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현장in]④"한국 경제성장 배우자"…책 펴놓고 열공하는 나라

구채은 2023. 4. 2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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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최고 지도자들
한국 경제성장 모델 '열공 중'
도움 받는 국가에서 최초의 도움 주는 국가

“한국 경제성장에 대한 책, 연구 결과를 많이 읽었다. 키르기스스탄 최고 지도자들도 책상 위에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책을 늘 올려놓고 펴본다.”

이달 10일 한국 취재진과 만난 카낫 아브드라흐마노프 경제상업부 차관은 “한국 국민의 근면, 협동, 진보가 아주 감동적이고,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고 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공적개발원조(ODA)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최초의 국가다. 1945년 전후복구와 6·25전쟁의 폐허 속에 무상원조를 받던 대한민국은 당시 국가 예산의 40% 이상을 국제원조에 의존하는 최빈국이었다.

하지만 55년 만인 200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수여국 명단에서 빠졌다. 10년 후인 2010년 OECD DAC에 가입하면서 선진공여국으로 도약했다. 불과 60년만에 다른 빈곤국과 개도국을 지원하는 선진 공여국 반열에 오른 것이다.

10일 취재진과 인터뷰중인 카낫 아브드라흐마노프 경제상업부 차관[외교부 공동취재단(비슈케크)]

ODA예산규모 전년비 20% 늘어난 4조..'글로벌 중추국가' 속도 낸다

개도국과 최빈국 등에 지원하는 ODA 예산 규모는 지난해 3조원을 넘고, 올해 4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국민총소득(GNI)의 0.15%를 차지하며, 가입당시 개발지원 예산에 비해 2.4배 증가해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한국으로부터 무상원조를 지원받는 많은 개도국과 빈곤국들이 빠른시간 성장한 한국의 성장 전략을 탑재하고 싶어하는 이유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다시 한번 'ODA 도약'에 힘을 싣고 있다. 자유·인권·민주주의 등을 중심에 둔 '가치 외교'를 바탕으로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ODA를 적극 활용한다는 기조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예산안 시정 연설에서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내년도) ODA를 4조5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코이카도 이런 흐름에 맞춰 해당 정부의 단기·중기·장기 국가개발전략을 참고해, 개도국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1개년 단기 액션플랜과 2021년부터 2026년까지 ‘국가개발프로그램’, 2018년부터 2040년 시행 목표인 국가개발전략이 있는데 여기에 맞춰 환경, 농림수산, 공공행정, 보건위생 분야에 원을 해나가는 것이다.

60년만에 선진국 반열…韓성장사례 배우고 싶어

13일(현지시간) 인디라 샤르셰노바 키르기스스탄 디지털개발부 차관(오른쪽)과 아셀 케넨바예바 인포콤 센터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비슈케크)]

한국 정부의 개도국 맞춤형 지원에 대해 수원국들도 화답하고 있다. '한국형 성장모델'을 배우려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에리느시 톨토예프 오쉬 부주지사는 “2015년에 새마을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면서 "지금 한국이 예전에 밟았던 길을 우리가 밟고 있다. 점차 노력하면 우리도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농촌개발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베기마이 톡토르바예바 경제상업부 국장은 “국가마다 무상원조의 특성이 다른데, 한국은 혁신과 디지털 분야, 역량강화 분야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특히 ‘새마을 운동’에 기반한 농촌 개발 기여에 투자해줬는데 성과가 많이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디라 샤르셰노바 디지털개발부 차관은 ‘한국의 기적을 배워 키르기스스탄의 기적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인디라 차관은 “한국 사회가 너무 부지런하다. 책임성 있고, 목적을 세우고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키르기스 국민들도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13일(현지시간) 미를란 츠느바예프ZLFMRLTMTMXKS 국립기술대 총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비슈케크)]
12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오쉬의 카라 칼자군에 속한 사리-카무쉬 마을에서 에리느시 톨토예프 오쉬 부주지사가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오쉬)]

무상원조의 규모와 시스템이 체계화되면서, 수원국들의 요구도 다변화되고 있다. 미를란 츠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국립기술대 총장은 ‘디지털 기술’ 분야와 관련된 교류를 더 늘리고 싶다고 했다. 미를란 총장은 “한국이 지난 10~25년 동안 도달한 전자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케이스는 모범적이다. 디지털과 관련된 프로그래머들을 교육할 때 한국의 기준과 비슷하게 만들어,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카난 경제상업부 차관은 “한국의 수자원이 관리, 저장, 공급 활용되는 것들을 보고 배우고 있다”면서 “키르기스스탄의 가장 많은 자원이 물인 만큼 자원 관리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성장의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사람이다. 공무원들이 한국에 가서 많이 배우고, 신기술, 투자 유치, 양국 비즈니스 공동체 협력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비슈케크)·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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