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완승으로 힘 받은 日기시다...'아베 조카'도 국회 입성

이영희 2023. 4. 2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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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이 23일 치러진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5개 지역 보궐선거 중 4곳에서 승리했다. 지난해 7월 선거 유세 중 총격으로 숨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조카도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15일 일본 지바현 보궐선거 지원유세에 나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청중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보궐선거가 치러진 중의원 지바(千葉) 5구, 와카야마(和歌山) 1구, 야마구치(山口) 2구와 4구, 참의원 오이타(大分) 선거구 등 총 5곳 가운데 자민당이 와카야마 1구를 제외하고 4곳에서 의석을 확보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기존 의석 3석에서 1석을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취임 1년 6개월을 맞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정권 중간 평가'의 의미를 가진 이번 선거에서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은 셈이 됐다.


당선자 5명 중 4명이 30~40대, 여성이 3명


'일본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야마구치 2, 4구에서는 일찌감치 자민당 후보들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아베 전 총리 사망으로 공석이 된 야마구치 4구에서는 자민당의 요시다 신지(吉田真) 전 시모노세키 시의원이 선출됐다. 1984년생인 요시다 당선자는 선거 기간 동안 '아베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恵) 여사의 지지를 얻어 압승했다.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전 방위상이 지병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진 야마구치 2구에선 기시 전 방위상의 아들이자 아베 전 총리의 조카인 기시 노부치요(岸信千世)가 당선됐다. 1991년생인 기시 당선자는 후지TV 기자로 일하다 퇴사하고 아버지의 지역구에서 출마해 '정치 세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3일 보궐선거에서 중의원 의원에 당선된 기시 노부오 전 일본 방위상의 장남 기시 노부치요. 교도=연합뉴스

자민당 의원이 정치자금 문제로 퇴진한 중의원 지바 5구에서는 정치 신인인 자민당의 에리 알피야(34) 후보가 당선됐다. 알피야 당선자의 부모는 모두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출신 위구르족으로 1999년 가족 모두 귀화해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참의원 오이타 선거에서도 자민당의 시라사카 아키(白坂亜紀·56) 후보가 입헌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지난 15일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후보 지원 연설 직전에 폭발물 투척 사건이 터진 지역인 와카야마 1구에서만 유일하게 야당인 일본유신회의 하야시 유미(林佑美·41) 후보가 당선됐다. 폭발 사건이 자민당에 대한 동정표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왔으나 결과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번 보궐선거 당선자 5명 중 4명이 30~40대이고 3명이 여성으로, 고령자와 남성 위주인 일본 국회의 세대교체 바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유신회 이번에도 약진


이날 보궐선거와 함께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구초손(市區町村)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통일지방선거 '후반부' 선거도 치러졌다. 지난 9일 치러진 '전반부'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우익 계열 야당인 일본유신회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일본유신회는 와카야마 보궐선거에서 당선자를 낸 것은 물론 기초지자체 294곳의 지방의원을 새로 뽑은 이번 선거에서 4년 전 113명이었던 당선자 수를 256명으로 2배 이상 늘렸다. 집권 자민당은 지방의원 당선자가 698명에서 710명으로 소폭 증가했고,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지방의원 891명을 배출했다.


기시다 총리, 조기 해산 시동?


일본 언론들은 이번 보궐선거 및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러 장기 집권의 발판을 다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4일 이번 선거의 승리로 자민당 내에서 '조기해산론'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오는 5월 히로시마(広島)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직후 중의원 해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만큼 이 여세를 몰아 선거를 치러 대승을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내년 가을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 즈음에 국회를 해산하는 방식이다. 총재 선거 직전 국회의원 선거를 치러 승리를 거두면 기시다 총리가 총재 선거에서 경쟁자 없이 무투표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24일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에 대해 "현재로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전해진 국민의 목소리에 따라 주요 정책들을 힘 있게 추진해가겠다"고만 밝혔다.

선거를 승리로 이끈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일본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선거로 당내에서 입지를 넓힌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 등에 대한 소신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기시다 총리로서는 한국과의 외교에서 이미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일 협력 등 보다 확대된 외교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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