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난민 몰리는 차드도 화약고…"러 바그너그룹, 반군 지원"
수단 내전으로 난민이 몰려들고 있는 이웃국 차드 역시 러시아의 개입으로 내전으로 치달을 위기를 맞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온라인에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 중에 친미 차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러시아의 노력이 담긴 문건을 입수했다며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해당 문건에는 지난 2월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인 바그너그룹이 차드와 국경을 마주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 내에 300여명의 반군 세력을 양성하기 위한 훈련장 건립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월 초 관계자들과 CAR의 국경 도시인 아바카바를 찾아 CAR 정부 측과 차드 남부에서의 반군 모집과 훈련 일정, 병력 수송 경로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러시아 크렘린 궁의 지시를 받는 바그너그룹이 이같은 비밀공작에 나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관여 수준을 낮추기 위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석유ㆍ광물 등 자원이 풍부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미군 거점이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혼란을 미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러시아 수뇌부의 판단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문건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은 차드뿐 아니라 부르키나파소ㆍ에리트레아ㆍ기니ㆍ말리ㆍ니제르 등 광범위한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비슷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바그너그룹은 부인하고 있지만, 수단에서도 2017년부터 수단 군인을 훈련시키거나 보안군의 시위 진압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공작에 나섰다. 프리고진은 미 정부 기밀문건에서 드러난 차드 반란 계획에 대해서도 WP에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WP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차드 정권이 자국민을 탄압하는 등 비민주적인 행위를 일삼는 데도 미국이 친미 정권이라며 눈감으면서 화근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인구 1600만의 차드는 끊임없는 내전의 역사를 가진 중앙아프리카의 화약고다. 지난 2008년 내전 당시엔 주나이지리아 대사관이 차드 내 한국 교민들을 철수시키기도 했다. 현재도 외교부는 차드를 ‘적색경보’(출국권고) 지역으로 게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단에서 서쪽 차드로 향하는 피란 행렬은 계속 늘고 있다. 23일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15일 수단에서 쿠데타 정권과 반군 성격의 민병대 조직 신속지원군(RSF) 간 무력 분쟁이 발생한 지 일주일 새 차드로 떠난 난민만 최대 2만여명에 이른다.
최근 내전으로 격화하면서 피란민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피에르 오노라 세계식량계획(WFP) 차드 사무소장은 로이터 통신에 “이미 분쟁 전에 40만명의 수단 난민이 차드 국경 주변 14개 캠프에 흩어져 있었는데, 더 많은 난민이 추가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남쪽 이웃국 남수단 역시 수단 난민들로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다. 지난 2011~2013년 내전 당시 남수단으로 피신한 난민만 이미 27만5000여명에 달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수단 수도 하르툼에선 북부의 이집트로 향하는 피란민도 급증했다. 하르툼에서 국경 도시까지는 버스로 12시간 정도 걸린다. 수단 동부 해안의 포트수단에선 배를 타고 홍해를 건너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내전으로 도로가 파괴되는 등 피란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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