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방판’에 눈 돌리는 기업들…쪼그라들던 3조 시장 살아날까
후원방문판매업자가 사이버몰을 통해 소비자에게 비대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지난달 법이 바뀌면서 3조원에 이르는 방문판매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리만코리아 등 일부 후원방문판매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등록 판매원 85만 명, 2조9938억원 시장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자로 공포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후원방문판매업자가 본사가 개설ㆍ운영하는 사이버몰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게 가능해졌다.
후원방문판매란 판매원 가입이 3단계 이상으로 운영되는 다단계판매와 달리, 판매원 자신과 그 직하위 판매원의 실적에만 후원수당이 지급되는 ‘후원수당 1단계 지급 방식’을 가진 판매 형태다. 주요 상품은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일반 생활 용품, 상조 상품 등이다.
법 개정안은 제안 이유로 “코로나19 확산 시기 후원방문판매원들이 비대면 영업을 하지 못해 심각한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며 “방문 이외에 전자거래에 의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해 비대면 거래 확산에 따른 변화를 수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후원방문판매업자의 매출액 합계는 2조9938억원(2021년도 기준)으로 전년(3조384억원) 대비 1.5% 감소하는 등 2016년 이후 감소세다. 등록 판매원 수는 85만 명이나 1인당 후원수당 평균지급액은 134만원 정도로 전년보다 42.7% 줄었다.
방문판매원용 커머스몰…MZ 방판에 기회?
법 개정 후 일부 기업은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뉴커머스(옛 방문판매) 채널의 카운슬러(방문판매원)들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도록 이달 중 커머스몰을 열 계획이다. 설화수·헤라·바이탈뷰티 등을 판매하며 고객은 비대면 방식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2040세대를 겨냥해 새로운 회원 체계 기반 디지털 사업 모델도 내놓을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MZ세대 카운슬러 유입이 증가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영업 뿐 아니라 SNS를 활용해 온라인 상에서 고객 피부 고민을 파악해 맞춤 샘플을 제공하는 등 사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2만2000여 명에 이르는 이 회사 카운셀러는 중장년층 여성이 많으나 최근 20·30대가 느는 추세다. 지난 2월 기준 전체 카운셀러 중 20·30대는 4%였으나 최근 6개월 새 새로 유입된 카운셀러 중 20·30대는 16% 정도로 크게 늘었다.
역시 2만2000여 명의 방문판매원을 보유한 LG생활건강은 아직 구체적인 방향을 내놓지 않았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25만 명 공식몰 방문, 43% 구매
등록 판매원 수가 59만 명(2021년 기준)인 화장품업체 리만코리아는 지난 4일 일찌감치 공식몰을 열었다. 대리점장이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도록 대리점별 고유 링크를 제공해 고객들이 구매 시 해당 링크를 입력하게 했다. 그 결과 보름 여 만인 지난 20일까지 공식몰 방문자 수는 약 25만 명으로, 가입자 중 43%가 제품을 구매했다.
한 대리점장 이모(34)씨는 “이전에는 물건을 쉽게 사기 위해 판매원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고, 매출이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매니저가 될 수 있으니 본인이 사재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공식몰이 생기면서 간편 가입이 가능해져 소비자가 판매원으로 등록하는 일이 줄고 온라인 공동 구매 사기도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 후원방문판매 매출액이 7154억원(2021년 기준)에 이르는 데 대해 “사재기를 조장하는 판촉 시스템 때문”이란 비판이 제기돼왔다.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회원도 판매원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고, 실제 후원수당을 받은 43만 명의 1인당 평균지급액도 40만원에 불과했다. LG생활건강(790만원), 아모레퍼시픽(760만원)에 비해 소액이다.
“다단계처럼 못하게 관리 감독, 법 처벌 강화해야”
다단계처럼 접근하는 판매원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리만코리아 방문판매원이 됐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김모(41)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말이 후원방문판매지 4~5단계씩 다단계처럼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며 “물건을 제때 받으려면 미리 돈을 줘야한다는 중간판매자에게 속아 8000만원을 떼였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본사 관리 감독이 잘 안 된다”며 “법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만코리아 관계자는 “일부 영업본부에서 부적절한 방식으로 영업을 해 올 상반기 소비자 회원과 사업자 회원을 분리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대리점의 과다 재고 매입을 방지하기 위해 구매 한도를 매월 1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지난 17일 “후원방문판매업자 본사가 개설ㆍ운영하는 사이버몰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경우 다단계판매와 유사한 수준의 의무를 부과한다”며 “확대되는 전자거래 방식에는 최종 소비자 판매 비중에 따른 예외 없이 후원수당 지급 비율 상한(38%), 개별 재화 가격 상한(160만원),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등 체결 의무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의 경우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가 쉽게 피해를 당하거나 사기를 당할 가능성도 크다”며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도록 규제를 전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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