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 사라져도 왕국은 계속된다, JMS의 추악한 진실

이준목 2023. 4. 2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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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이준목 기자]

대한민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 자유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라야 한다. 역사는 어떤 종교든 그 교리를 악용한 사람의 손에 의해 변질될 수도 있다는 것, 힘과 권력을 가진 종교가 타락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 지옥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사이비'가 된 종교와 그 교주는 바로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인지도 모른다.

4월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JMS, 달박골 정명석은 어떻게 교주가 되었나?' 편을 통하여 기독교복음선교회와 총재 정명석의 추악한 이면을 폭로했다. <그알>은 이날 이례적인 2시간 특별편성으로 JMS 사태를 심층적으로 조명했으며 방송 말미에는 JMS측의 반론 영상도 나왔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수장 정명석은 2008년 여신도들에 대한 성폭력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그알>에서 이미 1990년대(1999년 3월 20일 첫 방송)부터 무려 24년 동안 여러 편의 방송을 통해 다뤘다. 

하지만 정명석의 해외도피와 수감생활 중에도 그에게 성적 피해를 당했다는 신도들의 폭로가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2018년 만기 출소 이후에도 정명석의 교단 내 위상은 견고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JMS의 위상과 영향력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방송은 제작진이 취재도중 JMS 측의 방해와 위협에 시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JMS 신도나 관계자들로 추정되는 인물들은 제작진을 미행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며 취재를 방해했다.

2022년 3월 16일, 외국 국적의 메이플이라는 여성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명석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정명석이 감옥에서 출소한 지 4년만이었다. 메이플은 JMS에서 10년 간 신도로 활동해왔고, 하나님의 신부를 뜻하는 '스타'라는 내부 조직에 소속되어 있었다.

메이플은 정명석의 지시로 2021년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정명석은 메시아가 아니다. JMS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역사가 아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또한 메이플처럼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고발한 여성들은 호주 출신 에이미, 독일 출신 주소원 등 하나둘이 아니었다. 이들 모두 '스타' 소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초기에는 정명석을 옹호하다가 입장을 바꾼 주소원은 정명석으로부터 유리한 증언을 해달라는 회유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주소원은 "정명석은 자신을 신이라고 주장하지 않지만, 자신이 신의 몸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상 같은 말"이라고 지적하면서 "그의 목표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스타들'과 성관계를 맺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폭로했다.

정명석의 죄가 밝혀지고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안심했던 사람들은, 그가 출소 후에도 여전히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며 JMS의 영향력이 변함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에 빠졌다. 

반 JMS 단체 '엑소더스'의 회장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한때 JMS 신도였으나, 이단적 교리와 정명석의 성추문을 알게 된 이후로는 적극적으로 고발에 앞장선 인물이다. 김 교수와 엑소더스 회원들은 JMS 측의 지속적인 테러 위협에 시달렸다. 김 교수는 정명석 출소 이후에도 에이미와 메이플 등 피해자들 지원에 앞장서고 있었다. 대전지방검찰청은 정명석을 강간과 준강간, 추행 등 각종 성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정명석은 2018년 출소 이후 재범 위험성 때문에 성범죄 전과자들이 부착하는 전자 발찌를 착용해야 했고 고향인 충남 금산의 월명동에서 주로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들은 정명석이 젊은 여성 신도들을 자신과 인접한 인근 연수원이나 모텔에 머물게 하고 수시로 불러들여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증언했다.

JMS는 정명석이 영상 촬영을 통하여 축구와 노래를 즐기는 일상이나 묘기를 부리는 모습 등을 연출하며 신격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제보자 서하늘(가명) 씨는 JMS 내부에는 JMS를 탈퇴하거나 비리를 폭로한 이들을 "자기 욕심을 위하여 타락한 사람들"이라고 폄하하고 저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MS은 피해자들의 폭로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이들을 가해자로 매도하고 있었다.

"교주가 메시아라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들도 조력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내용이다. 대체 무엇이 정명석을 메시아로 여기게 했을까. 이는 정명석의 성범죄를 규명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2009년 정명석에게 유죄가 내려졌을 당시를 보자. 교주의 요구로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지는 '항거불능'의 상태에서 그 교주를 메시아로 여기는 여성이 성폭력을 당하면 성범죄가 성립한다. 하지만 여성들이 그 교주를 메시아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는 합의된 성관계가 된다. 

정명석이 수감중이던 2012년, JMS 탈퇴자들은 충격적인 한 동영상을 공개한다. 여기에는 다수의 젊은 여성들이 정명석을 '주님', '메시아'라고 부르며 나체로 구애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제보자들은 "정명석은 자신과 성관계를 맺는 것이 최고의 구원이라고 가르쳤으며 이는 JMS의 핵심교리"라고 주장했다.

종교 전문가들은 JMS만의 교리를 분석했다. 기존 성경에서 신과 인간의 관계가 '구약'이 주종시대, '신약'이 부자시대라면, 정명석과 JMS는 부부시대, 하나님이 신랑이고 인간이 신부라고 주장한다는 것.

JMS측이 제작한 홍보영상에 따르면 정명석은 달박골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예수를 만나 계시를 받았고 "내가 먼저 1번으로 하늘의 신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한 정명석은 예수님의 영이 자신의 육신으로 들어왔다고 주장하면서 본인이 예수의 역할을 대행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JMS의 모든 신도들은 신에게 '신부'의 위치지만, 정명석은 '신과 한 몸'이기에 다른 신도들에게 신을 대신하여 신랑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귀결되는 것이다. 곧 신과 동일한 정명석이 주장하는 것이 모든 논리, 도덕, 윤리의 기준이 된다. 

제보자들은 JMS 내부에 여신도들로 구성된 '본부'→ '보고자'→ '월성'→'상록수'→'스타'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조직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이름이 생기거나 바뀌었지만 그 본질은 같았다. 바로 정명석의 성착취 대상으로 선별된 여성들이라는 것.

2001년 말레이시아 출신 피해자 A씨나, 2003년 홍콩 출신의 자매 성폭행 피해자 B씨는 정명석이 여신도들에게 건강 진단이나 병을 치료해준다는 명목으로 불러들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자매는 성폭행을 벗어나기 위하여 다른 방에 있던 여성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모두 자는 척을 하는 것을 보고 "이들 모두 한패"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결국 그녀들은 홍콩을 벗어난 뒤에야 JMS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정명석의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이전에도 몇 차례나 있었다. 2003년에는 엑소더스 회원들이 홍콩에서 수배중이던 정명석을 붙잡았지만 한국과의 사법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보석을 내고 중국으로 도주했다. 정명석은 중국에서도 성범죄를 계속하다가 2006년 중국 쪽 피해자들의 고발로 이듬해 중국 공안에게 체포된 후 한국으로 넘겨졌다.

당시만 해도 일반적인 성범죄가 아닌 종교단체 내에서 신도의 절대적인 믿음을 악용한 성범죄가 법의 심판대에 오른 것은 드문 경우였다. 종교에 빠져서 어리석게 속아 넘어간 피해자의 탓으로 떠넘기는 분위기도 강했고, 신변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2차 가해가 발생하는 상황도 빈번했다.  

정명석과 JMS 측은 일관되게 범행 자체를 부인하고 누명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성범죄를 좀더 객관적으로 입증할 증거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피해자들의 제보를 통하여 재구성한 정명석의 성폭행 방식에 대하여 박슬기 산부인과 전문의는 "고문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해자들은 아마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분석하며 "한 여성이라는 살아있는 사람을 성기라는 존재로 대상화하여 '지배한다, 정복한다'는 느낌을 주는 게 가장 끔찍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정명석이 무소불위의 교주가 되기까지는 조력자들의 존재가 있었다. 가난한 시골의 기독교 집안에서 나무꾼으로 태어난 정명석은 한때 통일교에 몸담기도 했으며, 1970-80년대에는 서울에서 전도사로 활동했다. 초창기에는 '신촌 5형제'라고 불리우던 조력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정명석에게 직접 전도된 사람들이고 순서대로 2번에서 5번까지 고유 번호로 불리기도 했다. 초기 신도들 역시 예수의 영이 정명석의 육신을 빌려 강림했다고 믿었다고.

JMS은 젊은 신도들을 타깃으로 영입하는데 공을 들였고, 젊은 청년들의 아픔과 소망을 파고드는 마케팅으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교세가 확장되며 JMS가 매주 토요일마다 주최한 공개방송에 많은 청년 지원자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JMS 신도였던 제보자는 교회 내에 의외로 사회적으로 괜찮은 지위에 있거나 똑똑한 젊은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 무리들 속에서 자신도 '깨어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게 기분이 좋았다고 증언했다.

초기 멤버 중에도 정명석의 비리 혐의나 JMS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했던 인물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명석은 '사건처리반'이라는 내부조직을 만들어서 교내 반대파나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을 위협하고 탄압했다.

실제 사건처리반 출신으로 현재는 JMS에서 탈퇴한 제보자 차상구(가명)씨는 "인간 이성과 상식을 벗어나는 집단이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JMS 정명석을 보호해야한다는 일념 밖에 없었고, 그것을 위해서 모든 것이 다 용납되는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정명석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며 반대파 탄압을 주도했던 2번 신도 안 부총재는 2000년대 초 결국 JMS를 떠났다. 안씨는 제작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명석과는 이미 결별했음을 알리면서, 한편으로 남아있는 신도들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여전히 목회 활동을 하고 있다는 안씨는, 향후 결심이 서면 정명석과 JMS 문제를 증언하는 데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명석의 해외 체류와 수감생활 동안 JMS를 이끌며 새로운 2인자로 부상한 인물이 바로 정조은 목사다. JMS 내에서는 교주인 정명석 다음 가는 존재로 '성령상징체'라는 특별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고. 정명석을 직접 보지 못한 젊은 세대의 JMS 신도들 대부분은 사실상 정조은을 보고 입교한 것이나 마찬가지며, 오히려 정명석보다도 정조은이 이끌어나가던 시기가 JMS의 황금기였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런데 그동안 정명석의 무고함을 주장하던 정조은의 태도가 최근 미묘하게 바뀌었다. 정조은은 정명석의 죄를 폭로한 피해자들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 예수가 정명석의 몸을 빌려 대신 전한 말씀과 교리는 진실이며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는 JMS 초창기 2인자였던 부총재 안씨의 주장과 상당히 흡사하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JMS의 '실세'인 정조은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계산된 의도라고 지적했다. 탁 소장은 "정조은은 똑똑한 사람이다. 정명석의 육사랑과 성적인 문제를 인정하면서, 정조은 본인은 '성령 상징체'로 하나님같은 존재가 됐다"라며 "정명석은 예수인데 정조은은 하느님의 위치가 되니까 순서가 바뀐 거다. 그래서 JMS는 분파가 나뉘어도 그의 유지는 (추종자들에게)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주'가 잘못되거나 사라져도, 유지는 정당화 된다면 '왕국'은 계승될 수 있다는 논리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검찰과 전문가들은 정조은이 정명석의 성범죄에 적극 가담한 '공범'으로 보고 있다. 제보자들은 정조은이 정명석의 취향에 부합하는 미모의 여성들을 선별하여 '봉황새'라고 불린 팀을 구성하여 외국까지 직접 조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중에는 미성년자들도 다수 있었다. 여신도들에게 나체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보낼 것을 요구한 것도 바로 정조은이었다고.

김도형 교수는 2003년 홍콩 자매 성폭행 사건 당시에도 정조은이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정작 경찰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그때 공범이나 방조범으로 처벌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고 의지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고만장하게 계속 같은 짓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더 큰 문제는 JMS의 교단이 위치한 금산 일대가 법과 이성이 통하지 않은 JMS의 왕국이 되고 있다는 우려다. 금산군민인 제보자는 JMS가 금산을 교단의 성지로 만들어 전국의 교도들을 불러모아 정착시키는 정책을 썼다고 폭로했다.

금산 지역의 유일한 성폭력상담센터 담당책임자는 놀랍게도 바로 JMS 교단의 목사임이 밝혀졌다. 이렇게 되면 금산 지역 성폭력 피해자들의 신원이 바로 해당 센터를 통하여 자동으로 가해자들에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산군청은 제작진의 문제제기에 대하여 "성폭력센터가 금산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가해자가 JMS 목사라면 다른 곳에 신고할 수도 있다"며 안이한 답변을 내놓았다.

많은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명석의 처벌 여부와 별개로 그가 남긴 '왕국'은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탁지원 소장은 "JMS는 한동안 숨고르기하고 간판내리고 쉼표찍고 교회 정리를 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 JMS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반응이 잠잠해지면 다시 나와 활동할 것이다. 그것은 역사로 증명해주니까. 그들도 이걸 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명석은 재범인만큼 성범죄 혐의가 인정될 경우 중형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JMS에 더 이상 교주의 부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탁 소장은 "정명석은 '상징'으로 남을 거다. 교주가 죽거나 없더라도, 그 교주의 말씀과 뜻은 이러한 것이라고 신자들을 설득하고 세뇌하면서 따라오게끔 하는 것"이라고 시스템화된 사이비 종교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방송 말미에는 JMS 측의 반론영상도 공개됐다. JMS는 "저희는 그 어떤 종교단체보다 도덕적인 삶을 강조해 왔다. 허위 제보를 일삼는 관계자들과 고소인들의 허위주장을 보도한 언론의 가짜뉴스로 인하여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명석 목사와 저희들의 억울함을 풀고 20여 년 간 계속된 소문의 실체를 밝힐 수 있게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특혜와 권력이 된 종교가 타락하면 언제든 그 교리를 악용하는 인간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는 곧 누구든 이용당하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의미이며 또다시 벌어져서는 안될 비극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방송을 통하여 시청자들에게 JMS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알리고 JMS 신도들 역시 진실을 깨닫고 변화를 꿈꿀 수 있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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