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실손청구 간소화, 또 양치기소년 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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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전산화해 진료 이후 보험금 청구까지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골자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적극 찬성한다.
지난해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현하는 일환 중 하나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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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에만 여덟번째 시도다. 2009년 국민 권익위원회의 권고가 나온 이후 14년 동안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만 160차례 넘계 열렸지만 단 한 번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업계와 언론은 '양치기소년'이 됐다.
보험업계에 '디지털' 바람이 분 것도 수년째지만 이미 가입자 4000만명에 육박하는 실손보험만큼은 예외다. 여전히 비급여 치료 이력을 종이 서류로 발급 받고, 이를 다시 팩스로 전송하는 불필요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험사 역시 지난한 절차가 필요하다. 전달 받은 종이 서류를 다시 전산에 입력하고 보험금을 입력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를 전산화해 진료 이후 보험금 청구까지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골자다.
실손보험 청구가 쉬워지면 4000만 가입자들은 보험금 청구를 더 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보험금을 연간 2만원씩만 더 청구해도 1조원에 가까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안 그래도 실손보험은 보험사들의 만년 적자 사업이다. 금융당국이 실손 보험을 일종의 사회적 안전망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보험료를 올릴 수도 없다. 다른 보험 상품으로 유인할 수 있는 미끼상품이 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클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적극 찬성한다.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나 겪는 손해보다 각종 종이서류 사용에 따른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쟁 시대에서 불필요한 업무에 사용되는 인력과 시간을 줄이는 게 더 이득이라고 본 것이다.
소비자들도 원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와함께·금융소비자연맹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47.2%가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소액이라, 각종 서류를 챙기지 못해서, 증빙서류 제출이 귀찮아서 등의 이유였다. 한마디로 보험금 청구가 불편했다는 것이다.
업계와 소비자가 원하는데도 통과가 되지 않는 것은 정치권이 병·의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표심'을 지나치게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현하는 일환 중 하나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내걸었다. 하지만 얼마 뒤 발표된 110대 국정과제에서는 빠졌고 이후에도 별다른 언급조차 없다. 여당도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실손보험 전산화를 우선 처리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전국 각지 병·의원 급에서는 비급여 진료명세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보 전송 중계기관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을 우려하며 극렬히 반대한다. 하지만 이같은 의료계의 반발만이 민심이 아니다. 국민들의 불편도 민심이다. 대형병원 위주로 제휴한 토스, 카카오페이의 관련 서비스는 이미 멀쩡히 운영 중이다. 납득하기 힘든 민심의 '취사선택'은 명분과 표심 모두 얻기 어려울 것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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