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타워크레인노동자와 대화합시다

길한샘 2023. 4. 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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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청년조합원이 '건설현장 개선'하겠다는 원희룡 장관에게 하고 싶은 말

[길한샘 기자]

▲ 타워크레인노동자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원희룡 장관 페이스북을 통해 건설노조의 '주52시간제와 안전작업 준수 요구'에 대해 원희룡 장관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원희룡
 
저는 거푸집을 만드는 형틀목수입니다. 형틀목수에게 '타워크레인'은 거푸집 설치에 사용되는 장비입니다.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은 모든 직종에게 중요한 장비입니다. 마찬가지로 타워크레인노동자를 빼고서 현장이 운영될 수 없습니다.

지난 3월 16일, 원희룡 장관님의 페이스북 글은 제 자신을 반성하고 타워크레인노동자를 알아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여태껏 가까이서 함께 일한 동료임에도 불구하고, 타워크레인노동자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원 장관님은 "타워크레인은 그 어떤 장비로 대체할 수 없는 건설현장의 꽃이며, 높고 좁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의 고충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며칠 전 국토부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불성실 업무에 대한 판단기준을 내놓자, 일각에서는 건설현장을 모르는 잘못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원희룡 장관님이 타워크레인노동자의 요구를 '일탈행위'라고 규정하는 걸 보면서 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원희룡 장관님은 타워크레인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요?

타워크레인노동자, 비정규직이 되다

1997년 IMF 이전에 원도급사(종합건설업체)가 타워크레인을 직접 소유했습니다. 타워크레인노동자도 직접 고용했습니다. 그 당시 타워크레인노동자는 정규직이어서 현장이 종료되어도 고용이 보장됐습니다.

하지만 IMF 이후 원도급사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타워크레인을 외주화했고, 타워크레인노동자를 해고했습니다. 그때부터 원도급사 대신 '타워크레인 임대사'가 타워크레인을 소유했고, 타워크레인노동자와 일정 기간 근로계약을 맺었습니다.

타워크레인노동자의 업무는 이전과 동일했지만, 고용구조에서 원도급사와 타워크레인노동자 사이에 임대사가 추가됐습니다. 이로 인해 타워크레인노동자의 현장 투입은 임대사가 원도급사와 타워크레인 임대계약을 체결한 후에야 이뤄졌습니다.

왜곡된 고용구조가 낳은 저임금과 빈번한 실업

'원도급사-임대사-타워크레인노동자'로 이어지는 고용구조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여러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타워크레인노동자의 '저임금'과 '빈번한 실업'입니다.

원도급사는 더 많은 이윤을 위해 타워크레인 숫자를 최소화하고 임대료를 낮추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임대사는 최저낙찰제로 임대계약을 따내게 됩니다. 이때 임대사도 이윤을 남기기 위해 타워크레인노동자의 임금을 최대한 낮추려 합니다.

고용이 보장되지 않은 타워크레인노동자는 이를 섣불리 거부할 수 없습니다. 타워크레인노동자는 보통 한 현장에서 11개월을 근무한 후 실업자가 됩니다. 그리고 다음 현장까지 6개월 이상을 대기합니다.

왜곡된 고용구조, 월례비를 관행으로 만들다

왜곡된 고용구조가 낳은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타워크레인노동자에 대한 '지휘·감독자의 부재'입니다. 타워크레인노동자에 대한 지휘·감독자는 법적으로 '임대사'뿐입니다. 그런데 현장에 임대사가 부재합니다.

건설업은 파견법 제5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파견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불법 파견의 논란이 있기 때문에, 원도급사는 타워크레인과 타워크레인노동자를 함께 빌려왔다고 말합니다. 이 말대로라면 현장에 지휘·감독자가 부재한 상태입니다.

이때 주로 답답한 쪽은 '하도급사(전문건설업체)'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하는 것은 원도급사가 아니라 하도급사이기 때문입니다. 하도급사는 타워크레인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월례비'가 관행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월례비는 여러 하도급사가 타워크레인노동자에게 관행적으로 지급했던 수고비인데, 연장근로수당, 급행료, 위험작업비 등의 세 가지 성격을 가집니다. 이는 '공사기간 단축'을 통해 이윤을 얻으려는 하도급사의 이해관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현장에는 타워크레인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타워크레인노동자에게 연장근로를 요구합니다. 이때 임대사는 오직 근로계약에 명시된 급여만 지급합니다. 그래서 타워크레인노동자의 연장근로로 수혜를 얻은 하도급사가 수당을 대신 지급합니다.

타워크레인의 작업 순서에 따라 하도급사의 능률이 결정됩니다. 하도급사가 자기 업체의 작업을 먼저 해달라는 급행료로서 수당을 지급합니다. 그리고 안전규정에 위배된 작업을 시키는 대가로 위험작업비로서 수당을 지급합니다.

'주52시간제와 안전작업 준수' 요구가 일탈행위인가
 
▲ 멈춰있는 타워크레인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멈춰있다.
ⓒ 길한샘
 
월례비는 왜곡된 고용구조로 인해 관행이 됐습니다. 그리고 하도급사의 공사기간 단축 요구도 이 부분에 한몫했습니다. 저임금과 빈번한 실업에 시달리던 타워크레인노동자도 월례비를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타워크레인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월례비가 사라지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노조의 존재가 중요합니다. '건설노조'가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타워크레인노동자는 임대사의 저임금 강요를 거부할 수 있었습니다.

원희룡 장관이 월례비를 근절하겠다고 한 지 3개월이 되어갑니다. 건설노조도 이에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 타워크레인노동자가 선뜻 동참한 이유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건설노조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건설노조는 월례비로 인해 지켜지지 않았던 '주52시간제와 안전작업 준수'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원희룡 장관은 이를 불성실 행위라고 규정하는 듯합니다. 

진정 월례비의 강을 건너려면

현장에서 일하면서 안전작업이 준수되지 않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안전하게 작업을 하면 일을 언제 마무리하냐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이윤을 위해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데에 혈안이었습니다. 건설노동자의 안전은 언제나 뒷전이었습니다.

짧아진 공사기간은 시공메뉴얼도 지킬 수 없게 만듭니다. 이는 건설노동자뿐만 아니라 입주민의 안전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결국 월례비의 근절은 건설사가 기여한 건설현장의 비정상을 제거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건설노동자와 입주민의 안전을 우선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타워크레인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건설현장의 비정상을 오직 노조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원도급사-임대사-타워크레인노동자'로 이어지는 고용구조와 '공사기간 단축'이라는 관행을 끊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건설사 그리고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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