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난 KGC와 SK... 누가 프로농구 새 왕조될까
[이준목 기자]
▲ 우승 감독은 누구? 23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22~2023 KBL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안양 KGC인삼공사 김상식 감독(왼쪽)과 서울 SK 전희철 감독이 우승 트로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SK 나이츠가 올시즌 프로농구의 패권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있다. 양팀은 오는 4월 25일부터 7전 4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두 팀은 최근 프로농구의 신흥 라이벌로 부상했다. 두 팀은 최근 2시즌간 나란히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게 됐다. KBL에서 같은 팀이 챔프전에서 2년 연속 대결하게 된 것은 1998-1999년의 대전 현대(현 전주 KCC)와 부산 기아(현 울산현대모비스), 2004-2005년의 원주 TG(현 DB)와 전주 KCC 이후 역대 3번째이자 무려 17년 만이다.
지난해 챔프전에서는 SK가 KGC를 4승 1패로 제압하며 정규리그에 이어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 컵대회 우승까지 포함하면 KBL 최초의 한 시즌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가 되어 KGC가 37승 17패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반면, SK는 3위로 6강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여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와 구단 역사상 최초의 백투백(2연패)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두 팀은 지난 3월에 열린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결승에서도 맞붙은 바 있다. 당시에는 KGC가 90-84로 SK를 제압하며 지난해 KBL 챔프전의 아픔을 설욕했다. KGC는 올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의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EASL 우승에 이어 챔프전까지 3관왕을 노리고 있다. 어느 쪽이 승자가 되든 프로농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는 '왕조'로 등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신흥 라이벌로 부상한 안양 KGC와 서울 SK
두 팀은 올해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도 3승 3패로 팽팽한 백중세를 보였다. 팀성적은 KGC의 확고한 우위였지만, 개인 경쟁에서는 오히려 SK의 완승이었다. SK는 김선형과 자밀 워니가 경쟁자인 KGC의 변준형-오마리 스펠맨 콤비를 제치고 올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국내-외국인 선수 MVP를 휩쓸었다. 변준형과 스펠맨은 베스트5에 이름을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SK는 지난해 최준용-자밀 워니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국내 선수-외국인 선수 MVP를 독식하는 기록을 세웠다. 김선형의 MVP 수상은 개인 통산 2번째이자 이전 수상 이후 무려 10년 만이었다. 워니는 2년 연속이자 개인 통산 3번째(2020, 2022-2023) 외국인 MVP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시즌 프로농구 득점 1위(워니 24.2점), 어시스트 1위(김선형 6.8개) 등 개인 기록도 모두 SK 듀오의 몫이었다
하지만 올해 챔피언결정전은 KGC의 우위가 예상된다. KGC는 김승기 감독과 전성현(고양 캐롯)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스펠맨-변준형-오세근-문성곤-렌즈 아반도 등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대릴 먼로-박지훈-배병준-정준원-한승희-양희종 등 식스맨층도 탄탄하다. 국가대표 슈터 출신인 김상식 감독은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 "제 전성기였다고 해도 지금 KGC에 뛴다면 식스맨 정도일 것"이라며 팀 전력을 치켜세웠다.
반면 SK는 안영준의 군입대에 이어 다재다능한 국가대표 포워드 최준용이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에 이어 챔프전에서도 나올 수 없다. 최부경과 허일영이 분전하고 있지만 비슷한 포지션에서 물량공세가 가능한 KGC에 비하면 가용자원이 부족하다. 전희철 SK 감독은 같은 질문을 받고 "지금 우리 팀같은 상황에서 내가 전성기였다면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가 됐을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포워드진의 공백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희철 감독은 대안으로 '몰빵농구'를 예고했다. 현재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라고 할 수 있는 워니와 김선형 듀오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 SK는 평균 84.8점으로 올시즌 프로농구 팀득점 1위에 올랐으며, 정규리그 마지막 6라운드부터 6강-4강플레이오프까지 무려 15연승의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 10여 점 차의 열세를 뒤집은 역전승만 무려 4번이었다.
특히 외인 MVP 워니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 25.3점을,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 30.3점을 기록하며 봄농구에서도 경이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플레이오프 평균은 27.8점 12.2리바운드 3.3어시스트 1.0스틸이다. SK는 워니를 앞세워 2년전인 2020-2021시즌의 KGC처럼 정규리그 3위로 6강전부터 시작하고도 챔프전까지 '10전 전승 우승'을 달성했던 신화를 재현할 가능성도 있다. 도전자나 언더독으로 정의하기에는 너무 강해보이는 것이 최근 SK의 기세다.
▲ 안양 KGC-서울 SK, KBL 챔피언은 어느 팀? 23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22~2023 KBL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SK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양 KGC 인삼공사 오마리 스펠맨, 변준형, 서울 SK 김선형, 자밀 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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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KGC는 공격도 공격이지만 정규리그에서 단 78점(최소실점 2위)만을 내준 수비력에 더 강점이 있는 팀이다. 특히 상대팀에 허용한 어시스트에 이은 실점은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상대의 패스길목을 차단하는 팀 수비가 강하다는 증거다. 4년연속 수비왕을 수상한 문성곤을 필두로 한 수비 전술 카드가 최준용이 빠진 SK보다 다양하다.
SK 워니와 주로 매치업을 이룰 스펠맨은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워니가 골밑플레이에서 우위에 있지만, 스펠맨에게는 더 넓은 활동량과 슛거리가 있다. 스펠맨이 골밑에서 워니를 완전히 제어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외곽수비에 약점이 있는 워니도 스팰맨을 막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캐롯와의 4강전에서는 기복을 드러냈던 스팰맨의 슛감각과 멘탈이 얼마나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조력자들이 더 풍부한 스펠맨은 워니에 비하여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훨씬 적다. 파트너인 오세근은 나이가 들었지만 체력만 받쳐주면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토종빅맨이다. 또한 히든카드로 불리우는 렌즈 아반도는 SK전 평균 20.4점 3점슛 2.2개 3점슛 성공률 64.7%을 기록하며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워니와 김선형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SK에 비하여, KGC는 스팰맨을 비롯한 핵심선수 한두 명이 부진해도 어떻게든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양팀 감독들의 지략대결도 볼거리다. 김상식 KGC 감독은 올시즌 부임과 동시에 사령탑으로서 생애 첫 통합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비슷한 86세대 감독 중 지도자 커리어가 유독 꼬인 편이었던 김 감독은 대기만성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선수들을 차분하게 아우르는 덕장의 면모와, 합리적인 로테이션 운용은 긴 호흡의 정규리그에서 빛을 발했다. 하지만 매경기 총력전을 펼쳐야 할 단기전에서는 또다른 전술적 승부수가 필요하다.
전희철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해 통합우승에 이어 2년 연속 챔프전 진출에 성공하며 유재학-김승기 감독의 뒤를 잇는 KBL의 새로운 우승청부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규리그 통산 승률 70.4%(76승 32패)도 높지만, 플레이오프 승률은 무려 92.9%(13승 1패)에 이른다. 감독 연차는 짧지만 코치 시절부터 오랜 경험을 통하여 축적된 내공은 이미 베테랑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 승리하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양팀의 승부가 6차전 이상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과연 새로운 왕조를 구축할 주인공은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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