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요트 투어, 승마·테니스 레슨…진화하는 고향사랑기부 아이디어

최종권 2023. 4. 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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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휠라코리아 주최로 열린 테니스 축제 '2023 화이트오픈 서울'에서 참가자들이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 국가대표급 테니스 레슨 제공


세종시는 최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선정위원회를 열어 '테니스 레슨권'을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6만원 상당 레슨권으로, 20만원 이상 기부자가 받을 수 있다. 2011년 창단한 세종시청 테니스팀은 국내랭킹 상위권 선수들과 코치진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전국체육대회 남자단체전에서 우승한 강호다.

테니스 레슨은 다음 달 15일 오후 2시에 조치원체육공원에서 2시간 동안 진행한다. 참여 인원은 30명으로 제한했다. 세종시 시민소통과 임준오 사무관은 “시청 테니스팀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몇 차례 교습했을 때 시민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 답례품으로 넣게 됐다”며 “서울에 주소를 뒀지만, 주 중에 세종에서 근무하는 공공기관 직원이나 연구원이 고향사랑기부를 할 것으로 예상해 레슨권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도입한 고향사랑기부금 유치를 위한 자치단체 경쟁이 치열하다. 연초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제이홉, 영화배우 유해진, 나영석 PD 등 ‘스타 마케팅’이 한풀 꺾인 자리에 이색 답례품 경쟁에 불이 붙었다. 고액 기부자를 예우하는 기념사업을 선보인 곳도 나왔다. 지역 특산물 외에 요트·승마 체험권, 산천어축제 낚시권 등 유행을 반영한 답례품이 봇물이다.

충북 청주시는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이후 100만원 이상 낸 기부자를 대상으로 시 홈페이지에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 홈페이지


청주 ‘명예의 전당’, 제주 고향사랑기부숲 조성


충북 청주시는 시청 홈페이지에 ‘고향사랑기부제 명예의 전당’을 개설했다. 100만원 이상 기부자 이름과 직업 등이 게시된다. 이름을 클릭하면 얼굴 사진과 기부 날짜가 나온다. 현재 청주시에 100만원 이상 기부한 8명 중 명단 공개에 동의한 3명이 여기에 올라와 있다. 청주시 자치분권팀 김용식 주무관은 “고액 기부자를 예우해 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명예의 전당 코너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동의한 기부자를 누적해서 기록한 뒤 일정 인원이 되면 홈페이지 상단 잘 보이는 곳으로 위치를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5억원을 들여 사라봉공원에고향사랑기부숲을 조성한다. 이곳에 기부자 이름을 새긴 기념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고향사랑기부숲 조성을 통해 고향사랑 기부 분위기를 확산하고, 사라봉공원과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충북 증평군은 기부자 예우를 위한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는 기부자에게 증평사랑군민증을 발급하고, 좌구산휴양림 등 공공시설 이용료를 감면해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군에서 발행하는 홍보 매체 등에 기부자 명단을 공표하고 군이 주관하는 행사에 기부자를 초청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군 관계자는 “기부자 예우를 통해 인연을 이어 가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1만원을 내고 50분간 요트를 탈 수 있는 체험권을 제공한다. 사진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도입 4개월…‘스타 마케팅’→답례품 경쟁


고향사랑기부제가 도입 4개월째를 맞으면서 답례품도 진화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부산은 시티투어를 비롯해 타워·박물관입장권, 관광숙박권 등을 답례품 목록에 넣었다. 충북지역은 농촌체험마을, 전북 김제는 모악산캠핑파크 이용권을 답례품으로 구성했다. 경남 함안군은 함안사랑상품권으로 승마체험이 가능하다. 상품권 1만원(성인 기준)으로 10분을 즐길 수 있다.

바닷가를 낀 자치단체는 요트 투어를 답례품에 추가했다. 부산 남구, 경남 거제, 경북 포항, 강원 속초 등에서 1만~3만원 상당 체험권을 제공한다. 거제시 행정과 송하영 주무관은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에 위탁해 1만원으로 50분간 요트를 탈 수 있는 상품권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일운면 지세포 앞바다에서 출발해 지심도 경치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코스”라고 설명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기부자에게 지역특산품을 제공해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취지로 도입했다. 1월부터 전국 243개 광역·기초자치단체에서 동시 시행 중이다. 1인당 기부 한도는 연 500만원이다. 주소를 제외한 전국 지자체 어디에나 기부가 가능하다. 답례품은 기부금액의 30% 범위에서 줄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특산품이나 가공품, 관할구역에서 통용되는 상품권 등이 해당한다. 10만원 이내 기부금은 전액 세액공제를 받는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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