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억 몸값 됐다…절도 당할뻔한 '황금박쥐상' 4중 철통보안
한때 혈세 낭비 사례로 꼽히며 애물단지로 전락한 전남 함평 황금박쥐상의 가격이 금값 인상으로 5배가 오르면서 투자 성공사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24일 함평군에 따르면 황금박쥐상은 순금 162㎏과 은 281㎏으로 제작된 조형물이다.
1999년 함평군 대동면 일대서 희귀동물이자 천연기념물인 황금박쥐 162마리의 서식이 확인되자, 함평군은 관광 상품화를 위해 2005년부터 약 30억원을 들여 동상을 제작했다.
가로 1.5m, 높이 2.1m 크기의 은으로 된 원형 조형물에 순금으로 만든 6마리의 황금박쥐가 날갯짓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재료로 쓰인 순금 매입(2005년) 가격만 27억원이었지만 전시관 접근성이 떨어져 관람객 수가 많지 않자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금값이 오를 때마다 황금박쥐상 가치도 덩달아 오르며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이날 기준 금 시세는 그램(g)당 8만4864원으로 황금박쥐상의 현 가치는 137억원으로 이상으로 추정된다.
황금박쥐상은 과거 금값이 오를 때 절도 범행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3월 3인조 절도범이 황금박쥐상을 노리고 철제 출입문을 절단했다가 경보음에 놀라 달아났다. 경찰은 특수절도 미수 등 혐의로 이들을 검거했다.
황금박쥐상은 두께 2~3㎝의 방탄 강화유리로 된 원통형 전시관 안에 보관돼 있는데, 황금박쥐상이 전시된 황금박쥐생태관 내로 침투하려면 우선 정문 외부 철제 셔터와 내부 유리문부터 뚫어야 한다.
하지만 전시시간이 아닌 상황에서 셔터를 강제로 열거나 파쇄하려 할 경우, 경보가 울려 보안업체를 통해 경찰로 신고가 들어간다.
운 좋게 두 개의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내부에는 또다시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또 다른 철제 셔터가 있다. 이를 뚫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동작감지센서와 감시카메라가 전시장 내 이상을 주시하고 있다.
이같은 보안을 뚫고 강화유리까지 제거해 무게가 460㎏에 달하는 황금박쥐상을 탈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함평군은 여기에 연간 2000만원 상당의 전시 관련 보험상품에 가입해 황금박쥐상이 사고를 당하더라도 시세대로 전액 보상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금박쥐상은 보안을 이유로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평소에는 함평엑스포공원 인근 황금박쥐생태전시관에 보관하면서 일부 행사에만 한시적으로 공개해왔다.
오는 28일부터 개최되는 함평나비축제 기간에는 일반에 공개한다.
향후 상설 전시를 위해 연말까지 전시 장소를 함평엑스포공원 내로 옮길 계획이다.
함평군 관계자는 "금값이 상승하다 보니 황금박쥐상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많다"며 "관광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한 전시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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