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AI 창작물, 다른 가치로 평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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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을 시험하고 사진의 미래에 관한 토론을 끌어내고 싶었다."
그가 수상을 거부한 이유는 자신이 제출한 사진이 직접 찍은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그는 SWPA 심사위원단이 사진과 AI 이미지를 구분할 수 있느냐를 시험하고자 했고 결과적으로 SWPA 심사단은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엘다크젠은 빛에 의한 사진 작업과 컴퓨터에 의한 AI 이미지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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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을 시험하고 사진의 미래에 관한 토론을 끌어내고 싶었다."
올해 52세인 독일의 중견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젠은 지난 16일까지 진행된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SWPA)’에서 크리에이티브 부문 수상을 거부한 뒤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그가 수상을 거부한 이유는 자신이 제출한 사진이 직접 찍은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그는 SWPA 심사위원단이 사진과 AI 이미지를 구분할 수 있느냐를 시험하고자 했고 결과적으로 SWPA 심사단은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혼란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SWPA의 사례는 이미 AI가 예술의 영역에서 큰 혼동을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일각에서는 AI가 예술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만약 엘다크젠이 진실을 숨겼다면 그 피해는 다른 사진작가들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나아가 사진예술계는 물론 예술의 진실성과 존재 가치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엘다크젠이 예술의 가치와 진실성에 대한 논쟁을 불렀다는 점에서 ‘자기 앞의 생’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등을 쓴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1914~1980)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로맹 가리는 1945년에 발표한 소설 ‘하늘의 뿌리’로 1956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 문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발표한 작품들은 평론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그는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했는데 이 해 다시 공쿠르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공쿠르상은 두 번 수상을 금지한다. 하지만 당시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프랑스 문단이 몰랐다. 이후 로맹 가리는 본명과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계속 소설을 발표했다. 로맹 가리의 소설은 비판받았고, 에밀 아자르의 책은 찬사가 이어졌다. 로맹 가리는 1980년 스스로 삶을 마감하면서 유서에 자신이 에밀 아자르였음을 밝혀 프랑스 문단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로맹 가리의 사례는 예술가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엘다크젠이 SWPA에 한 방(?)을 먹인 이유도 자칫 AI 때문에 예술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작 엘다크젠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AI를 잘 활용하면 작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I가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되레 자신은 AI 덕분에 과거의 물질적, 재정적 한계에서 더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엘다크젠은 빛에 의한 사진 작업과 컴퓨터에 의한 AI 이미지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사진 작업과 AI에 의한 이미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수의 라이브 공연과 그 공연의 사운드를 녹음해 발매되는 라이브 앨범이 다른 가치로 평가받는 것처럼 인간에 의한 예술 작품과 AI라는 새로운 기술에 의해 표현되는 창작물은 다른 가치로 재단돼야 한다. 그래야 AI로 인한 혼란을 줄이고 예술과 AI의 공존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희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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