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로 턱 높지 않은데"…'강남 스쿨존 사망' 현장 찾은 재판부

2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최경서)가 서울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사진은 인근 배수로. 이병준 기자

“(피고인은) 뭔가 ‘꿀렁’한 걸 밟고 사람인 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피고인 측 변호사)

24일 오전 서울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최경서)가 ‘스쿨존 사망 사고’와 관련해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5개월 전, 만취한 고모(40·구속)씨가 운전하던 차량에 초등학생 A군(9)이 목숨을 잃은 사고 현장이었다. 고씨와 A군의 부모는 참여하지 않았다.

현장검증의 핵심은 사고 현장의 배수로 덮개였다. 고씨가 “사람을 치인 줄 몰랐다. ‘꿀렁’ 하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배수로 덮개를 지나가는 줄 알았다”는 취지로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을 본 재판부는 “(사고 위치는) 배수로 1m 앞이다. 배수로 덮개 높이도 도로면과 크게 이격이 있는 높이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도 “생각보다 턱이 낮다”고 반응했다.

고씨는 사고를 내고 그대로 차를 몰아 사고 현장에서 21m 떨어진 집 지하주차장에 차를 댄 뒤, 약 50초 뒤에 현장으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사이 지나가던 행인이 A군을 보고 근처 가게에 도움을 요청했고, 가게에서 112와 119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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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대고 바로 돌아왔다”…“그것도 도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와 어린이보호구역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고씨는 다른 혐의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도주치사 혐의는 부인해왔다. 도주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도주치사 혐의가 인정되면 최소 징역 5년의 중형이 불가피하다.

도주치사 혐의가 인정되려면 고씨가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죽거나 다쳤다는 걸 알았는데도 ▶️필요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벗어나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는 “바로 정차함으로써 부수적으로 교통의 위험이 초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에 대한 구호조치 등 필요한 조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씨 측 변호인은 고씨가 차를 대고 바로 현장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도주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주차장 셔터문이) 열릴 때까지 대기하다가 혼자 ‘큰일났네’ 하다가 주차하고 바로 뛰어 내려온 것”이라는 말이다. 반면 검찰은 “법적으로 즉시 정차했어야 했고, 길옆에도 충분히 차를 세울 수 있었다”며 “사고를 인식했다면 내렸어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