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리더십 포기"…'송영길 탈당' 민주, 내부 갈등 재점화

오주연 2023. 4. 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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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가 24일 조기귀국해 사건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 갈등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송 전 대표가 프랑스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을 선언했지만, 당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을 한층 거세지고 있다.

5선 중진인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당이 강제수사권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할 수 없다'는 당 지도부 주장에 대해 "그것(자체 진상조사)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지도부의 리더십을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당대표로 그 직책을, 리더십을 발휘할 이유가 없다면 그 자리에 있어야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당내 윤리감찰원 등을 통해 자체 조사에 나설 것을 주문했던 이 의원은, 현 지도부가 검찰 조사와 별개로 자체 정화기능을 발휘하지 않을 경우 존재의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며칠 전 기자회견에서 강제수사권이 없다든가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자체 조사는 안 한다(고 한 말은), 매우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라면서 "당대표나 지도부는 뭐하러 있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결부돼 생각하는 견해도 있고, 여러가지 얽히고 설킨 문제가 있어서 차마 너무 들춰내면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당내 파열음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송 전 대표를 조사하고 파헤치게 된다면 당장 '누가 누구를 수사하나'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당이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송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탈당을 했기 때문에 한숨 돌린다고 한다면 그건 꼬리 자르기"라며 "탈당을 하더라도 민주당의 문제로 그대로 남아 있는 건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당 지도부는 오후 귀국하는 송 전 대표와 관련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다만 친명계 의원들은 오전 라디오에 나와 송 대표의 탈당과 조기귀국을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원내대표 후보인 박범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시점상은 늦은 감이 있지만, 본인의 정치적 책임을 통감하고 탈당, 즉시귀국이라는 수순을 밟는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진실규명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에만 맡겨놓으면 총선까지 리스크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날 페이스북에 송 전 대표를 '물욕이 적은 사람'이라며 두둔했던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SBS라디오에 출연해 "(돈봉투 의혹)사실관계에 대한 것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언급하기에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이 상황에 대해 당인으로서, 책임있던 사람으로서 탈당해서 증명을 하고 최선을 다해 돌아오겠다는 태도를 취한 것은 본인이 (그동안)가져왔던 데에 대한 일관성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날도 송 전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해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핵심은 외면하고 감성에만 호소하는 송 전 대표의 파리 신파극은 민주당의 심각한 도덕 불감증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을 뿐"이라며 "반성과 책임이 빵(0)점"이라고 직격했다. 김 대표는 송 전 대표의 탈당을 지목하며 "위장탈당이 습관인 민주당에서 송 전 대표의 임시탈당은 책임지는 자세가 전혀 아니다"라며 "자신으로 인해 집안에 불이 났는데 홀로 애국자라고 강변하는 송 전 대표의 모습은 오히려 민주당의 무책임한 생얼굴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송 전 대표의 적극적 수사 협조를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번 민주당 돈 봉투 사건은 국회의원 한두 사람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수십 명이 연루된 집단 범죄다. 한두 사람 탈당시킨다고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며 "민주당과 송 전 대표에게 필요한 건 변명으로 국민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송 전 대표에게 ‘물욕이 적다’, ‘역시 큰 그릇’ 등이라고 평가한 민주당 일부 인사를 향해 일침을 놨다. 김 최고위원은 "오죽하면 정의당조차 송 전 대표와 민주당의 오리발 전략에 대해 낡고 후진 민주당의 구태정치에 분노가 치민다고 일갈했겠나"라며 "쩐당대회 핵심 당사자를 물욕 없는 청빈 정치인으로 둔갑시키는 뻔뻔함은 86운동권의 단일대오가 우리 정치를 얼마나 썩고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전일 오후 8시(현지시간) 프랑스를 출발해 오늘 오후 3시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이틀 전 파리 현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송 전 대표는 자진 탈당을 선언하며 당의 조기귀국 요청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12월부터 파리 그랑제콜(ESCP·파리경영대학원) 방문연구교수 자격으로 프랑스에 머물렀던 그는 당초 7월 귀국 예정이었지만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논란으로 두 달여 가량 앞당겼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입국장에서 간단한 심경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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