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간된 북한인권보고서의 내용의 한계를 지적했고, 정부는 특정 권리분야에 집중하는 별도 보고서 발간을 검토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석기·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북한인권 조사기록의 의미 및 북한인권 인식 제고를 위한 민·관·국제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홍성필 재단법인 통일과나눔 이사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최용석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장 등 여러 북한인권 전문가가 토론에 참여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북한인권의 실상을 낱낱이 기록하고 정확히 알리는 것이 북한인권을 개선하는 첫걸음"이라며 "북한인권 조사기록은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자들에게 준엄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호 의원도 "북한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려 가해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는 등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정부 의지 확고하나, 내용·깊이 충실하지 못해"
김범수 세이브NK 대표는 토론에서 지난달 30일 정부가 처음으로 공개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에 대해 "인권문제가 북핵과 함께 대북정책의 우선적 과제라는 것,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대내외에 북한의 실상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정부의 확고한 인식이 담겼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통일부 장관 자문기구인 북한인권증진위원회 1기 위원이기도 하다.
다만 김 대표는 내용적으로 볼 땐 보고서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미 국무부 국가별 인권보고서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보고서,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백서 등 기존의 북한인권 관련 보고서와 비교할 때 내용이 충실하거나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인권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내내 비공개 처리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공개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통일연구원이 해마다 발간해온 북한인권백서와 목차·구성이 유사하다는 점, 북한인권기록센터의 데이터베이스(DB)에 담긴 수천명의 증언을 분석·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북한인권 문제의 본질과 그 심각성, 절박함에 대한 진정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인권 기능을 대폭 강화한) 통일부의 조직개편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며 "북한인권운동은 기존의 정치적 시민운동 혹은 보수운동과 차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분야별 보고서' 검토…"정치 프레임 배제"
통일부는 첫 공개 보고서의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한 과제로 '보고서의 차별화'를 제시했다. 최용석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장은 "첫 보고서는 정부가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며 "향후 종합적인 보고서 발간과는 별도로 특정 권리분야의 별도 보고서 발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보고서가 일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취약계층 ▲특별사안 등을 어느 정도 세분화시켜 집중 분석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남한 드라마를 유포할 경우 최대 사형에 처한다'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이번 보고서에서 빠진 주요 사안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 밖에도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은 북한인권 증진 활동의 우선적 과제로 '중국 내 탈북여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중국 내 탈북여성과 아동"이라며 "무국적으로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은 물론 인신매매와 성폭행, 감금, 납치, 강제적 마약 투여 등에 노출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소장은 "북한은 핵무기 개발 중단보다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더욱 두려워하고 있다"면서도 "아쉽게도 국내에선 북한인권 사안에 정치적 갈등 프레임이 씌워지고 균형적 시각을 잃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 관심과 외면을 반복하지 않도록, 지속적·제도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민·관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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