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보다 작은 토종 고래, 상괭이의 죽음

박성호 2023. 4. 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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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토종 고래 '상괭이'를 구해주세요(상)

[박성호 기자]

지난 9일 아내와 강화군의 한 섬인 '교동도'를 일주하다가 월성포구에서 안타까운 현장을 만났다. 바로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는 우리나라 토종 동물 '상괭이'라는 작은 고래가 갯벌에 죽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분명 생김새는 고래인데 너무 작아서 인터넷을 통해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보니 녀석은 우리 말로 '상괭이'로 불리는 돌고래보다 작은 우리나라 토종 고래였고, 녀석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 4월 6일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30명의 의원들은 '멸종위기종 대한민국 토종 돌고래 상괭이 보호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로 알려져 있는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추진이다.

상괭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생물목록에서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국제적으로 보호 및 관리를 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도 2016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여 국제적인 움직임에 발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상괭이가 어떤 동물이길래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발 벗고 나선 것일까?
     
▲ 강화도와 교동도를 잇는 다리와 월선포구의 위치 교동도와 강화읍이 있는 강화도를 연결하는 교동교가 생기기 전까지 육지로 연결하는 배가 들어오던 곳이라는 교동면 상용리에 있는 월성포구였다.
ⓒ 박성호
 
우리가 상괭이를 본 곳은 교동도와 강화읍이 있는 강화도를 연결하는 교동교가 생기기 전까지 육지로 연결하는 배가 들어오던 곳이라는 교동면 상용리 월성포구였다. 월성포구에는 옛 시절을 반추하듯 여기 저기 옛날 사진이 붙어 있고 나름 깔끔히 정비되어 있었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바다가 쪽으로 가보니 선박의 접안 시설 콘크리트 안벽(岸壁, quaywall) 끝에는 낚시꾼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그 옆쪽 갯벌에 작지만 일반적인 물고기와는 생김새가 다른 물고기 한 마리가 덩그러니 누워 있었다.

아내와 저게 뭐지 싶어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사진을 찍어 확대해보니 영락없이 고래 모양이었다. 작은 돼지만한 몸통에 꼬리지느러미가 몸통과 90도로 나 있는 것으로 보아 일반적인 물고기는 아니었다. 어처구니없는 발상이긴 했지만 상괭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 그렇게 작은 고래가 갯벌에 죽은 채 나뒹굴 수 있다는 상상을 하지 못했기에 고래 모양의 피규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했다. 녀석은 안타깝게도 생을 달리하였는데 수습해주는 이가 없어 거기 그렇게 덩그러니 누워 있었던 것이다.

생소한 만큼 특이하게 생긴 고래 '상괭이'

상괭이, 이름도 생소한 녀석은 돌고래라고 다들 알지만 고래(whale)나 돌고래(dolphine)와는 별도로 구분되는 포포이스(porpoise)라고 한다. 그래도 분류학상으로는 이빨고래목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6종류 중의 하나라고 하니 돌고래라고 보는 것도 틀리지는 않은 셈이다. 상괭이는 남방 상괭이와 상괭이 2종이 있으며, 우리나라 근해에서 서식하는 녀석은 후자인 상괭이에 속한다고 한다.
    
상괭이는 일단 생김새로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고래임에도 불구하고 고작 1미터 정도 크기였다. 작은 돌고래보다 작은 셈이다. 돌고래 종류들이 1.4미터에서 10미터 크기지만 상괭이는 다 커봐야 작은 놈은 1.4미터, 큰놈이라고 해봐야 2미터정도에 불과하다.

상괭이 새끼가 태어날 때 대략 70센티미터 정도라고 하니 갯벌에 죽어 있던 놈은 아직 자라고 있는 어린 상괭이였다. 우리는 어른이 아니라 소년 상괭이의 죽음을 본 것이었다. 상괭이는 생물 분류학적으로 쇠돌고래 종류이지만 돌고래와는 달리 주둥이가 전혀 튀어나오지 않고 뭉뚝했다. 둥근 앞머리가 입과 직각을 이루고 있는 형태였다. 그 모양이 마치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일명 '웃는 고래' 혹은 '미소고래'라고 불리기도 한다.
  
▲ 웃는 고래, 미소 고래 상괭이 둥근 앞머리가 입과 직각을 이루고 있는 형태였다. 그 모양이 마치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일명 ‘웃는 고래’ 혹은 ‘미소고래’라고 불리기도 한다.
ⓒ 박성호
 
가장 신기한 것은 고래나 돌고래와 달리 등지느러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외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물고기의 등지느러미는 굴림 즉 rolling로부터 몸체를 안정시키고 반대로 필요할 경우는 갑작스러운 회전을 돕는 신체 기관이므로 녀석은 돌고래만큼 역동적인 수영 솜씨를 보여주기는 힘들 거 같았다.
인터넷에서 녀석이 물속에서 유영 중인 사진들을 찾아보니 고래라기보다 물개류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등지느러미가 없는 대신 낮지만 기다린 한 줄의 돌기가 등 중앙에서 꼬리까지 나 있었다.
  
▲ 상괭이 등에 있는 기다란 돌기 상괭이 등에는 등지느러미가 없고 대신에 등의 중앙에서 꼬리까지 기다란 돌리가 나 있다.
ⓒ 박성호
 
우리 문헌에 등장하는 이름 '상괭이'

상괭이는 우리나라 토종이라는 설명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전역에 서식하며, 더 크게는 인도양과 태평양의 온난 해수지대나 하천에 서식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가 상괭이의 최대서식지라고 하니 우리 토종이라고 부르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조선시대 정약전 선생이 쓰신 어류 백과서인 <자산어보>(1814)에도 "지금 서해와 남해에 두 종류의 인어가 있는데 그 하나는 '상광어(尙光魚)이며 모양이 사람을 닮아 두 개의 젖이 있다. 본초에서 말하는 해돈어가 그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철저하게 관찰을 통해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 선생은 일반적인 물고기에는 없는 젖꼭지를 언급하고 있으며, 인어라고 표현한 점 등을 보면 포유류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뿐 물고기에 비해 상괭이가 훨씬 인간과 유사한 동물일 것으로 추정한 듯하다.

상광어라는 이름은 수면 위로 올라온 녀석의 몸통이 물빛에 반사되어 반들반들 광택이 났기 때문일 거라고 추정된다. <자산어보>를 집필하던 당시만 해도 상광어로 불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상괭이가 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지배적이다. 그 외에도 동의보감(허준, 1613)에 등장하는 '물가치', 난호어묵지(서유구, 1820년경)에 등장하는 '슈욱'도 모두 상괭이를 지칭한다. '슈욱'의 경우 상괭이가 숨 쉴 때 내는 소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상괭이는 쌔에기, 무라치, 물돼지, 쇠물돼지 등으로 불려 왔다.

민물인 한강에는 왜 상괭이가 나타날까

상괭이에 대한 기사들을 검색해보니 한강에 녀석들의 사체가 여러 번 발견되었다고 한다. 2006년에는 반포 서래섬 인근, 2015년 4월에는 영등포구 선유도 공원 인근에서 발견되었는데 기사들은 돌고래가 민물에서 살 수 있는지, 아니면 왜 죽은 채로 발견되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고래 전문가들에 의하면 돌고래는 일반적인 고래에 비해 염분에 덜 영향을 받으므로 민물에서 상당기간 생존이 가능하다. 그래서 중국의 경우 심지어 양쯔강 상류에서 상괭이가 발견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민물에도 생존이 가능한 해양동물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한강에서 죽은 녀석들이 발견되는 것은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2015년 당시 환경단체들은 밀물 때 한강하구로 들어온 상괭이들이 김포대교 인근에 설치된 신곡수중보를 넘어 들어왔다가 썰물이 되면서 수중보 안쪽에 갇혀 폐사했다는 주장을 했다. 강에 설치되는 보가 하천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강에서 발견되는 죽은 상괭이의 사인은 분명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한강에서 상괭이로 추정되는 수중동물이 발견되었다는 기록은 우리 역사 문헌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15세기에 쓰여진 '태종실록'의 1405년(태종5년) 12월 기록은 다음과 같다 '큰 물고기 여섯 마리가 바다에서 밀물(潮水)을 타고 양천포로 들어왔다. 양천포에 사는 백성들이 잡아 죽였는데, 그 소리가 소가 우는 것 같았다. 비늘이 없고 몸 빛깔은 검정색이며, 입은 눈가에 있고 코는 목덜미 위에 있었다. 현령이 이에 관한 말을 듣고 그 고기를 떼어다가 갑사(甲士•오위 가운데 중위인 의흥위에 속한 군사)에게 나눠주었다'.
 
▲ 태종실록에 등장하는 한강의 상괭이 출현 기록 15세기에 쓰여진 ‘태종실록’의 1405년(태종5년) 12월 기록은 다음과 같다 ‘큰 물고기 여섯 마리가 바다에서 밀물(潮水)을 타고 양천포로 들어왔다. 양천포에 사는 백성들이 잡아 죽였는데, 그 소리가 소가 우는 것 같았다. 비늘이 없고 몸 빛깔은 검정색이며, 입은 눈가에 있고 코는 목덜미 위에 있었다. 현령이 이에 관한 말을 듣고 그 고기를 떼어다가 갑사(甲士?오위 가운데 중위인 의흥위에 속한 군사)에게 나눠주었다’.
ⓒ 박성호
 
광해군 재위시절 이수광 선생이 쓴 <지봉유설>에도 한강에 고래가 나타났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564년에 한강에 큰 물고기(大魚)가 나타났는데, 생긴 모양이 마치 돼지 같았고, 빛깔은 흰색이고, 몸의 길이가 한길이 넘는데 머리 뒤에 구멍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 이름을 몰랐다.

옛 책을 참고해 보니, <운부>에 "해돈(바다돼지)"의 머리 위에 구멍이 있는데 그 구멍으로 물을 뿜는다"라고 했으니 이것이 바로 해돈이다.' 우리나라의 상괭이를 일컫는 다양한 이름 중에서 쇠물돼지나 물돼지라는 명칭은 돌고래를 일컫는 중국 이름 '해돈'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괭이를 일컫는 다양한 이름이 존재하는 것은 지역적인 이름일 것이다.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기는 해도 빈번하게 목격되는 동물은 아니었을테니 지역마다 제 나름의 이름으로 불렀을 것이다. 우리나라 상괭이는 공식적으로 민물서식종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한강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은 결국 한강 하구의 지리적 위치와 먹이 때문으로 보인다. 생태전문가들은 서해와 접하고 있는 한강 하구의 경우 새우나 게 같은 돌고래들의 먹이가 많기 때문에 상괭이들이 이들을 쫓아 한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거 문헌들을 보면 선조들은 국내 연안에서 혹은 강에서 빈번하게 '상괭이'를 만났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가? 물론 필자처럼 우연하게 상괭이 사체를 목격하는 경우라든지, 한강에서 죽은 상괭이가 발견됐다는 기사가 뜨는 것으로 보아서 상괭이를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죽은 상괭이일 뿐이다. 게다가 상업적 포경 금지 및 멸종위기동물로 지정되어 있어 수족관에서도 녀석들을 보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살아있는 상괭이를 보는 것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 토종 동물이라는 '상괭이'는 어떤 치지에 놓여 있는 것일까? 이 이야기는 다음 기사에서 소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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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와 동시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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