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전세사기 특별법에 야당 "피해자 약 올리나"
[이경태, 박현광, 남소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눈 가리고 아웅", 혹은 "그림의 떡".
정부·여당이 지난 23일 ▲우선매수권 부여 ▲경매낙찰 위한 저리융자 ▲낙찰시 취득세 등 면제 ▲LH 임대매입 통한 장기전세 등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한 데 대한 야당의 평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24일 정부·여당의 대책에 대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핵심적인 요구인 보증금 반환을 위한 조치는 빠져 있다면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전세사기 사태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민주당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은 칭찬하지만, 여전히 핵심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정부에서 보증금반환채권 매입을 통해 피해자들이 사기꾼들에게 떼인 돈을 일부라도 찾아줘야 한다는 요구였다.
그는 "초부자들을 위해서 수십조 원씩 세금을 깎아줄 돈은 있어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공공매입을 할 돈은 없단 말인가"라며 "당장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떼인 피해자들에게 돈을 빌려줄 테니 집을 사라는 건 온전한 대책이 아니다. 약 올리는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가장 필요한 건 피해에 대한 실질적 지원방안이다. 피해자를 우롱하는 엉터리 대책은 그만두고 '선(先)구제' 원칙을 바탕으로 사회적 재난에 걸맞는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야당도 적극 협력하겠다. 오늘 당장이라도 어느 단위든 머리를 맞대고 함께 대책을 논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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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LH를 통한 임대매입 방식을 도입하는 등 정의당이 발의한 공공매입 특별법 일부를 수용했다. 정부 여당의 진전된 대책을 환영한다"라면서도 "깡통전세 피해자 구제에 있어 핵심인 예산과 보증금반환채권 매입에 대한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꼬집었다(관련 기사: 전세사기 특별법 만든다지만... 재정투입 없고, 절차 그대로 https://omn.kr/23n7p ).
이에 대해 그는 "깡통전세에 대한 형량을 아무리 높이고 대출 이자를 아무리 낮춘들 예산과 채권 매입방안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깡통뿐인 깡통전세 대책이 될 따름"이라며 "정의당은 ▲공공매입임대를 위한 즉각적인 예산 추경과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보증금반환채권 매입방안 마련을 정부 여당에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정부·여당은 야당의 공공매입 특별법 요구에 줄곧 '돈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정부가 '약자예산' 하겠다며 깎은 공공매입임대 예산이 3조797억"이라며 관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주장했다.
그는 "공공매입임대 예산으로 이미 반지하 등 주거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삭감한 예산 복구 없이 그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자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최소한 정부가 삭감한 예산 3조797억만큼은 추경으로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증금반환채권매입에 대해서도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정부·여당안대로 한다면 당장 살던 집에서 쫓겨나지는 않는 만큼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보증금 회수를 원하거나 더 이상 빚을 낼 여력도 없는 피해자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라고 비판했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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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증금반환채권 매입 등에 대한 정부·여당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23일) 본인 페이스북에 특별법 제정 추진을 알리면서 "현재 야당이 주장하는 공공매입은, 사기범이 빼앗아간 보증금을 국민 세금으로 대신 돌려주는 것과 같다. 법원칙과 상식에 반하고,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을 고통으로부터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서는, 무책임하고 실현 불가능한 주장을 내세워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구제방안을 하루라도 빨리 실행해야 한다"며 "야당은 과거의 정책실패 책임을 공공매입을 앞세워 감추려하지 말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특별법 제정에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도 '속도전'을 강조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야당에서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50억클럽특검법과 김건희여사특검법, 이미 관련 상임위에서 본회의로 직회부된 간호법 제정법과 의료법 개정안 등 대신 전세사기 피해 관련 특별법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전'도 가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야당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요재원이라든지 형평성, 실현가능성을 고려해 책임있는 자세로 협의에 나서주길 바란다"라며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거의 없는 만큼 이번 주 국회에서 입법이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전세사기 사태는 민주당에서 밀어붙인 '부동산 3법'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갈 길이 바쁜 4월 국회에서 기어이 간호법을 통과시키고 일방적으로 쌍 특검법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어떤 정치적 현안도 민생을 우선할 수 없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국회의 책무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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