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올렸던 ‘이불킥 사진’ 지우고 싶다면…개인정보위, 지우개 서비스 시작
대학생 A씨(23)는 고등학교 시절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참석해 게임 속 등장인물로 분장하고 소품까지 사들여 코스프레 축제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땐 재밌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남자친구가 볼까 두렵다”며 “이불킥을 하고 싶다”고 한다. ‘이불킥’은 부끄럽거나 창피한 기억 때문에 몸부림을 치다가 덮고 있는 이불을 발로 차는 행동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당시 사진을 지우고 싶지만 이미 코스프레 카페에서 탈퇴한 데다 당시 동호회 회원이 올린 다수 사진에도 본인이 분장한 모습이 남아있다고 한다.
A씨처럼 어렸을 때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을 삭제하고 싶을 때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게시물을 삭제·가림(접근배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서비스를 24일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개인정보위, 지우개 서비스 시작
개인정보위가 이번 서비스를 준비한 건 디지털 세대(Digital Native)인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아동·청소년은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세대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라인상에 많은 개인정보가 장기간 누적돼 있다.
하지만 누적한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처리 정지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이 올린 게시물은 직접 삭제할 수 있지만, 해당 누리집(홈페이지)·커뮤니티를 이미 탈퇴했거나, 계정 정보 또는 게시물 삭제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경우가 많아서다.
게시판 운영 사업자에게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 요청을 통해 해당 게시물에 다른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할 수 있지만, 아동·청소년은 이 방법을 모르거나 신청 경로가 복잡해 포기할 때가 있다. 개인정보위가 이런 상황 해결에 나섰다.
개인정보 포털에서 신청 가능
과거의 디지털 기록을 삭제한다는 의미에서 일명 ‘지우개 서비스’로 불리는 ‘잊힐 권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만 24세 이하 국민 누구나 편리하게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개인정보 포털에 접속해 서비스 신청 페이지에서 만 18세 미만 아동·청소년 시기에 게시했지만 현재는 삭제를 희망하는 게시물 주소(URL)와 자기 게시물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면 신청이 가능하다. 접수하면 정부가 신청자를 대신해 해당 사업자에게 접근배제를 요청한다. 또 서비스 신청자와 담당자를 1대 1로 연결하는 등 아동·청소년이 손쉽게 게시물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자신이 올린 ‘자기 게시물’ 삭제를 중점적으로 지원하지만, 제3자가 올린 불법 촬영물이나 개인정보 불법거래 게시물도 조치 방법을 안내한다. 정부는 시범사업 과정에서 서비스 이용률과 아동·청소년의 수요 등을 파악·분석해 디지털 삭제 지원 대상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정렬 개인정보위 사무처장은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은 아동·청소년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아동·청소년이 ‘지우개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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