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면 美 핵우산 가동"...'한국식 핵공유' 문서 채택 추진

박현주 2023. 4. 2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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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가 오는 26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고도화에 대응할 획기적인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선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이상의 강력한 대응"을 공언한 가운데, 확장 억제의 위력을 어느 정도 수위로 강조할지, 핵 자산 운용에 있어 한국의 지분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환송객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강정현 기자


"핵에는 핵" 이상의 경고 담는다


지난해 5월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을 향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처음으로 발신했다. 당시 공동성명에는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한다"는 대목이 담겼는데, 실제 가용할 확장억제 수단으로 '핵'을 명시한 건 최초였다.

올해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여기서 더 나아갈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혀 북한을 압도할 한ㆍ미의 역량을 공동성명 등에 보다 구체화할 것을 시사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 관련 별도의 문서를 채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후속 조치는 현재 양국이 개정 논의 중인 한ㆍ미 맞춤형억제전략(TDS)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지난해 11월 한ㆍ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이어 "북한의 핵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취지의 경고가 보다 선명히 담길 전망이다. 앞서 존 힐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18일(현지 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하면 그때부터 핵 보복과 전략 억제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북핵 도발에 따른 미 핵무기를 동원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과거 1950년대 나토의 전략 개념(Strategic Concept)에도 "적의 맹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즉각 핵무기로 보복한다"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북한은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전쟁억제력'의 공세적 확대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발언권' 확실히 높여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양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확장억제 관련 ▶정보공유 ▶협의 절차 ▶공동기획 ▶공동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물리적인 핵 배치는 없더라도 나토의 핵계획그룹(NPG) 이상으로 협의 수준을 끌어올려 유사시 한국의 요청에 따라 미국의 핵우산이 즉각 가동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한국식 핵공유' 혹은 '한국식 확장억제(핵우산)' 구상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신설 혹은 강화될 양국 간 협의체는 한국의 발언권과 정보 공유의 폭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형태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가동 중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도 2016년 10월 출범 당시 나토의 NPG그룹을 본따 마련됐다. 당시 정부는 "한ㆍ미 간에도 나토와 유사한 포괄적ㆍ중층적 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교·국방 차관이 '2+2'로 모이는 형태라 회의를 수시로 열기 쉽지 않았고, 정부가 바뀌면서 4년 8개월 동안 중단된 적도 있다.

게다가 미국은 과거부터 어떤 동맹과도 핵 사용의 최종 결정권을 나눠 가진 적이 없다. 미국이 핵무기 외에 첨단 전술 무기, 우주·사이버 역량 등 확장 억제의 수단을 다양화하는 것도 가급적 핵무기로 보복하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이 확장억제를 핵을 포함한 군사적 수단에 한정하지 않고 경제ㆍ외교력 등과 포괄적으로 결합하는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 개념을 꺼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핵무기를 직접 사용하기보다 핵무기의 억제 효과를 배가하는 다른 능력들과의 결합을 통해서 다양하고 유연한 대응을 추구하는 기조"라며 "다만 한국 등 동맹 입장에선 '핵에는 핵으로 보복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요구할 수 있어 한ㆍ미 간 논의를 거쳐 그 사이에서 접점을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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