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주제 기획전 '기억·공간'·권현진 개인전 'SPUMA' 外
▲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기억·공간’ = 설립 50주년을 맞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이 주제기획전 ‘기억·공간’을 오는 7월 2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공간·장소성을 동시대 작가들의 경험·사회적 기억을 통해 새롭게 인식하고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을 재조명한다.
아르코미술관 자리는 옛 경성제국대에 이어 서울대 문리대가 있던 곳이다. 서울대가 관악으로 이전한 뒤 김수근 건축가의 설계로 1979년 미술관이 완공됐다. 붉은 벽돌이 특징인 미술관은 바로 옆 아르코극장과 함께 대학로를 상징하는 건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국 최초로 동시대 미술을 위한 공공 전시장으로 신축된 미술회관(아르코미술관 전신)은 1960~80년대 민주화 운동과 1990년대 이후 청년문화와 소비문화가 주도한 사회 변화를 목도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전시에서 김보경은 미술관 주변 낙산과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벌어진 각종 행사 모습 이미지를 중첩한 월페이퍼 작품을, 안경수는 미술관 아카이브라운지의 통창을 통해 보이는 마로니에 공원 풍경에 과거를 중첩한 파노라마 형식의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양승빈은 김수근이 왜 의자를 만들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박민하는 미술관 벽돌 건축물 사이의 정사각형 창문을 '건물의 눈'으로 상정한 작업을 공개한다.
총 9명(팀)의 회화와 조각, 퍼포먼스, 영상, 사운드 설치 등 신작 23점이 전시장과 아카이브라운지, 프로젝트 스페이스, 야외 로비, 계단, 통로, 화장실에 전시된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지난 3년간 팬데믹 상황에서 환경, 생태, 지역, 경계, 이동 등 첨예한 의제를 전시 주제로 발굴해 호응을 얻었다"며 "내년 3월 아르코미술관 50주년에 앞서 마련한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계속 사회의 변화를 목도하고 시대와 호흡하며 함께 변화해 가겠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한다. 전시는 7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미술관.
▲서혜영 개인전 '노드: 하나의 전체' = 성곡미술관은 중견작가 서혜영의 개인전 '노드: 하나의 전체'를 개최한다. 전시는 작가의 지난 20년 작업 여정을 조명한다. 작가는 2000년 이후 평면이나 3차원에서 벽돌 모티프를 쌓는 행위로 만들어지는 공간에 천착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작가는 2003년 회화 연작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종교 도상인 '수태고지'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캔버스에 연필로 선을 무수히 그어 완성한 작품 속 공간은 벽돌 형상을 쌓아 만든 형태로 구성됐다. 2000년 이후 꾸준히 벽돌 모티프를 통해 공간을 탐구해온 작가는 조각부터 출발해 장소 특정적 설치, 평면 등 장르와 매체에 국한되지 않고 외연을 확장하는 동시에 예술 공간과 일상 공간을 넘나드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철(스틸)로 만든 '엑타입'(ectype) 연작은 조형물 속 작은 벽돌을 통과한 빛과 이를 통해 생성된 그림자의 효과로 새로운 공간감이 형성되는 장면을 연출한다. 작가는 전시공간 곳곳에 결합방식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조립할 수 있는 유닛들을 배치해 확장성과 실용성을 모색하는 자신만의 태도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전시는 6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
▲권현진 개인전 '스푸마(SPUMA)' = 넥스트 뮤지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에 화가 이사라(김히어라)의 작품으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업의 원작가 권현진의 개인전 '스푸마(SPUMA)'를 진행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을 포함한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가는 비주얼 포에트리, 디지털아트부터 추상화와 조각까지 다양한 작품세계를 펼친다.
스푸마는 정확한 형태로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색면의 가장자리의 경계를 흐리거나, 붓 터치에 의해 만들어지는 물감의 가변적 표면효과, 또는 재료의 물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얼룩이나 점들과 같은 효과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처음 의도와는 다른 형상의 작품이 구현될 때가 있는데, 이것이 자신의 무의식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작가의 작품은 주로 고농축 잉크와 우레탄을 반복해서 붓고 칠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색이 서로 만나고 섞이면서 독특한 화면을 생성한다. 계획적으로 화면을 구상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솟아오르는 이미지대로 표현하는 스푸마를 통해 작가는 작가 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을 발견하고 이를 작품에 담아 추상화 속 새로운 추상을 구현한다. 전시는 5월 14일까지, 서울 송파구 신천동 넥스트뮤지엄.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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