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도시였던 제주... 그러나 가슴 아파 말할 수 없을 정도"
[이재준 기자]
2014년, 정부는 4월 3일을 제주 '4·3희생자 추념일'로 지정했다. 정부는 "제주4·3사건 희생자를 위령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화해와 상생의 국민 대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올해, 국민의힘 주요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불참했다.
▲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세종충남지부가 2023년 제주4.3기행을 진행했다. |
ⓒ 화섬식품노조 제공 |
권승미씨는 신미씨앤에프라는 식품업체에서 일하고 있으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조합원이다.
권승미씨는 화섬식품노조 세종충남지부 소속으로 4월 2일부터 3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제주4·3기행을 다녀왔다. 세종충남지부는 2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를 참석하고 제주4·3평화공원 관람했다. 3일 알뜨르 비행장과 섯알오름, 송악산 등 4·3학살의 현장을 돌아보며 해설사에게 설명을 들었고, 대정읍 삼의사비, 제주현대미술관 '기억의 파수', 관덕정 등도 거쳤다.
권 씨는 "제주도를 처음 간 건 고등학교 졸업 후다. 관광하러 가는 도시일 뿐 역사책 어느 한 구절에서도 제주도의 아픈 역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대학을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는 2000년대에도 나한테 제주도는 여전히 휴식차 다녀오는 관광도시였다"라고 회고했다.
▲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세종충남지부가 2023년 제주4.3기행을 진행했다. |
ⓒ 화섬식품노조 제공 |
2022년 제주 4·3기행을 처음으로 경험한 권씨는 "여행으로 친구들과, 가족과 몇 번씩 왔던 그곳들이, 많은 제주도민의 목숨을 무참히 앗아갔다는 학살과 항쟁의 장소였다는 아이러니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나의 무지함인지 무관심인지, 제주4·3항쟁과 관련된 권력을 가진 가해자들의 눈가림으로 인한 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같은 국민의 억울한 아픔들을 왜 모르고 살았는지 반성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올해 다시 제주를 찾은 그는 "앞으로도 이곳이 관광으로만 오는 곳이 아닌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었다는 것과, 제주도민이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었던 아픔도, 많은 조합원과 또 그들의 가족들과 가슴으로 공유하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 씨는 동료들과 함께 2019년 12월 노조(화섬식품노조 신미씨앤에프지회)를 설립했다.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연달아 상여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려 했기 때문이라 했다. 노조는 결국 상여금을 지켜냈다. 상여금이 계기가 됐지만, 사실 그 전부터 불합리한 일들은 많았다. 신미씨앤에프지회와 관련된 내용은 아래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 [숏다큐] 불법파견을 이겨내고 첫 돌을 맞은 신미씨앤에프지회 ⓒ 화섬식품노조 제공 |
내가 제주도를 처음 간 건 고등학교 졸업 후다. 우리한테 제주도는 관광하러 가는 도시일 뿐이었다. 80~90년대 초반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나는 역사책 어느 한 구절에서도 제주도의 아픈 역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대학을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는 2000년대에도 나한테 제주도는 여전히 휴식차 다녀오는 관광도시였다.
50이 넘어 노동조합을 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제주4·3에 대해 듣게 되었고 역사강사의 제주4·3항쟁에 대한 이야기를 유튜브로 처음 접했을 때 놀랍다기보다 가슴이 너무 아파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2022년 화섬식품노조 세종충남지부 제주4·3항쟁 역사기행에 참가하게 되어, 유튜브로 들었던 그 현장에 직접 설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여행으로 친구들과 가족과 몇 번씩 왔던 그곳들이, 많은 제주도민의 목숨을 무참히 앗아갔다는 학살과 항쟁의 장소였다는 아이러니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나의 무지함인지 무관심인지, 제주4·3항쟁과 관련된 권력을 가진 가해자들의 눈가림으로 인한 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같은 국민의 억울한 아픔들을 왜 모르고 살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2023년 우리는 다시 그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에 오게 되었고, 앞으로도 이곳이 관광으로만 오는 곳이 아닌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었다는 것과, 제주도민이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었던 아픔도, 많은 조합원들과 또 그들의 가족들과 가슴으로 공유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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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 중복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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